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FE 70-200mm F4 Macro G OSS II
오늘 역시 긴급편성! 그제 소니에서 발표한 소니 FE 70200 F4 매크로 렌즈! 이 제품에 대해 내 생각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털어놓겠어. 결론부터 간단히, 소니가 어떤 의도로 이 렌즈를 개발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실망이다! ...그럼 내가 왜 이토록 앙칼진 평을 내렸는지 살펴보실까.
첫째, 비싸다. 1698달러!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217만원. 여기에 부가세 합치면 240만원 가까이 나갈 텐데, 난 이 돈 줄 바에 70200GM2 중고를 알아볼 거야. 접사가 필요하다면 훨씬 저렴한 90매크로를 살 거야.
둘째, 코가 나온다. 탈락! (...)
칼린쇼 애청자들은 내 렌즈 취향을 알지? 난 경통 튀어나오는 렌즈를 좋아하지 않아. 먼지 들어갈 위험 높지, 오래되면 코 질질 흐르지, 결정적으로 줌링을 돌릴 때 손맛이 떨어지지. ...물론 이 부분이야 내 성향이니까, 단점으로 치부하지 않을게.
셋째, 화형후드다.
난 화형후드보다 원형후드를 선호해. 원형후드는 렌즈를 후드 방향으로 바닥에 내려놓을 때 똑바로 세울 수 있으니까. 반면 화형후드는 휘청휘청 쓰러지기 일쑤지. ...아무리 봐도 소니가 의도적으로 화형후드를 택한 것 같아. 70200GM과 확실한 외형 차이를 두기 위해서 말야. 소니는 후드마저 급을 나눕니다. 캬!
넷째, 빛망울에 연삭흔이 낀다.
빛망울의 크기나 모양은 준수하다만, 내부가 지저분해. 이 부분 역시 소니가 급 나누기를 했어. 소니 GM렌즈들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빛망울, 그 핵심은 XA “익스트림 아스빼리깔“ 유리알인데, 70200G2에서는 여지없이 빼버렸네.
아무리 G 렌즈라고 해도 그렇지, 접사 렌즈에는 XA 유리알을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접사 렌즈라면 꽃과 곤충과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망울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지. 참... 내가 빛망울로 렌즈를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까진 않거든? 근데 접사 렌즈만은 예외야. 접사에서 빛망울은 중대 사항이다!
다섯째, “작업거리”가 예상외로 짧다. ...작업거리란 렌즈 끝에서 피사체까지의 간격을 말해.
작업거리가 넉넉할수록 접사하기 편하지. 렌즈 그림자가 지는 현상도 줄 것이고, 플래시 달기도 편하고, 작은 곤충이 놀라서 도망갈 확률도 줄어들고. ...그렇다면 70200G2 작업거리를 “대략” 계산해 보자고.
우선 70mm일 때. 최소초점거리가 26cm. 여기서 렌즈길이 15cm를 빼면 11cm. 여기서 1:1 등배를 목표로 하면 2배 텔레컨버터를 달아야 하고, SEL20TC 길이가 4cm니까, 최종 작업거리는 11 빼기 4 해서 7cm! 7cm면 빡빡한데...
다음 200mm. 200mm일 때 최소초점거리는 42cm. 경통이 튀어나오면서 렌즈길이가 21cm가 되니까, 0.5배일 때 작업거리는 21cm. ...등배는 마찬가지로 텔레컨버터를 달아야 하니까, 21 빼기 4하면 17cm. 작업거리 17cm면 널널하구나.
번외, 90매크로의 작업거리는 얼마일까. 90마의 최소초점거리는 28cm. 렌즈길이가 13cm. 그러므로 작업거리는 15cm. ...자, 생각보다 70200G2랑 별반 차이 안 나지? 작업거리 때문에 굳이 90매크로에서 70200G2로 바꿀 필요 없지?
여섯째, 1:1 등배를 보기 위해선 텔레컨버터를 달아야 한다. 텔레컨버터로 인해 난관이 발생한다.
1.4배 SEL14TC, 2배 SEL20TC, 요 조그마한 녀석들이 60만원이야. 70200G2 사는데 240 쓰고, 텔레컨버터 추가 구매하는데 60 쓰고, 무려 총 300만원을 태워야 한다고? 이건 아니잖아.
그럼에도 텔레컨버터까지 갖추었다 치자. 과연 텔레컨버터를 자주 쓸까? 하! 자주 안 써! 못 써! 내 장담한다. (...) 일단 2배 텔레컨버터를 달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해상력이 낮아져. MTF 차트 점수 상 대략 1600점 가까이 떨어지걸랑. 제 아무리 70200G2 해상력이 좋다한들, 2배 텔레컨버터 달면 만회가 안 될 걸?
반면 90마의 해상력은 소니 전체 렌즈 중에 20손가락 안에 들만큼 뛰어나니까.
GM 렌즈들 사이에서 당당히 빛나는 SEL90M28G! 90마가 2015년에 나왔으니까 어느덧 10년을 바라보는 렌즈야. 그럼에도 해상력이 이래. 이러니 소니가 90마 후속을 안 내는 걸까.
한편, 텔레컨버터는 70200GM2에도 달 수 있잖아. 70200GM2도 은근 접사 능력이 좋다?
기본 0.3배에, 2배 텔레컨버터를 달면 0.6배야. 0.6배만 해도 쓸 만하지 않니? 나라면 등배를 포기하고라도 70200GM2로 간다!
다음, 조리개 문제야. 2배 텔레컨버터를 달면 광량이 2스탑 줄어드니까. 70200G2 F4가 어느새 F8까지 뛴다고. 여기서 해상력까지 고려하면 조리개를 1스탑 더 조이니까, 얼마야, F11이라고. 맙소사. ...태양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조명을 쓰지 않는 이상, 촬영에 애로사항이 꽃피지 않겠니?
물론 접사를 찍을 때는 심도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조리개를 꽉꽉 조인다지만, 아니! 그래도 F11은 너무했어. 참고로 카메라마다 조리개가 일정수치 이상이면 위상차 AF를 쓸 수 없거든? 가령 3세대 이전 바디들은 대부분 F8 이상에서, R4 즈음해서는 F13 이상에서 콘트라스트 AF만 쓸 수 있어. M4, R5와서야 F22까지 위상차 AF가 완벽히 작동해. 그러니 무턱대고 70200G2와 2배 텔레컨버터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카메라 본체까지 바꿔야 할 수 있다고.
뭐, 자긴 돈 많다, 텔레컨버터로 인한 해상력 저하 감내할 수 있다, 최신 카메라 쓴다, 그럴지라도 아직 멈춰! 최후의 심판이 남았으니. 바로 편의성! 텔레컨버터 갈아 끼우기란 세상 가장 귀찮은 일이야! 특히 야외에서 한다? 환장해. 카메라랑 렌즈를 어디 둘지 갈피를 못 잡고, 두 손은 꽉 차고, 먼지 들어갈 걱정이 태산이고, 그러다 렌즈 놓쳐서 바닥에 수직낙하 시키고!
그런 의미에서, 소니가 생각이 있으면! 70200G2에 전용 2배 텔레컨버터를 내장했어야지! 해상력 빵빵한! 니콘처럼!
크흑, 역시 니콘! 버튼 하나로 텔레컨버터가 들어갔다 나왔다, 얼마나 편하니! ...만약 70200G2가 내장 텔레컨버터를 달고 나왔지? 그럼 진심으로 70200GM2와 용호상박을 이루었을 거야. 90매크로를 대체했을 지도 몰라. ...헌데 그렇지 못 했죠? 이건 뭐 죽도 밥도 아닌 어중간한 제품이죠. (짝!)
이상, 7200G2 매크로에 대해 내 감상을 털어봤어. 너무 차갑게 평가했니? 장점 하나는 소개할까?
매크로 모드 있는 건 좋더라. 칭찬은 이게 다야. 크흠. (...) ...글쎄다. 사진이 아닌, 영상 촬영에서는 이 렌즈가 빛을 발휘할 것 같아. 행사장에서 인물을 클로즈업으로 쭉 당길 때 유용할 것 같기도 한데. 흐음... 난 사진이 주력이라 이 부분은 잘 모르겠네.
오늘의 결론. 70200GM2로 갑시다! 접사는 90매크로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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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