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정하다 길을 잃은 자
오늘 칼린쇼는 음악 감상으로 대체하겠어! 왜냐! ...지금 내 정신상태가 쇼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지 않으니까!
그게, 2주 전 부산 해운대에서 열렸던 붕괴 스타레일 행사. 그때 찍은 사진을 보정하고 있노라니, 멘탈이 고추 바사삭처럼 부서지고 말았어. ...내가 원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보정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젠 그 어느 것 하나 모르겠어. 기준을 잃었어. 살려줘.
아무튼. 기운을 차려야 합니다! 첫 곡은 김동률, 황금가면!
요즘이야말로 황금가면이 등장해야 하지 않니? 각자도생의 시절, 무정부의 시절 말야. (짝!) 에라이, 오늘 눈에 뵈는 게 없다! 다 죽자! (짝!)
다음 곡입니다. 골든 봄버. 메메시쿠떼.
유튜브가 난데없이 이곡을 추천해 줬어. 왜죠? ...참고로 메메시쿠떼는 “연약해서, 찐따라서” 정도로 번역할 수 있더군. 호오, 내가 찐따라서 이 곡이 리스트에 떴나? 야너두?
이어서, 김현중, 럭키 가이.
뮤직비디오에서 일본느낌이 나지 않아? 가부키초의 호스트바? (...)
그렇다면 이번에는 Electrix Six, 게이바!
어느덧 게이바가 발매한지 정확히 20년이 흘렀대. 헌데 2003년에 나온 뮤직비디오치고 요즘 봐도 전혀 꿀리지 않지? 역시 명작은 시대를 관통하나 봐. 앙!
아무튼. 신나는 노래를 들으니 근심걱정이 사라지기는, 커녕, 여전히 맘이 무겁네! 난 무사히 보정을 마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사진이란 무엇인가! 제발! 하느님!
끝으로 이 불안을 담아, 김광석, 일어나!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예를 들어 커버 사진으로 들어가는 것과 현실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겠죠. 특히나 요즘 만지시는 코스프레 같은 경우는 짙은 분장을 바탕으로 꾸며진 인물을 찍다보니 대부분 커버처럼 보정을 합니다. 분장(ex.볼터치)이 두드러지지 않고 그 사람의 피부에서 그대로 배여난 듯한 느낌. 이는 사진기가 고성능 고화질로 가면서 과거의 손바닥만한 사진을 벗어나 꽤 큰 사이즈로 표현되다보니 상당히 중요해진 부분이죠. 왜 TV에서도 탤런트들이 FHD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공까지 보이기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잖아요. 사진의 세계도 그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가장 쉬운 예로는 <맨즈헬스> 표지나 일반적인 바디프로필이 있겠네요. 사실 전문선수가 아니고서 일반적인 체형의 사람이 디피니션까지 살리기가 쉽지 않아 바프를 찍을 때는 분장의 도움도 받죠. 그리고 그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흑백사진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즉 보정은 단순히 수정에 한한 것이 아니라 피사체를 표현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인화와 출력에 어떤 필터를 쓰느냐- 까지 해당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보정이 제일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나 목적성이 배제되거나 상실된 촬영은 더욱 더 그렇죠. '화룡점정'의 상황에서 정작 어디를 보는 용을 그릴 건지 정하지 못한 상황이랄까. 진짜같이 날아오르는 용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만 있을 뿐, 그 욕망의 표현(승천에 대한 갈망인지, 하계에 대한 미련인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당연히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에 당면하시게 된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경우는 두 세 가지의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보정 버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들고 원하는 사진을 고르는 것입니다. 단지 스스로의 마음에 물어서 갈피를 못 잡겠다면 직접 그 결과물을 보고 나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원했던 그 한 장의 사진을.
어쩌면 보정까지도 촬영의 일부가 된 지금의 세상에서 주인장님은 중요한 한 가지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촬영의 '목적성' 말이죠. 방황했던 이번 여정의 목적지를 찾으시게 되면 그것도 보여주세요. 대체 어디를 가고팠던 것인지 저도 상당히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