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무궁화호
철도 노조 파업이 오늘 9시 부로 끝났어. 여러분은 왜 철도노조가 이번에 총파업에 들어갔는지 알아? (...) 난 모르겠어. 관련 기사를 찾아봤음에도 확실한 이유를 모르겠어.
다만 이번 파업이 SRT과 엮여 있다는 점은 어렴풋이 느껴. SRT가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을 새로 개통하면서, 여기에 투여할 기차를 다름 아닌 기존에 서울 부산을 오가던 노선에서 빼갔거든.
원래라면 신설한 노선에 맞추어 기차 수를 늘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 했대.
결국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SRT 경부선. 이에 “경쟁사” KTX 배차를 대신 늘렸네? 여기에 철도노조가 반발이 심하대. 왜죠? (...) 자세한 전후 사정이야 모르겠다만, 하긴 내가 코레일 직원이라도 황당하겠어. 남의 회사 사정을 우리가 돌봐줘야 하다니. 언제는 민영화니, 경쟁이니, 온갖 시장 논리 내세우며 분열시켰으면서.
아무튼. 이번 SRT 수서 부산 배차 횟수가 줄어든 타격을 가장 받을 부산, 이에 대해 부산인인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는 사실 관심이 없어요! 왜냐! 나는 SRT를 탈 만큼 여유롭지 않으니까. 서울행 SRT가 51,800원. 왕복 10만원이 넘어. 이렇게 요금이 살벌해서야 감히 고속열차 탈 용기가 나?
하지만 어쩔 수 없이 KTX, SRT를 타야만 할 때가 내게도 있었어. 한창 취업 준비 했을 때, 면접의 99%는 서울에서 치러지니까. 그것도 오전에! 고속열차를 타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어. 후우... 갑자기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그때 기차비로 날려버린 액수만 얼마인지... 워워! 아픈 추억은 그만!
현재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SRT 배차 따위가 아냐. 그 보다 우리 서민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이 올 문제, 바로 무궁화호의 소멸! 경부선에 무궁화가 사라져! 무궁화호의 빈 자리는 ITX-마음이 대체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무궁화는 약 6시간이 걸리는 반면, ITX-마음은 4시간 40분 정도 걸려. ITX-마음은 새마을호랑 속도가 같거든. 그럼 좋아진 거 아닌가? ...아니! 요금이 일괄 새마을호 비용이 돼버리니까! 소비자로서 선택권이 줄어드니까! 무궁화호는 서울 부산 28,600원이야. 그런데 ITX-마음은 42,600원이걸랑. 50% 인상! 하아...
난 42,600원 내고 4시간 40분 걸려서 서울 갈 바에, 차라리 51,800원 주고 SRT 탈래. 야너두? (...) 잠깐, 왜 계속 이 모든 과정이 마치 SRT를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느껴질까? 내가 너무 음모론적으로 생각하는 거니? 참...
아잇! 갑자기 열 받네! 서민으로서 서글퍼지네! 지방인으로서 울분이 터지네! 왜 내게 무궁화호를 앗아가는가! 부산민은 서울 촌동네 여행오지도 말라는 뜻인가! (짝!) ...나야 괜찮아. 공짜로 보내주지 않는 이상, 이제 서울 가고 싶지도 않아. 그러나 서울에 가족이 있는 어르신, 면접 보러 상경을 해야만 하는 취준생은 어떻게 하라고?
무궁화호... 물론 6시간 지겹지. 몸이 찌뿌둥하지. 그러나 그 달그락거림에 묘한 매력이 있다고! 특히 옆자리에 어여쁜 여성분이라도 앉으면 6시간이 순삭이라고! 팔꿈치와 팔꿈치로 전달되는 페르몬! 인정? (짝!) ...난 아주머니, 할머님의 온기도 그저 좋았어. (짝!) ...죄송합니다.
여하튼. 나는 원한다! 조금 느려도 값싼 철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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