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티어 카메라
속이 메스껍습니다. 저녁에 먹은 배가 잘못된 것일까요. 살려주세요. (...) ..는, 내 사정이고! 상태가 안 좋은 관계로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술술 풀 수 있는 주제를 들고 왔어. 바로 2023년 10월 현재 기준, 내가 생각하는 1티어 카메라!
요즘 최마태 님, 권학봉 님이 카메라 티어를 분류한 영상을 올리셨더군. 나라고 질 수 있나. 나도 나만의 기준을 정해서, 딱 1티어만 꼽았어. 나의 기준이란, 첫째, 적층형 센서이어야 한다. 둘째, 4천만 화소 이상이어야 한다. 고화소 뽕은 중대 사항이다. (...) 이 요건에 맞는 풀프레임 카메라가 딱 3대 있지. 니콘 Z8, Z9, 그리고 소니 a1!
우선 왜 적층형 센서인가? ...적층형 센서 카메라를 한 번 써 보면 압니다. (...)
블랙아웃 프리! 고속 연사! 연사 시에도 찰떡같이 달라붙는 AF! 진정한 무음셔터! 극도로 억제된 롤링셔터 현상!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순간 포착이 중요한 인물 사진, 스포츠 경기 사진, 조류 사진, 날뛰는 아이 사진, 달려는 반려동물 사진, 정숙을 요하는 공연 사진, 등등. 기존 센서로 찍기 불가능에 가까웠던 영역을, 적층형 센서와 함께라면 헤쳐 나갈 수 있다, 이 말이야!
사실 나도 적층형이 뭔지, 왜 좋은지 전혀 몰랐어. 그런데 왜 난 적층형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는가? ..그게, 내가 본격적으로 장비 생활을 시작할 무렵 처음으로 사용했던 카메라가 하필 적층형 센서를 탑재한 바디였거든. 소개합니다. 소니 RX10M4.
RX10M4, 내 장비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준 카메라야. 현재도 쓰고 있고, 죽을 때까지 같이 갈 것 같아. 24-600mm F4! 가히 최고의 줌렌즈를 갖췄어. 비록 1인치 센서일지언정, 2017년에 나온 카메라일지언정, 여전히 쓸 만해. 특히 최근에는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AI님이 노이즈를 쫙쫙 밀어주시니, 작은 센서에서 오는 한계를 제법 극복할 수 있어.
워워, 다시 적층형 센서로. RX10M4는 초당 최대 24장까지 블랙아웃 없이 무음으로 연사를 당길 수 있어. 대단하지? 6년 전 카메라가 말야. 그런데 정작 난 이게 대단한 줄 몰랐어. 다른 카메라들도 다 이 정도 하는 줄 알았어. ...는 천만에. 일반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를 사용해 보고 나서야, 그제야 RX10M4 적층형 센서의 위력을 톡톡히 체감했어. ...그때부터였지. 내가 적층형 빠돌이가 된 게...
자! 그래서 본격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대상군을 살펴보자고. 먼저 니콘 Z8!
4천만 화소 이상 적층형 센서 카메라 중에서는 그나마 저렴한 축에 속해. 중고가가 대략 440만원 왔다 갔다 하더라고. 아무래도 적층형 센서는 부품비용이 높으니까. 센서 단독 교체비용만 275만원이래. 센서 고장 나면 피똥 쌉니다. (...) 이렇게 비쌈에도, 내 진실로 말하노니, 난 소니 a7R5보다 Z8을 높게 평가해! 더 정확히는,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어디 적층형 카메라에 평범한 일반 센서 카메라를 들이대나! 반박 시, 어쩌라고! (짝!)
그래서 Z8을 원하냐? 그야 누가 공짜로 준다면 넙죽 그랜절 올려야지. 허나 내 돈 주고는 Z8 못 사겠다! 왜냐! ...난 Z8 살 돈이면 Z9을 구매할 테니까.
Z9이나, Z8이나, 중고 가격이 똑같아. 440만원 선. 그러니 상위기종 Z9을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물론 Z9은 무겁고, 크고, 거추장스럽고, 들어가는 가방마저 큼직해야 하고, 어깨 빠지고, 하지만! 니콘의 길을 가는 이상 당연히 감내해야할 무게 아니겠니! 사나이는 니콘! 장망원의 니콘! 묵직함의 니콘!
정작 내가 Z9에 가장 실망한 부분은 셔터소리였어.
기계식 셔터가 없다보니, 순전히 스피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셔터음이야. 저 불쾌한 소리를 듣고 있자니 셔터를 누르고 싶지가 않아. (...) 까짓것 무음으로 쓰면 되지 않느냐? 그렇긴 한데, 가끔은 셔터음이 그리울 때가 있거든. 사각! 또각! 인정!
끝으로, 적층형 센서의 적통을 잇는 카메라, 소니 a1.
2023년 10월 현재, 나보고 시장에 나와 있는 카메라 중 단 1대의 카메라를 고르라면, 여전히 a1을 택하겠어. 5천만 넉넉한 화소, Z9보다는 가벼운 무게, 결정적으로 a1에는 기계식 셔터가 들어가 있으니까. 1/400초 플래시 동조속도를 지원하니까.
물론 소니가 a1 펌웨어 업데이트 미루는 거 보면 a1이 불쌍할 지경이야. 자사 플래그십에, 심지어 “a1”이라는 기념비적인 칭호까지 붙였으면서, 어떻게 사후지원을 이따위로 하냐 말야! 펌업을 안 해줘! 의도적일 리만큼! 반면 니콘 Z9은 벌써 중요 펌웨어 업데이트만 3번을 받았는데! 에라이 소니!
아무튼.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대비하여 a1 마크2가 나올 것이라 추측이 돌고 있어. 흐음, 글세다... 난 소니가 자칫하면 a9M2 현상을 재현할 것 같아. a9M2, 정말 좋은 카메라지만, 전작인 a9이 워낙 뛰어난 탓에 별 주목을 받지 못 했지.
그럴 것이, a1M2에 추가할 거라 해봤자, AI AF? 솔직히 기존 a1 AF만 하더라도 사진 찍는데 차고 넘치잖아? ...8스탑 손떨방? 있으면 좋다지만 체감할 만큼 차이가 나진 않잖아? 어차피 최상결과를 얻기 위해선 셔터스피드를 올리거나, 삼각대 써야 하잖아? ...a7R5에서 도입된 4축 멀티앵글 LCD? 하! 난 스위블 LCD 결단코 반댈세! a1으로 브이로그 찍을 것도 아니고! 달아 줄 거면 후지 GFX의 3축 틸트 LCD를 채택해 달라!
결국 요점은 센서와 프로세서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느냐! 기존 5천만 화소 적층형 센서를 뛰어넘을 센서, 이를테면 8천만 화소 무손실 RAW 30연사를 갈길 수 있다든지, 센서 수광량을 2배로 늘린다든지, DR을 24스탑까지 넓힌다든지, 16bit RAW 촬영이 가능하다든지, 아싸리 글로벌 셔터를 이룩한다든지, 프로세서에 애플 M3 칩셋을 박는다든지, 이 정도 충격파를 줘야 가히 a1 마크2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을까? (...) 내 생각은 그래.
이상! 속이 미식한 가운데서도 카메라 얘기를 털었더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어. 그래서 오늘의 결론, 나의 0티어는 소니 a1!
2023 카메라 계급도 : 내 카메라는 어디에? - YouTube (최마태)
[카메라 계급] 사진 카메라 계급도, 가성비 포함 티어 - YouTube (권학봉)
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