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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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고통은 다수에게, 혜택은 일부에게 (0) 2023/07/11 PM 11:08



 

 

고통은 다수에게, 혜택은 일부에게

 

 

속 터지는 소식을 전할게. 부산시가 올해 안으로 대중교통 요금을 올릴 작정이야. 버스는 400원, 지하철은 300 ~ 400원.

 

물론 부산시가 요금을 인상하는데 명분은 충분해. 부산 버스요금은 2013년 이래로 성인 1200원에서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거든. 지하철 역시 17년 이후 1300원으로 고정되어 있었거든. 이렇게 시민에게 값싼 대중교통을 제공하다보니 적자가 쌓였다는 거지. 부산 대중교통 총 적자액은 6500억에 달한대.

 

자, 여기까지만 따졌을 때, 난 꽤나 이성적으로 사태를 바라봤어. 요금 인상이 결코 반갑지 않지만, 그러나 건전한 재정을 위하여, 우리 부산시 후손들을 위하여, 이 한 지갑 바쳐야 할까! ..나름 고심했다고.

 

그러나 나의 이성은 곧 모래처럼 흩어졌어. 지금은 광전사 마냥 울분이 차올라. 왜냐! 바로, 종합부동산세 감세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은 올리면서, 뭐? 종부세는 줄여준다고? 혜택이 서울 강남 3구에 집중된다고? 여기서 오는 배신감! 지방인으로서의 설움! 복잡 오묘한 분노가 휘몰아쳤어...

 

이렇게 생각하는 난 빨갱이인가? 공산주의자? 부자혐오? ...물론 난 가난하기에, 세상을 서민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그러나 이번 문제는 단지 계급갈등에 머물지 않아. 뭐랄까, 형평에 어긋난다 랄까?

 

경제가 어렵고, 장기불황으로 들어가고, 세수가 부족하고, 이러한 가운데 서민들도 공동체를 위해 아름아름 고통을 감내하라면야 받아들일 수 있어. 더 비싼 전기, 수도, 가스, 교통에 숨이 막히겠지만, 감내하라지.

 

그럼 소득이 두둑하신 분들도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잖아? 기업은 법인세를 더 내고, 부동산 큼직하니 소유하신 분들은 더욱 종부세를 내고, 그래야 상부상조 이해가 되지! 서로가 합심을 할 수 있지! 억울하지 않지!

 

그러나 현실은 어떻지? 이번 정부 들어서 소위 대중들에 대한 부담은 늘리면서, 소수 부자들에 대한 고통은 덜어주기 바빴잖아? 법인세 깎아줘, 종부세 깎아줘, 다주택자들에게는 대출까지 늘려줘, 서민 물가는 내팽개친 채 금리는 3.5%에서 동결해, ..이것이 공정인가? 세수 정의에 맞는가? 부의 불평등만 심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럴 바에 기립하고 말지! (짝!)

 

아직 안 끝났어. 내 폐장에 소금을 뿌리는 뉴스가 하나 더 있으니, 신혼부부를 위한 증여세 감면 정책! ...아니, 막 사랑을 싹틔운 부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겠다는데, 결혼을 장려하겠다는데, 이 좋은 정책에 왜 난 속이 뒤틀렸는가!

 

일단 기존 법으로도 부모가 성인 자식에게 최대 5천만 원까지 비과세로 재산을 넘길 수 있거든? 5천만 원 이상부터는 액수에 따라 10 ~ 50% 증여세를 물거든? 이 구간을 신혼부부에 한해 혜택을 주겠다는 건데, 부모님이 신랑신부를 위해 더욱 큰돈을 세금 걱정 없이 넘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끄응...

 

아잇! 모쏠인 내가 볼 때는! 결혼을 포기한 이 몸이 생각할 때는! 화가 나는 거야! 시기와 질투에 빠지는 거야! 누군 방구석에서 연예조차 못 하고 있는데! 어디서는 5천만 이상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으며 신혼생활을 시작하다니! 솔직히 요즘 같은 때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돈 좀 있다는 뜻 아닌가! 거기다 부모님 부스터까지 나라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있는 자식들의 잔치 아니냐! 이게 나라냐! 기립하시오! 당신도! (짝!)

 

그렇습니다... 좀팽이 같다고 놀려도 어쩔 수 없어. 마음이 한번 뒤틀리니 모든 정책이 아니꼬워 보이는 걸 어떡해. 심지어 라면 50원 깎아준 것 마저 자존심이 상해. 일주일에 라면 7끼 먹어야 350원 아낄 수 있다니, 정말... 대통령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 버스비가 400원 오르면, 라면 8끼 할인분이 한 번에 날아가네? 캬! 대단합니다. (짝!)

 

..자조의 노래로 오늘 쇼를 마무리 합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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