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와 흉물 사이에서
새만금 잼버리 이후 지방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가고 있는 지금, “그” 문제를 거론해 보자고. 바로 지방 곳곳에 지어진 조형물! 새만금 잼버리만큼이나 세금이 달달하게 쓰이는 곳 말야.
시작은 충청북도 괴산! 이름하야 괴산 군민 가마솥!
제작비 5억, 43.5톤에 달하는 주철이 사용됐대. 국내 최대 규모의 가마솥을 보유하셔서, 괴산 군민 여러분 행복하시겠습니다. (짝!) ...그런데 정작 이걸 가마솥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어. 철판이 워낙 두껍다 보니 뭐하나 제대로 조리가 안 된다나.
가마솥으로 쓸 수도 없고, 덩그런 철판을 누가 보러 오는 것도 아니고, 먼지지만 쌓여가는 상황이더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차라리 고철로 녹여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잖아? 근데 이 방안에 대해 우리 김영환 충북지사께서 적극 반대하시더라고.
김영환이 누굽니까.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덤덤히 묻어버린 지도자이자, 한때는 본인 스스로 친일파를 자청한 인간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말할게. 난 김영환 지사가 당장 도지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해.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꼬워. ...허나 가마솥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만큼은 동조되더라고.
김영환 지사 왈, 가마솥을 그대로 둬야 한다. 세금 낭비의 증거물로서, 졸속 행정의 상징으로서! 저 우람한 철덩이를 두고두고 우리 후손들이 돌이켜 봐야 한다는 거지. ...호오, 제법 설득력 있지 않아? 여러분 의견은 어때? (...)
하긴, 20억 들여 만든 거북선. 짝퉁 논란이 따라다녔던 거북선. 경매에 내놨으나, 이마저 유찰에 이른 거북선!
결국 나무는 불태우고, 금속은 고철로 쓸 계획이래. 참... 거북선도 남겨둡시다! 김영환 지사 말대로 자자손손 본보기로 둡시다! 정신 잠깐 놓으면 우리 세금이 저렇게 쓰인다! 20억 슈슉!
한편,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논란이 된 조형물이 있었어. 부산 동구 초량 “살림숲”!
연탄보일러니, 장독대니, “다라이~”니, 정겨운 생활 물품을 이용해서 장승마냥 탑을 세워 놨어. 어때? 여러분 소감은? (...) 글쎄다, 난 좋았어. 우리네 서민들 정취가 담긴 조형물이었으니까. ..그러나 싫어하시는 분도 많았걸랑. “흉물”취급까지 받았어.
우여곡절 끝에 살림숲은 초량을 떠났어. 현재는 부산현대미술관 썬큰가든으로 자리를 옮겼지. 살림숲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아... 그래서 살림숲을 조성하는데 소모된 비용이 얼마냐? “5억” 들었대. ...잠깐만, 살림숲 좋아한다는 말 취소할게. 장독대, 대야 쌓는데 무슨 5억이나 써! 미친 거니! 5억? 5억! 부산 동구민으로서 수치심마저 느낀다! 이게 나라냐!
후우, 전국에 분포한 조형물 중 제값 하는 녀석이 있기는 할까? ...는, 1곳 있구나. 전라남도 함평군 황금박쥐상!
2008년, 27억을 들여 제작했어. 순금 162KG, 은 281KG. 처음부터 예산낭비 지적이 사방에서 쏟아졌지만, 이제는 다 흩어졌지. 날이 갈수록 치솟는 금값 덕에 박쥐상 몸값이 처음보다 5배가량 뛰었으니까. 시가 135억! 캬!
역시 금은 항상 옳다. 여차하면 녹여 쓰라지. 그 전에 조형적으로 덕심을 자극하지 않니? 저 역동성! 박쥐의 보드라운 털까지 재연한 장면에서 감탄이 나오더라니까. 황금박쥐상을 디자인한 홍익대 관계자 여러분, 박수 드립니다.
그럼 이참에 모든 조형물을 금으로만 만들게 하면 어떨까? 본전은 뽑지 않을까? (...) ...는, 내 생각이 짧았어. 금으로 만들면 뭐해. 경호 인력 붙여야지, 꼭꼭 유리벽에 가둬나야지, 보험에도 가입해야지, 참고로 황금박쥐상은 매년 2천만 원 씩 보험료로 내고 있대.
황금박쥐상, 130억이 넘는 조형물치고, 그 만큼 함평군민들에게 사랑받는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오히려 귀하신 탓에 관람만 힘들잖아. ...그나저나 황금박쥐상을 만든 이유가 뭐였지? 함평군에 멸종위기종 황금박쥐가 집단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만들었대. 그래서, 황금박쥐상은 황금박쥐들의 생태에 이바지 했는가? 흐음...
아잇! 생각할수록 황금박쥐상도 세금낭비네! 이게 뭐야! ...그냥 사우디 빈살만에게 200억에 팔면 안 될까? 아니면 영화 배트맨 촬영할 때 특별 소품으로 대여하던가, 앙? 함평군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무튼. 더 이상 세금 녹는 조형물은 그만! 지켜봅시다! 마무리 곡은 김동률의 황금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