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녹음기 탐방기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지. 아침의 햇살 소리, 황혼에 파도 소리를 온전히 기록하고 싶을 때가. 그러기 위한 휴대용 녹음기다! 카메라에 이어 녹음기까지 장비병 걸렸다제! (...)
사실, 지난 달 붕괴 스타레일 행사장에서 밴드 공연이 있었거든? 딴에 ECM-M1이라는 비싼 마이크까지 동원하며 연주를 녹음했지. 그런데 결과물이 깔끔하지 못 했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배로 돌아왔어.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인터넷에서 찾아 헤맨 끝에 “Ejim” 님의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었어.
음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이크 위치가 중요하다. 마이크를 되도록 음원에 붙여야 한다! ...이 사실을 행사 다 끝나고서야 깨우칩니다. 고맙습니다. ...허나 문제를 깨우쳤다 한들 마땅히 고칠 방법이 없는 게 진짜 문제였어. ECM-M1 마이크는 카메라 핫슈에 고정시켜야만 작동을 하는 마이크거든? 그러니 마이크를 음원과 가까이 붙이려면 카메라를 통째로 밴드 코앞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소리잖아? 난 무대 뒤편에서 망원으로 현장 사진을 찍고 싶은데!
결국 위치에 제약을 받지 않는 휴대용 녹음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어. 녹음기는 무대 앞쪽 스피커에 방치하고, 난 카메라를 들고 뒤에서 무음으로 셔터를 누르고, 이 방식! 그럴싸하지? (...) 그렇게 휴대용 녹음기를 사기 위해 이리저리 조사하던 중 이 영상을 보고 말았어. 김도헌 대림대 방송영상 음향학부 교수님의 영상.
유료광고 포함인 거 조심하시고, 소니 휴대용 녹음기만 다룬 점 유의하시고. 아무래도 내가 소니 카메라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녹음기마저 소니 제품에 먼저 눈이 갔어.
우선 다룰 제품은 PCM-A10.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82그램으로 가볍고, 음질 괜찮고, 20만원으로 그나마 고음질 녹음기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고, ...헌데! 보다시피 USB A단자 내장형이야. 아니, 이 무슨... 날이 갈수록 USB C단자로 대동단결하는 마당에, 저 덜렁덜렁 거리는 붙박이 A단자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 충전 할 때나, 파일 이동 할 때나, 녹음기를 USB단자에 꼽아 두어야 한다니! 난 A10 못 사겠다! (...)
이번에는 최상급기 PCM-D10. 가격은 대략 50만원. 비싼 만큼 A10보다 소리를 더 풍부하게 담더라고. 각종 설정 버튼이며, 마이크 별 볼륨을 따로 설정할 수 있는 점 등, 단연 “프로”급 기기다운 면모를 보여줬어. 다만 그 만큼 덩치가 산만하게 커졌지만.
A10과 D10, 서로 크기가 비슷할 거라 오산했다면 큰 코 다칠 뻔 했어. 격차가 너무 나잖아. 무게 또한 D10은 480그램으로 A10에 비해 6배나 무거워. 이거 들고 다닐 수 있으려나...
그 전에 결정적 허점을 발견했어. 바로 1/4인치 나사 위치!
아니, 이 무슨! 배터리 덮개랑 너무 가깝잖아! 건전지 갈 때마다 연결 나사를 풀어야 할 것 같잖아! ...내가 왜 이리도 1/4인치 나사 위치에 민감하게 반응 하냐면, 내가 굳이 “휴대용” 녹음기를 알아보고 있는 이유가 뭐다? 위치 제약을 깨부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마이크는 물론, 마이크를 단단하게 받칠 미니 삼각대 역시 중요하고, 연결부가 중요하고! 그런데 1/4인치 나사구멍이 이딴 곳에 파였으니 내가 속이 터질 수밖에! 소니! 니들이 이러고도 카메라 만드는 회사냐! (...)
아참, 배터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A10은 자체 내장 배터리를 사용해. B10은 AA 건전지 4개. 사람에 따라 선호가 갈리겠어. 배터리 지속 시간은 A10이 대략 20시간, B10이 30시간 정도야.
이쯤에서 등장하는 경쟁품, 타스캠 포타캡쳐 X6!
가격은 50만원으로 D10과 비슷했어. 무게는 365그램으로 D10에 비해 가볍고, 특히 “32bit float“를 지원하는 점이 매력적이야.
32bit float이라는 거, 굉장하구나. 큰 소리, 작은 소리, 째질 염려 없이 맘 놓고 녹음할 수 있구나. 초보인 나에겐 광명과 같은 기능이구나. 32bit float 하나 때문에라도 소니보다 타스캠 쪽이 끌려.
물론 소니 A10에는 “리허설 기능”을 통해 적정 녹음 볼륨을 자동으로 찾아준대. D10은 양쪽 마이크 녹음 레벨을 달리해서 32bit float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고 말야. 비록 이렇게 사용할 경우 스테레오를 쓸 수 없다지만.
한편, 타스캠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배터리 지속시간이 소니에 비해 반 토막이더라고. 아무래도 컬러 LCD 화면이 들어가다 보니 그런가 봐. 완충 시 13시간 30분 가량 녹음할 수 있대. 소니 D10은 30시간이었으니까, 2배 넘게 차이나구나.
아무튼 휴대용 녹음기. 현실적으로 내게 가장 적합한 제품은 소니 PCM-A10일 거야. A10만 되도 내게 과분하지. 그런데 사람 맘이 괜히 상급기가 좋아 보여. 아이참... 참고로 일본 전자제품 판매 사이트인 “가격.com”에서 순위는,
A10이 8등, X6가 9등이야. D10은 21위. 흐음...
이만큼이나 진지하게 휴대용 녹음기를 알아봤지만, 정작 구매할지는 미지수야. 내 텅 빈 지갑사정이 지름을 용납하지 않거니와, 더 큰 우려가 도사려. 바로, 휴대용 녹음기를 질렀다 한들 과연 선명하게 소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근본적 의문!
유튜브에서 D10으로 녹음한 영상을 여러 살펴봤어. 그런데 내 기대만큼 깨끗하지 않더라고...
엄... 밀폐된 공간에서 녹음해서 그런 걸까?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D10으로 녹음한 영상.
자연의 소리 역시 뭐랄까, 뭔가가 뭔가야. 좀 더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였으면 해. 이번 영상은 A10으로 녹음했어. 무려 소니 공식!
다시 D10. 실내에서 녹음한 이상 “울림”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뭔가 아쉬운 잔향, 앙? 마치 소리가 막힌 통을 거친 느낌이 들어... 아잇! 여태 막귀로 잘 살아왔으면서, 왜 이번에만 이토록 예만하게 구는지 나도 모르겠어. 따흑...
이번에는 D10, 타스캠 X8, 그리고 아이폰 14 프로랑 비교한 영상.
분명 D10, X8이 쪽이 소리가 감미로워. 그러나 아이폰 14 프로도 성능이 상당한 걸? 이러면 굳이 거금 써가며 마이크를 따로 구매할 이유가 있나? 의구심부터 들어. 끄응...
정말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품질의 소리를 따낼 수 있을까? ...아까 전에 울림이니, 잔향이니, 싫다는 듯이 말했지만 정작 난 에코, 메아리를 좋아하거든? 대평원에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 징징징~ (...)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메아리를 담을 수 있을까...
가령, 데스 스트랜딩 OST. Highways. 2분 44초부터 3분 24초까지.
이거, 에코 빵빵 들어간 소리지? 맞지? (...) 음악을 몰라서 함부로 말을 못하겠어. ...이러한 울림을 난 원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깨끗한 에코? 깨끗한 잔향? 아잇, 몰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주십시오! 제 심정, 아시겠죠! 제발! (...) ...그렇잖아. A10만 해도 20만원 가까이 하는 기계인데, 이만큼의 비용을 지불했으면 내가 바라는 대로 뚝딱뚝딱 녹음할 수 있어야지. 마치 CD음원처럼, 텔레비전 실황 중계처럼, 흑흑...
이상! 소리마저 장비빨로 밀어붙이려는 이의 한탄이었어. 그래서 난 무슨 소리를 담고 싶은 걸까? 공연장의 음악 소리? 산들바람 소리? 추적한 빗소리? ...혹은 모텔 옆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 걱정 마십시오. 모쏠이라 모텔에 갈 일이 없습니다.
끝으로 내가 녹음하고 싶은 연주! 드래곤퀘스트2, “아득한 여로“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대체 어떻게 녹음한 겁니까! 살려주세요! 끼요옷!
오디오 : 워크맨/녹음기 : 102263709 : PCM-A10 (sony.co.kr)
오디오 : 워크맨/녹음기 : 102263729 : PCM-D10 (sony.co.kr)
Tascam Portacapture X6 | High-Resolution Multi-Track Handheld Recorder
32bit Float 레코딩은 24bit 보다 좋을까? - YouTube (Ejim)
14. PCM-D10 극악한 상황에서 녹음소리요청자료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