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부산에서 찍은 사진으로부터
선선한 일요일, 여기 부산은 곳곳이 축제야. 자갈치 축제, 광복동 축제, 40계단 축제 끝도 없어. 궁금증에 구경하다 왔거든? 썩 내 취향은 아니더라. 방구석인은 조용 나긋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40계단 축제 거리를 어슬렁대고 있을 무렵이었지. 6.25 직후 사진을 전시한 공간이 있었어. 거기서 목격한 사진이야...
처량한 어머니, 어머니 품에 오롯이 의지하며 안긴 아기, 그 주위를 무심히 지나치는 군중... 씁쓸하더라고... 특히나 그림자가, 이 장면을 찍고 있는 사진가 그림자가, 뭐랄까... 폭력적으로 보였어. 오만하게 보였어. 하필 구도마저 대상을 위에서 아래로 깔보는 터라 더욱 기분이 우중충해.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하나 더 찾았어. 1952년, 부산역에서 구걸하고 있는 피난민.
이 사진 역시 내게 고민을 안겨...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어. 사진은 뭐지? 사진은 폭력인가? 만약 내가 1952년 부산에 사는 사진사였다면, 해당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을까? ...사실, 이들 사진 자체는 관중의 이목을 확 끌잖아! 소위 있어 보이고, 뽐내기 좋은 사진! ...그러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차마 셔터를 누르기 주저되는 사진... 어렵구나.
요즘 몇몇 사진은 진실을 가장한 연출이었지. 전문 모델을 이용하여 일부러 가난과 불쌍함을 극대화 시킨 사진. 차라리 지금은 그 주작이 그리울 지경이야. 1952년 부산에서 찍은 저 사진들은 연출이 아니잖아?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양심에 찔리고, 가혹함이 짙은 것 같아.
사진가에게 양심의 가책을 되묻는 경우야 항상 있었지. 이를테면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생을 마감한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
케빈 카터 작가가 찍은 “독수리와 소녀”... 내전으로 황폐화된 아프리카 수단의 현실을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사진가는 저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남겨야 하나? 아니면 숨겨야 하나? 혹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 ...난, 좋다고 셔터를 누를 것 같아. 오히려 “진귀한” 순간을 포착했다고 기뻐할 것 같아... 참...
피난민 사진은 일방적일지언정 대상과 싸늘한 눈빛은 주고받지 않았을까? 반면 죽음의 순간에 소통조차 할 수 없는 사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담... 가슴이 뜨끔해. 나도 굶어 죽은 아기 고양이,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터져 죽은 비둘기 사진을 찍었어... 신기해서, 그럴싸해서... 이런 난 괴물인가?
...아니! 걔들은 사람이 아니잖아! 한낱 미물의 마지막을 찍었을 뿐이야! 내가 뭘 잘못했어! 걔들 죽음에 난 하나도 관여하지 않았어! 그저 길 가다 보여서 찍었을 뿐이야! 영광인 줄 알아! ...라고 변명하지만, 마음 한편이 끝없이 무거워...
왜 난 당당하지 못 할까?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죽음을 고작 나 뽐내는 용도로 이용해서? ...딴에 슬픔을 담는다는 이유로 죽음을 찍었다만, 뭐랄까... 그 장면을 찍는 내내 난 결코 슬프지 않았어. 공감하지 않았어. 대신 구도를 따지고, 초점을 따지고, 조리개를 따지고 있었어...
반성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앞으로 존중과 공감을 담아 슬픔을 담겠습니다! 나에 대한 다짐이야! 또 까먹겠지만! 파이팅이다! ...여하튼, 미안해. 평온한 일요일 저녁치고 너무 스산한 하소연을 들고 왔구나. 그러나 괜찮아! 내일은 한글날, 빨간 월요일이니까!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지나간 시절을 되짚어 오르는 40계단: 부산에가면 : 명소 : 명소 상세: 부산시 공식 관광 포털 비짓부산 visit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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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of Alan Kurdi - Wikipedia
‘꼬마 난민’ 알란 쿠르디 밀입국 알선 시리아인 3명 징역 125년 선고 | 나우뉴스 (seoul.co.kr)
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 - Wikipedia
케빈 카터 - 나무위키 (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