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정책들
모두 옥체강녕하십니까? 전 더위를 먹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합니다.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이런 날이야말로 분노를 표출하기 딱 좋은 때 아니겠습니까!
지지난주였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두고 토론회를 열었어.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래. 월 100만원에 동남아 여성을 가사도우미로 쓸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한데. ...그런가? 그래야 하나?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내 본능과 감정이 욕지거리를 내뱉었어.
이건, 뭔가 아니잖아?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지 않아?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일단 저출생이 왜 문제지? 기후위기 속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존 인간이 줄어 들여야 하지 않나? 뭐 대한민국 부동산 경기만 따지자면 인구가 느는 편이 좋다지만, 아잇! 언제까지 땅 투기에 의존하며 살 텐가! 반박 시 투기꾼! (짝!)
가사도우미와 저출생의 관계도 잘 모르겠어. 가사도우미라, 외국인 가사도우미라... 정말 모르겠어. 연예도 결혼도 포기한 인간이 출산까지 상상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네... 그래도, 내가 유부남이 됐다 쳐. 내 아내와 자식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한다라? 그럴 시간에 육아휴직을 요구하겠어. 내 귀한 자식을 이왕이면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고.
한편, “외국인”이라는 게 동남아시아 여성을 칭하니까. 좀, 뭐랄까, 이게... 물론 경제성만 따지자면 대한민국에도 좋고, 그 분들에게도 좋고, 다 좋은 정책일지도 몰라. 그런데 내 속에 무언가가 반대의 기치를 들어. 그게 무엇이라고 속 시원히 묘사할 수 없다는 게 통탄이다. ...내 안에 인간성인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민?
어쩌면 정반대의 이유일수도 있지. 외부인에 대한 경계, 혐오! 그들 때문에 자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최저임금제를 잃고, 딴엔 그나마 피부색이 흰색에 가까운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고! 어디 동남아시아 지지리도 못사는 종족이 우리 밥그릇을 침범해! (...) 이런 끔찍한 생각말야...
아무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어.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정도로 끝날 줄 알았어. 그런데 웬걸. 어제 후속기사가 떴네? 서울시,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 들여올 것. 최저임금 탓에 월 200만원 지급할 것. ...아니, 오세훈 시장님. 아니, 이건... 무려 세비 1억 5천만 원이 걸린 정책치고 너무 급하게 진행시키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말할게. 너무 아니꼬워 보여! 무슨 외국인 가사도우미야! 높으신 분들 부려먹으실 저렴한 노예제 보는 것 같다고! (짝!) ...이건 논리를 넘어선 영역이야. 내 불 터질 심장을 다독여 보라고...
그러고 보니 내 심장을 달군 정책이 하나 더 있지. ..결혼자금 증여재산 세액공제! 자녀가 결혼할 경우 신랑 신부 각 1억 5천, 총 3억까지 비과세로 부모님이 물려줄 수 있다! 야이! 이 솥 같은 대한민국! 망해버려라! (짝!)
역시 이성이 통하지가 않아.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세법개정안이라 한들, 아니! 아니꼽다고! 누군 연예조차 포기했는데! 결혼은 꿈도 못 꾸는데! 부모님이 1억 5천 물려줄 만큼 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린 어떻게 하라고! ...왜 우릴 버려두는 거야? 우린 희망조차 없는 거야? 서민 축에도 들지 못하는 거야? ...필리핀인 척 위장해서 가사도우미 뛰어야 하나...
답답해서 그래.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대중교통요금, 식료품비는 다 올려놓고, 진짜 서민들에게 고통을 뿌리고, 더욱 사랑에서 멀리 떨어뜨려놓고, 왜! 좀 사시는 분들에게 혜택을 내린다는 거야! 가사도우미 퍼줘, 자녀장려금 퍼줘, 법인세 깎아줘, 다주택자 종부세도 유예해줘, 내가 이런 나라에 애정을 가질 필요 있나? 야너두! (짝!)
나도 사랑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고, 애 낳고 싶어. 내 최소한의 본능부터 해결해주는 국가에서 살고 싶어... 대한민국 만세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 100만원? 그럼 한국 가죠” (chosun.com) (23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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