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카메라 플래시 사용하기
즐거운 토요일, 언제나 카메라 장비 썰! 오늘 주제는 바로, 플래시! 과연 행사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난 한 때 플래시를 혐오할 만큼 싫어하던 인간이었어. 특히 행사장에서는 말야. 이유는 차차 설명할게. 그랬던 놈이 입장을 180도 바꿨으니, 괜히 행사장에서 플래시를 쓰고 싶은 거야. 저번 주 붕괴 스타레일 부산 투어에서 은근슬쩍 플래시를 사용했어. 딴에 플래시 장만했다고, 연습할 거라고, 철면피 딱 깔고, 어쩌라고 정신으로! (...)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당시 주변에 사진사, 모델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촬영 내내, 그리고 촬영을 끝내고 나서도 마음이 무거웠어. 난 대체 무슨 사진을 찍을 거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플래시를 펑펑 터뜨렸나...마치 내가 브루스 길든이 된 듯 했어.
브루스 길든이 아무리 대단한 작가라 할지라도, 난 그의 촬영 행태에 동의할 수 없어. 일방적인데다, 플래시까지 터뜨리다니! 이래서는 안 된다. ...근데 정작 자기는 똑같이 플래시를 사람 앞에서 터뜨려? 이런 간사한 놈! 앞뒤가 다른 놈! ...다시 한 번 더 머리 박겠습니다.,..
스스로 다짐하는 차원에서, 오늘을 계기로 플래시 사용에 구속구를 걸 작정이야. 행사장에서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 첫째, 다른 사진사의 사진을 망칠 수 있다!
갑자기 확 밝아진 환경 탓에 노출초과가 일어나는 거야 그러려니 해.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플래시 밴딩“!
여러분은 행사장에서 간혹 검은 줄이 쭉쭉 가는 사진을 찍지 않았어? 나는 몇 번 경험했거든? 이게 알고 보니 플래시 때문이래. 동조속도 이상의 셔터스피드에서, 보통은 1/250초지,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옆에서 플래시를 팡 터뜨리면 셔터막 그림자가 고스란히 사진에 남는대.
그럼 셔터를 1/250초보다 느리게 가져가면 플래시 밴딩을 예방할 터. 그런데 하필 난 지스타니 코믹월드니 WCG 같은 행사장에서조차 셔터스피드를 최소 1/500에 두고 사진을 찍걸랑. 왜 1/500 이상을 고집 하냐고 물으신다면, 제 취향입니다...(...) 그러니 난 플래시 밴딩을 막아낼 방도가 없어. 이처럼 본인이 플래시에 제일 취약했으면서, 어떻게 태세전환을 벌였던 말인가! ...머리 또 박겠습니다.
둘째, 플래시로 인해 모델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동공을 강타하는 강렬한 빛! 눈뽕!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염호영 작가님은 반려견을 촬영할 때 일부러 ISO를 높여서 촬영하신대. ISO를 높이고, 그만큼 조명 광량을 줄여서 반려견의 눈을 보호하려고.
난 과연 염호영 작가님과 같이 상대를 배려했는가? 그저 사진 찍을 욕심만 부리지 않았던가.... 참.,
이러니 행사장에서 플래시를 사용해야겠어, 말아야겠어? 당연히 말아야지! 나 스스로에게 꾸짖습니다! ...는, 여전히 안일한 생각이 들어. 플래시, 잠깐 사용하는 거야 괜찮지 않을까? 남들도 다 쓰는데 나라고 안 쓸 이유 있나? ...내로남불이니? ...내로남불이지? ...에휴...
에라이! 여러분 앞에서 선포할게! 나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만 플래시를 사용할 것을 엄숙히 선... 선서해봤자 계속 맘이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허세로나마 선서합니다! 주변에 다른 촬영자가 없을 때, 그리고 모델님에게 반드시 사전 동의를 구하고, 허락 하에 플래시를 쓰겠어! 의사전달이 불가능한 동식물에게는... 에잇! 까짓것 플래시 쓰지 마라지!
내가 과연 방금 엄포한 맹세를 지킬 수 있을까? 여러분의 감시와 질타가 필요합니다. (...) 그나저나 이럴 거면 난 왜 플래시를 샀을까? 전 재산을 쏟아가며, 앙? 쓸 데도 없고, 쓸 수 있는 기회도 희박하고, 무겁고, 갑자기 허무감이 몰려와... 아니! 플래시, 언젠가 쓰는 날이 오겠지! 세상에 나쁜 장비는 없다! 잘못이 있다면 나! 인간 책임!
아참, 플래시는 그렇다 치고, 몇몇 분들은 행사장에서 지속광을 비추는 행위마저 싫어하시더라고. 흐음, 글쎄다..,. 사실 난 여태껏 다른 분들의 지속광 때문에 촬영에 애를 먹은 적은 없거든? 오히려 모델 얼굴에 빛을 비추어주면 좋아라 했어. 특히 광면적이 거대한 지속광은 격하게 환영이지. 무임승차 해야지. (...)
물론 알록달록한 조명이라든가, 각도가 너무 이상한 광원이야 눈살을 찌푸릴 수 있겠다만, 엄... 모르겠어... 행사장에서의 예절, 상호배려. 이 부분까지 다루기엔 일이 너무 커지니까. 일개 취미 장비가인 내가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니. 사실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말야... 워워, 서늘한 감촉이 느껴진다. 위험해. 그만!
아무튼. 플래시. 당당하게 쓰고 싶습니다!
Revisiting Shutter Speed In Relation to Flash Photography — Cornicello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