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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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장례마저 자본주의적 계산으로 따지다 (4) 2023/09/27 AM 12:14





장례마저 자본주의적 계산으로 따지다

 

 

“퇴비장”을 아십니까? 올해 미국 뉴욕주에서도 합법화 된 장례 방식인데, 말 그대로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이래. 마치 음식물쓰레기를 미생물처리기로 분해하는 것처럼 말야. (...) ...무례한 비유, 죄송합니다.

 

사람을 음식물 처리하듯 떠나보낸다? 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까? 마침 퇴비장에 대해 가톨릭에서 반대가 심하대. ...이쯤에서 질문. 고귀하게 땅에 시신을 묻으나, 미생물 발효장에서 썩히나, 결말은 같은 거 아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앙? 이럴 거 차라리 처음부터 미생물 처리기에서 깨끗하게 분해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짝!)

 

딴에 환경전사를 자처하는 이 몸으로선 퇴비장이 좋아 보이더라고... 매장처럼 땅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처럼 연료를 소모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발효에 필요한 에너지와 약간의 매탄가스만 방출하면, 홀가분하게 이승과 작별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퇴비장보다 더 친환경 장례가 있구나? 이름하야 “천장”, “조장”. 하늘로 돌아가는 장례, 새들의 먹이로서 생을 마감하는 방식.

 

독수리가 떼로 몰려들어 시신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자니 섬뜩해. 그러나 한편 저 모습이 자연답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구나... 어라? 갑자기 내 장례를 천장으로 치루고 싶어졌어. 티베트의 사늘한 하늘 아래에서 내 최후를 맡기고 싶어. 심장마저 시원 통쾌하게!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장”을 염두에 두었거든. 헌데 화장은 너무 뜨거울 것 같아. (...)

 

아잇, 나도 못 말리지지. 언제는 죽으면 아무것도 못 느낄 것처럼 말했으면서, 땅에 묻히나, 미생물에 썩히나, 새들에게 뜯기나, 다 같이 취급했으면서... 그런데 막상 화장은 뜨겁다고 기피하다니, 이왕이면 차가운 하늘 아래에서 마지막을 보고 싶다니... 어쩔 수 있습니까! 이게 인간 아니겠습니까! 야너두? (...)

 

그나저나 현실적으로 장례를 걱정해 보자고. 여러분은 가족이 돌아갔을 때, 어떻게 대처할 셈이야? ...난 눈앞이 깜깜해. 그러면서 비용부터 걱정해... 우선 자택에서 사망 시 시체검안서를 발부받는데 30만 원가량이 든대... 이후 장례식조차 생략하고, 고인을 “화장”하는데 최선을 다한 쳐. 최소 관은 짜야 할 터인데, 가장 저렴한 중국산 오동나무 관이 7만원... 이 관을 화장터까지 운구하는데 최소 10만원. ...화장하는데 12만원. ...총 59만원.

 

...모두 병 한 사발 던져줘... 59만원 앞에서 손이 떨려. 더 싼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장례마저 자본주의적으로 따지는 내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불쌍해... 에라이! 퇴비장이 인간 존엄에 어울리지 않아서 반대한다고? 지금 퇴비장이 문제니! 돈 없으면 퇴비장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인걸! ...존엄을 지키는 일마저 돈이 드는구나...

 

워워! 분위기 전환! 어떻게든 59만원이야 마련할 수 있겠지? 그치? 정 안 되면 국가에서 빌려주겠지. 빌려줘야지! 아무렴! 미리 걱정하지 맙시다! (...) ...자, 화장이 끝난 후 유골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유골함에 고이 모셔야 할까? 아니면 흩어버려야 할까?

 

난...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병에 유골을 담을 테야... 담지 못해 남은 유골은 부산 어딘가에 뿌릴 테야... (...) 워워, 나도 알아. 유골을 함부로 뿌리는 행위는 금지란 걸, 환경오염이란 걸. 정부가 2023년 올해서야 “산분”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래.

 

다행히 내 고장 부산은 합법적인 산분장이 있더라고. 이름하야 “해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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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해운대, 광안리 바다에서 산분하는구나? 호오... 그런데 난 도무지 해양장을 이용할 마음이 들지 않는 걸! 일단 화장 비용 앞에서 벌벌 떠는 놈이, 해양장 하느라 요트 빌리는 데에 지갑이 열겠니? 전혀! (...) 게다가 난 부산 사람이지만 해운대 쪽과는 인연이 없다고! 내 가족을 거기에 왜 뿌려! 뿌리자면 자갈치 앞바다에서 뿌려야지! 우리 가족이 살아왔던 터전에서! 콱 자갈치 어시장 앞에서 산분 할 테다! (짝!)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여하튼... 퇴비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기만 할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무거운 이야기까지 흘러왔구나. 미안해... 그래도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까! 미리 살짝 걱정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

 

죽음은 산자의 몫. 부모님의 영면까지만 힘냅시다! 우리들 죽음이야 누군가가 떠맡아주겠지! 인정? (...) 후아... 파이팅이다!






죽은 뒤 퇴비가 된다?...미 워싱턴주 5월부터 '퇴비 장례' 세계 최초 시도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죽으면 1달 뒤 흙으로…美 뉴욕주 "퇴비장 허용"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용안내 > 화장안내 │영락공원 (bisco.or.kr)
30만원 못 내서…서류상 ‘살아 있는’ 무연고 사망자 302명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나 죽으면 바다에 뿌려줘” 가능해진다…정부, 산분장 제도화 추진 | 중앙일보 (joongang.co.kr)
부산 바다해양장 (badaj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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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cube    친구신청

전국토에 깔린 묘지들 보면 어서 장례문화도 더 전향적으로 바꼈으면합니다

풍신의길    친구신청

미국에서도 화장이 50%를 넘었다군요! 우리나라 역시 장례문화가 간소하게 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roomer    친구신청

내가 죽으면 내 시체 따위 의대에 맡기든 화장하든 분뇨로 쓰든이라 생각했는데
님 글을 읽다 문득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남은 사람이라면
사체라도 마음이 아플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말씀대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은 절로 정성을 쏟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정말 가족이나, 저나, 죽음이 드리우면 달리 생각을 하게 될까요. 고민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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