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초 피겨 직관
지난 토요일, 10월 14일, 경남 김해 문화회관에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선발전이 열렸어. 이 몸, 태어나서 처음으로 빙상장이란 곳에 가 봤지! 난생 최초로 피겨 스케이팅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왔어.
찍새 아니랄까봐 카메라를 들고 갔거든? 렌즈는 70-200 F2.8! 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장비 중에서 최고의 렌즈를 가져갔지. 그럼에도 아쉽더라고. 200mm로 빙상장 관객석에서 선수들까지 잡아당기기가 버겁더라고.
브랜드 제약 없이, 예산 한도 없이, 피겨스케이팅 찍기 가장 적합한 렌즈를 꼽으라면, 난 캐논 RF 100-300 F2.8을 고르겠어.
선수가 빙상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까, 계속해서 동작을 포착하려면 줌렌즈가 유용하겠더라고. 거기에 어두운 실내조명을 극복하려면 조리개가 낮을수록 좋겠지? 여기에 걸맞은 캐논 100-300 F2.8 되겠다. 캐논 부럽네!
말 나온 김에, 소니는 300mm F2.8 GM을 준비 중이래.
전에도 말했지만, 난 300mm F2.8이 루머 사양 그대로 나온다면 무척 실망할 거야. 그럴 것이, 현존 400mm F2.8, 600m F4. 이들 GM 장망원 단렌즈의 계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300mm “F2”로 나와야지! 이래야 캐논 100-300이랑 자웅을 겨룰 수 있지! 이래야 가히 GM 3대장에 낄 수 있지! 인정? (...)
한편 카메라, AF에 한계를 느꼈어. 선수들이 끊임없이 달리고, 회전하고, 순간 뒤돌았다, 앞으로 갔다, 위로 봤다, 카메라로서는 AF잡기 최악의 환경이었어. ...글쎄다, AI AF가 들어간 최신 소니 카메라는 피겨 선수의 눈동자를 정확히 검출해 낼 수 있을까? 혹시 a7R5로 피겨 스케이팅 영상 촬영 해 보신 분? (...) 흐음...
AF야 카메라 탓을 하면 돼. 그러나 셔터 스피드를 적절히 설정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지. 변명할 여지가 없지. ..기본 1/500초로 찍었는데, 대다수의 사진이 흔들렸어... 다음에 피겨를 찍을 기회가 또 생긴다면 단연 1/1000초 이상으로 찍을 테야! ISO 1스탑 손해 보는 거야 AI님이 디노이즈로 쫙쫙 밀어 주실 테니까.
아니면 아싸리 셔터스피드를 확 느리게 할 걸 그랬어. 그래서 역동성을 드러낸다든지, 패닝 샷에 도전한다든지, 그랬으면 결과물이 더 만족스러웠을 텐데, 아쉽다야...
이런 저런 아쉬움을 반성하고 있을 무렵, 근원적인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 ..어쩌면 피겨는 사진으로 담기 부적합한 스포츠 아닐까? (..?) ...그게, 피겨란 얼음 호수 위에서 백조가 날갯짓 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세세한 동작 사이에는 “찡그림”이 묻어져 나오니까. (..?)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그래! 굴욕샷! 순간 캡쳐 샷! 연아느님이라 할지라도 트리플 악셀 하실 때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 순간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고, 슬로우 샷으로 돌리고, 이럴 필요 있나?
물론 난 그 찡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니까! 동력이 느껴지니까!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으니까. 도리어 결점을 파헤치는 행위일 수 있으니까.. 결국 내 알량한 욕심을 버렸어. 선수가 예쁘게, 멋있게 나온 사진만 게시하자! 나 잘했니? 잘 했다면 칭찬해 주세요! (...)
언젠가, 트리플 악셀이니 쿼드러플 악셀을 뛰는 와 중에도 은은한 미소를 짓는 선수가 나올까? 그 선수가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출현하면 좋겠네! ..내가 선수들에게 너무 압박을 주는 걸까? (...) 죄송합니다! 아잇, 이 찍새 본능! 난 점프나 기술보다 감정 표현에 더 눈이 가더라고. 발랄한 웃음, 은은한 미소, 격정적인 눈초리, 애수에 젖은 동작!
그 밖에 구도니, 색온도니, 보정이니, 흰색 빙판 배경에서의 적정 노출 맞추기니, 내 부족한 점을 뼈저리게 느껴. ...지금이라도 색온도를 통일해야 하나. 밝기를 수정해야 하나... 는, 아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죠! 다음에 잘 하면 되죠! ...사실 귀찮아서 포토샵 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짝!) ..야! 내가 컴퓨터 성능만 좋았어도 다시 보정 했어! 벅벅 대는 컴퓨터로 사진 보정하는 심정을, 너님들이 알까! (짝!)
이상, 생애 최초로 피겨를 직접 본 경험담이었어. 또 찍고 싶어! 그런데 24년 일정표에는 김해 빙상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더라고. 의정부랑 청주뿐이야. ..설마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피겨 직관인거야? 아니지? 앞으로도 경남 김해 빙상장에서 피겨 대회가 열리겠지? 그치? (...) ...잠깐만, 부산 북구에도 빙상장이 있었네? 어이! 빙상연맹이여! 남부권에서도 대회 열어 달라! 부산인도 피겨 생활 누려봅시다!
끝으로 모든 피겨 선수님에게 그랜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피겨 – 대한빙상경기연맹 (skating.or.kr)
New LEAKED high resolution images of the new Sony 300mm f/2.8 GM – sonyalpharumors
Way of Wind GOD (ruliweb.com) (선발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