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죽음의 이지선다
토요일은 카메라 장비 썰! 오늘 주제는 역시나 “조명 장비”!
혼자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우면서, 인물의 상반신을 화사하게 비출 만큼 거대한 광면적을 지닌 조명. 이 얼토당토 않는 조명장비를 찾아 헤맸지. 딴엔 답에 가까이 다가간 줄 알았어. 그 답이란 바로 플래시를 카메라에 직결한 상태에서 반사판으로 광면적을 확보하기! 이렇게!
바네사 조이 님입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엔 반사판을, 그것도 활짝 웃으시면서 짊어지셨어. 저 무거운 걸 들고도 미소를 잃지 않다니, 존경합니다. ...나도 시험 삼아 오직 한 손으로만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에는 태블릿을 들어봤거든? 결과는 대참패!
채 1분도 안 돼서 팔뚝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 도저히 촬영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 결정적으로 사진 찍는 재미가 반에 반에 반 토막이 나버리더라고. 왼손을 못 쓰니 줌링 못 돌려, 포커스링도 못 돌려, 포커스 홀드 버튼 못 눌러, 메뉴에 진입 못 해, 이러다 보니 모든 걸 카메라에 맡겨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라곤 셔터 버튼만 뚝뚝 누르는 게 전부였어. 이건 아니잖아?
결국 한 손 카메라, 한 손 반사판은 포기! ..반사판 없이 주변 사물을 이용해서 플래시 반사를 치거나, 정 반사판을 쓰려면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대동해야 할 것 같아. 내 그토록 조명 스탠드를 쓰기 싫었건만, 방법이 없는 걸까...
아무튼. 조명 스탠드를 쓴다 쳐. 여기서부터 죽음의 이지선다가 펼쳐졌어. 안정성을 챙길 것인가! 휴대성을 챙길 것인가! 이 상반된 요소가 날 고민의 구렁텅이로 내몰았어. 튼실한 걸 원하면 무거워지고, 반대로 가벼운 걸 원하면 휘청휘청 거리고, 아오!
사실 난 모노포드를 갖고 있거든. 아이풋테이지 코브라 C180 모노포드! ..추가지출 없이 최대한 이 녀석을 조명 받침대로 활용하고 싶었어. 문제는,
C180은 모노포드치고 휴대성이 꽝이야. 접은 길이 69cm, 배낭을 뚫고 나와. 그런데 막상 다 펼친 길이가 181cm밖에 안 되거든. 조명 받침대 치고는 좀 짧지? 못해도 2미터 30은 넘었으면 좋겠건만, 아쉽다야.
한편 C180 무게가 1.3KG에 달하거든. 모노포드 주제에 웬만한 삼각대 뺨쳐. 나도 C180이 이렇게나 무거운 제품인 줄 몰랐어. 거참... 뭐, 좋아. 묵직할수록 그 만큼 잘 안 넘어질 테니까. 오히려 난 여기에 “워터백”을 추가로 덧대려고 했어. 안전은 중대 사항이니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라솔 무게 추라고 검색하니까 여러 쓸 만한 제품이 나오더라고. 그 중 내가 눈여겨 본 제품은 바로 이것!
500D 염화비닐과 매쉬 혼방, 최대 25KG까지 중량 가능, 편리한 손잡이. 괜찮네! 참고로 똑같은 제품이 아마존에선 23달러에 팔리고 있더라. 알리에서는 10달러인데! 당장 지를까! ...는, 동작 그만. (..?)
워터백을 모노포드에 꼽는 상상을 해 봤어. 이 제품 내부 구멍 지름은 8.3CM. 시원하게 모노포드에 들어가겠군, 여기까지는 좋아, 문제는 모노포드 하단 삼각대! 삼각대 다리가 아래로 접혀버리지 않을까? 촬영현장에서 모노포드를 이리저리 옮겨야 할 텐데, 그때 워터백이 하단 삼각대 다리를 아래로, 워터백만 바닥에 덩그러니, 앙? (...)
아이풋테이지 모노포드 하단 삼각대에는 잠금장치가 있는데, 이게 다리가 위로 접히는 걸 방지해줄 뿐, 아래로 꺼지는 건 전혀 개입을 안 해. 이럼 워터백은 나가린데... 단! 아이풋테이지에서 나온 “아쿠아드롭” 워터백은 사정이 다를지 몰라.
아쿠아드롭의 안쪽 구멍은 약 25mm에 불과하거든. 그러니 하단삼각대 상부 귀퉁이에 걸릴 테고, 이럼 워터백이 바닥으로 덩그러니 수직낙하하진 않을 테잖아? 아닌가? .,.끄응, 어렵네.
한참 고민에 빠졌을 무렵, 문득 내가 한심해 보였어. 난 왜 C180 모노포드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차라리 이 시간에 진짜 조명 삼각대를 알아보는 게 낫지 않나?
역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조명 삼각대로 검색하니 여러 상품이 나왔어. 카본으로 만든 것도 있더군. 근데, 이거 우리나라 SMDV에서 취급하는 제품인데, 왜 알리에서 더 싸게 팔고 있지? 엄... 지구는 둥그니까. (..,)
어쨌든, 0.8KG 제법 가볍고, 접었을 때 49cm고, 다 펼쳤을 때 2m 이상이고, 괜찮지? (...) 다만 손만 대도 넘어질 것 같아. 최상단 원통 지름이 13mm라니, 툭하면 부러질 것 같아. ...아잇, 마음속에 미련이 남네. 난 묵직 게 좋아! 그러나 무거운 건 싫어! 흑흑... (...)
그냥 듬직한 A스탠드가 나을까?
그러기엔 짊어져야 할 무게와 부피가 너무 크구나. 접었을 때조차 96cm에 달하는 녀석을 무슨 수로 들고 다닌담. 거기다 2.25KG의 덩치를 하루 종일 매고 다녔다간 허리가 휘어버릴 거야. 따흑.
정말, 이게 뭐니... 1달을 넘게 조명 장비에 대해 고뇌했건만, 답은커녕 갈수록 오리무중이야. 적정선을 못 찾겠어. 이제는 “플래시”마저 결심이 흔들려. 처음에는 당연히 카메라 핫슈에 장착할 수 있는 경량 스피드라이트 제품을 고려했는데, 어느새 200W급을 기웃거리고 있어.
그렇잖아? 어차피 조명스탠드를 써야 한다면, 그럼 무선동조 쓰고 말지. 200W가 뭐야, 맘 같아선 300W 이상 조명이라도 쓰고 말지. 110cm 이상 큼직한 소프트박스까지 달고 말지. 하! 언제는 초경량에 목맸으면서!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내가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걸까? 정도로 갈 생각을 않고, 어떡하든지 꼼수로 돌아가려는 심보일까? 그래서 답이 안 보이는 걸까? 짐은 들기 싫고, 간편하게 조명을 사용하고 싶고, 그런데 빛은 세상 풍부하게 퍼졌으면 좋겠고, 끄응... 이거 완전 놀부 심보잖아!
...그래도 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해봐야지.. 부디 10월 말 부산코믹월드 전까지는 해답을 찾아야 할 텐데... 여러분의 조언 언제나 환영합니다! 살려줘!
우리가 보는 조명 사진들은 사실 대부분 보조 한명 데리고 다녀야 나오는 퀄리티죠...ㅠㅡㅜ
사실 바람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려고 아무 확산판 없이 생 조명 쓸려고 그 난리를 치는게 아니니까요..ㅎㅎ
오히려 원하는 앵글이 고정적인 사진이라면 카메라를 좋은 삼각대에 거치하고 내가 조명을 들고 다양한 위치를 세팅하며 리모컨으로 촬영 하는게 나을정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