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으로 순간을 담고 싶은 장비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카메라 조명 이야기! (...) 지금 내 머리가 온통 “플래시”로 가득해서 말야. 이 답답함을 여러분에게 털어놔야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만 도와줍쇼. 꾸벅!
플래시,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꼭 필요한 장비 같아. 비단 그림자를 밝히는 역할 뿐만 아니라, 플래시의 발광시간을 활용하여 순간을 포착할 수 있더라고. 마치 시간이 얼어버린 듯한 사진 말야.
염호영 작가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순간광의 “섬광지속시간”, 찰나의 반짝임을 이용해서 마치 그대로 멈춘 듯한 장면을 이끌어내셨구나. 캬!
이실직고할게. 난 최근에야 섬광지속시간이 무엇인지 깨달았어. 영어로 “듀레이션 타임”이라고 하지? 순간광이 빛을 유지하는 시간, 플래시 지속 시간 등으로 해석할 수 있으려나? 섬광지속시간은 카메라 셔터 스피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 완전히 독립된 개념이더군. ...아잇, 머리로는 대충 이해한 것 같은데, 여러분 앞에서 말로 표현하려니 전달이 안 돼. 죄송합니다. (...)
요약하자면, 순간광 섬광지속시간은 매우 짧다! 길게는 1/370초, 짧게는 1/28000초를 넘나든다. 이를 이용해서 마치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높인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과연 이 사진은 섬광을 터뜨린 사진일까?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찍은 사진일까?
정답은, 순간광을 쓰지 않은 사진! 79mm F4.5 ISO400에서 셔터스피드 1/2000로 순간광 없이 찍은 사진이야. 그래도 분위기는 염호영 작가님 사진이랑 비슷하지? ...이러면 순간광 지속시간을 꼭 사용할 필요 있나? 그저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왕창 올려서 찍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닌가?
...는 천만에! 섬광지속시간이 활약할 때는 오히려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느릴 때였어.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한없이 낮춘 상태에서, 조명이 닿는 특정 피사체만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더라고. 가령,
어둑한 노을 배경을 담으려면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최소 1/15 아래로 낮추었을 텐데, 인물은 공중에 멈춰있다? 흔들림 없이? 이게 말이 되나? ...했는데, 섬광지속시간을 알고 나니 그 수수께끼가 풀리더군. 순간광이 닿는 인물은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아닌, 섬광지속시간의 영향권 아래에 있으니까. 한 사진에 스피드가 혼재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어. (...) 내 딴엔 최선을 다해 설명했어. 더 이상은 표현력의 한계야. 죄송합니다.
아무튼. 순간광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눈에 들어오자, 몸이 근질근질 한 거야. 장비혼에 불이 붙는 거야! 눈앞에 플래시가 아른 거려. 특히 소니 HVL-F60RM2가! 소니 카메라 쓰는 이상 소니 순정 플래시를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장비가! 이것이 허세! 지를 돈도 없는 놈이 욕심은 넘쳐요! ...흑흑.
못 사는 떡 찍어는 먹어보자 해서, 이리저리 F60RM2에 대해 조사해 봤어. 그러던 와중에 다분히 F60RM2를 냉철하게 비판하는 소감문을 발견했걸랑. “크리스 감팟” 씨가 작성한 글인데, 단연 F60RM2 리뷰 중 가장 자세한 것 같아.
그래서 크리스는 F60RM2에 대해 어떤 단점을 지적했냐? 첫째, 전용 리튬 배터리가 아닌 AA 건전지가 들어간다. ..둘째, 너무 비싸다. 이 돈이면 차라리 고독스 V1을 2대 사라. ..셋째, USB-C가 아닌 마이크로 USB단자가 들어갔다. ..넷째, 듀레이션 타임이 길다.
이에 대한 내 생각. 첫째, AA배터리가 들어가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리튬이온 AA충전지도 나온다. ..둘째, 비싼 건 맞다. 소니 강아지아기! (...) ..셋째, USB-C가 들어가지 않은 건 할 말이 없다. 소니 호루라기! 다행히 USB단자는 제품 펌웨어 업데이트 할 때나 사용하니까, 크게 걱정할 거리는 아니다. ...넷째, F60RM2 듀레이션 타임이 길다고? 증거 있어? 왜 우리 소니 플래시를 음해해! (...)
크리스 글에는 F60RM2 듀레이션 타임을 측정한 자료가 없어. 단지 타사 플래시에 비해 느린 것 같다고 추측할 뿐이야. 정말일까? ...나 나름대로 각 회사 듀레이션 타임 측정치를 살펴봤거든? 근데 F60RM2 듀레이션 타임 자료는 그 어디에도 없더라고. 딱 하나, 소니가 밝히길, 1/1 최대광량에서 2.8밀리세컨드 이하래. 대략 1/360초 정도?
타사 플래시 듀레이션 타임 자료는 제법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어. 대표적으로 고독스 V1!
자, 최대발광에서, T.1, 그러니까 10% 이상의 광량에서의 듀레이션 타임의 길이를 재 봤더니. (...) 아잇. 오늘 왜 이렇게 어렵니. 혀까지 꼬이네. ...1/405초야. F60RM2보다 약 10% 더 빠르지. 그러나 이 10% 차이가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듀레이션 타임은 광량이 높을수록 더 길어지는 경향을 갖거든? 고독스 V1보다 F60RM2가 광량이 더 센 거 같은데?
참고로 고독스 V1, 광량에 따른 듀레이션 타임 변화야. 광량이 줄수록 듀레이션 타임이 짧아져.
아무튼. 난 크리스 씨가 지적한, F60RM2 듀레이션 타임이 타사 대비 느리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어. ...사실, 광량이니, 가이드넘버니, 듀레이션 타임이니, 측정 방식이나 기준에 따라 값이 이래갔다 저래갔다 마음대로더라고. 믿을 수가 없더라고. ...누가 전 세계 모든 플래시를 각 10대씩 일정 기준으로 평가한 자료가 있으면 좋으련만. 끄응...
여하튼. 오늘의 결론은요! ...선생님, 플래시가 사고 싶어요. 소니 HVL-F60RM2를 사고 싶어요. 한 푼 줍쇼! (...) 후아, 여러분 앞에서 내 갈증을 여과없이 털어놨더니, 이제야 살 것 같아. 고맙습니다!
이상!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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