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접속 : 7385   Lv. 81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253 명
  • 전체 : 2884689 명
  • Mypi Ver. 0.3.1 β
[칼린풍자쇼] 1952년 부산에서 찍은 사진으로부터 (0) 2023/10/08 PM 10:55





1952년 부산에서 찍은 사진으로부터

 

 

선선한 일요일, 여기 부산은 곳곳이 축제야. 자갈치 축제, 광복동 축제, 40계단 축제 끝도 없어. 궁금증에 구경하다 왔거든? 썩 내 취향은 아니더라. 방구석인은 조용 나긋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40계단 축제 거리를 어슬렁대고 있을 무렵이었지. 6.25 직후 사진을 전시한 공간이 있었어. 거기서 목격한 사진이야...

img/23/10/08/18b0f8e9b21254fa.jpg

처량한 어머니, 어머니 품에 오롯이 의지하며 안긴 아기, 그 주위를 무심히 지나치는 군중... 씁쓸하더라고... 특히나 그림자가, 이 장면을 찍고 있는 사진가 그림자가, 뭐랄까... 폭력적으로 보였어. 오만하게 보였어. 하필 구도마저 대상을 위에서 아래로 깔보는 터라 더욱 기분이 우중충해.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하나 더 찾았어. 1952년, 부산역에서 구걸하고 있는 피난민.

img/23/10/08/18b0f8ec09d254fa.jpg

이 사진 역시 내게 고민을 안겨...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어. 사진은 뭐지? 사진은 폭력인가? 만약 내가 1952년 부산에 사는 사진사였다면, 해당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을까? ...사실, 이들 사진 자체는 관중의 이목을 확 끌잖아! 소위 있어 보이고, 뽐내기 좋은 사진! ...그러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차마 셔터를 누르기 주저되는 사진... 어렵구나.

 

요즘 몇몇 사진은 진실을 가장한 연출이었지. 전문 모델을 이용하여 일부러 가난과 불쌍함을 극대화 시킨 사진. 차라리 지금은 그 주작이 그리울 지경이야. 1952년 부산에서 찍은 저 사진들은 연출이 아니잖아?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양심에 찔리고, 가혹함이 짙은 것 같아.

 

사진가에게 양심의 가책을 되묻는 경우야 항상 있었지. 이를테면

 

img/23/10/08/18b0f8ef18d254fa.jpg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생을 마감한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

 

img/23/10/08/18b0f8f0ae7254fa.jpg

케빈 카터 작가가 찍은 “독수리와 소녀”... 내전으로 황폐화된 아프리카 수단의 현실을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사진가는 저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남겨야 하나? 아니면 숨겨야 하나? 혹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 ...난, 좋다고 셔터를 누를 것 같아. 오히려 “진귀한” 순간을 포착했다고 기뻐할 것 같아... 참...

 

피난민 사진은 일방적일지언정 대상과 싸늘한 눈빛은 주고받지 않았을까? 반면 죽음의 순간에 소통조차 할 수 없는 사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담... 가슴이 뜨끔해. 나도 굶어 죽은 아기 고양이,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터져 죽은 비둘기 사진을 찍었어... 신기해서, 그럴싸해서... 이런 난 괴물인가?

 

...아니! 걔들은 사람이 아니잖아! 한낱 미물의 마지막을 찍었을 뿐이야! 내가 뭘 잘못했어! 걔들 죽음에 난 하나도 관여하지 않았어! 그저 길 가다 보여서 찍었을 뿐이야! 영광인 줄 알아! ...라고 변명하지만, 마음 한편이 끝없이 무거워...

 

왜 난 당당하지 못 할까?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죽음을 고작 나 뽐내는 용도로 이용해서? ...딴에 슬픔을 담는다는 이유로 죽음을 찍었다만, 뭐랄까... 그 장면을 찍는 내내 난 결코 슬프지 않았어. 공감하지 않았어. 대신 구도를 따지고, 초점을 따지고, 조리개를 따지고 있었어...

 

반성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앞으로 존중과 공감을 담아 슬픔을 담겠습니다! 나에 대한 다짐이야! 또 까먹겠지만! 파이팅이다! ...여하튼, 미안해. 평온한 일요일 저녁치고 너무 스산한 하소연을 들고 왔구나. 그러나 괜찮아! 내일은 한글날, 빨간 월요일이니까!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지나간 시절을 되짚어 오르는 40계단: 부산에가면 : 명소 : 명소 상세: 부산시 공식 관광 포털 비짓부산 visit busan
통합검색(목록) | 공유 마당 - 공공누리 (copyright.or.kr)
부산으로의 피란과 피란민의 일상 — Google Arts & Culture
Death of Alan Kurdi - Wikipedia
‘꼬마 난민’ 알란 쿠르디 밀입국 알선 시리아인 3명 징역 125년 선고 | 나우뉴스 (seoul.co.kr)
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 - Wikipedia
케빈 카터 - 나무위키 (namu.wiki)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