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래시로 무선동조를 꿈꾸는 분들에게
오늘은 특정 대상을 위한 주제야. 그 대상이란, 소니 플래시를 무선동조로 사용하실 분. 소니 플래시용 무선 동조기를 찾고 계신 분. ...아참, F28RM을 갖고 계신 분들은 오늘 이야기 거르기! 상처 줄 내용이 한 가득이야. 경고했다!
결론부터 간단히, 소니 플래시용 무선 동조기는 HVL-F46RM이 가장 적합하다! 내가 몇 달 며칠을 고민하며 내린 결말이야. 그럼 왜 난 F46RM을 고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간 사연을 털어놓을게.
우선 소니 무선동조기 FA-WRC1M.
여러 판매 사이트를 돌아다녔으나 국내 정품은 재고를 찾을 수 없었어. 심지어 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취급하지 않더군. 상품성이 없어서일까? 소니코리아에서 아예 수입을 포기한 것 같아.
대신 소니는 “R”이 붙은 플래시가 동조기 역할을 할 수 있어. F45RM, F46RM, F60RM, F60RM2 그리고 F28RM. 이 중 가장 가볍고, 작고, 저렴한 F28RM을 무선동조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대. 김현수 작가님이 F28RM을 추천해 주셨기도 하고 말야.
내가 또 매장에서 F28RM을 흠뻑 체험해 봤지 않겠니.
근데 난 도저히 F28RM에 적응이 안 됐어. 체험해 보면 체험해 볼수록 아니었어...
보다시피 F28RM은 LCD창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 플래시 상태가 어떠한지, 플래시 단독으로는 알 도리가 없어. ...F28RM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카메라 LCD를 이용해야 해. “외부플래시 설정” 메뉴에서 플래시 상황을 파악하고 변경할 수 있어.
이 ‘외부플래시 설정’ 항목을 찾고, 들어가는 데만 버튼을 최소 3번 눌러야 해. 이게 생각보다 정말 귀찮아. 급박한 촬영에 대응하기 버겁고, 자칫 설정을 잘못 두는 경우도 생길 것 같아. 이를 해결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 LCD를 갖춘 F46RM을 사면된다!
F28RM 대 F46RM. 이 둘을 두고 엄청나게 고민했어. 사용성은 F46RM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다만 F28RM이 27만원, F46RM은 41만원, 14만원 차이가 나니까, 선뜻 F46RM을 낙점할 수 없는 거야. ...취미 장비가 주제에 내가 무선동조를 얼마나 쓸 거라고, 내겐 F28RM마저 과분하지 않을까? 카메라 LCD로 메뉴 찾아들어가는 수고로움이야 응당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그 버튼 몇 번 더 누른다고? 그 몇 초 더 걸린다고? ...자책이 몰려왔어.
그렇게 F28RM으로 저울추가 기울어질 찰라, 구매하기 직전에 호환성 정보를 살펴봤어.
호환성 정보를 확인한 순간, F28RM에 거는 기대가 무너졌어. RX10M4,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거든? RX10M4에서는 ‘외부 플래시 설정’을 띄울 수 없어. 이 말인 즉, RX10M4로는 F28RM 상태를 알 길이 없다! 동조기는커녕 플래시로 쓰기조차 애매하다!
뭐, RX10M4가 2017년에 나왔으니까, 오래된 카메라니까, ‘외부플래시 설정’을 지원하지 않은 것에 불만은 없어. a7 1세대, 2세대 카메라 역시 외부플래시 설정을 지원하지 않고, a6700을 제외한 모든 a6000시리즈 역시 지원하지 않고, 3세대 바디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야만 외부플래시 설정을 지원하더군.
그나저나 a9, a9M2까지 외부플래시 설정을 지원하지 않았어. 기가 차서 어안이 벙벙해. a9은 오래됐다 정상참작이라도 가능하지, a9M2는 왜 이래? 소니의 기함급 바디가 왜 이따위 대접을 받아? ...내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직접 부산 소니 매장에 찾아갔어. 전시되어 있는 a9M2에, F28RM 전시품을 연결해 봤어. 부산 소니 센터 사랑해요.
그래서 a9M2.
정말로 외부플래시 설정이 뜨질 않아. 항목 자체가 없어...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소니가 양심을 팔아먹은 회사라 한들, 이래서는 안 되잖아? 이러고 플래그십? 이러고 프로를 위한 카메라? ..야이! 자사 플래그십을 헌신짝 취급하는데, 누가 소니에 충성 해! (...) ..정나미가 떨어져서라도 F28RM은 쓰고 싶지 않아... 아잇, 괜한 F28RM에 분풀이네! 진짜 범인은 소니 사장, 부장, 펌웨어 기획장! 여기 회장 나오라 그래!
아무튼. 어... 무슨 말을 꺼내려 그랬더라... 아! 사실 F28RM보다 더 저렴하면서, LCD가 멀쩡히 달린 제품이 있어. F45RM, F60RM, 이전 세대 플래시지. F60RM이 중고로 20만원에 팔렸더라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이전 세대 플래시라도 그렇지, 왜 이렇게 중고가가 박살났지? 기능상으로 현존 세대 플래시랑 별 차이 없거든? 냉각 성능이 조금 딸리는 정도야. F60RM은 LED 지속광 달렸지, 광동조 가능하지, F60RM2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도 있다니까.
그런데 결정적 차이점이 나는 부위가 있더군. 바로 슈!
국내, 해외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F60RM이 슈에서 임의로 탈출했다는 글이 너무 많아. 고질병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어. 더해서 F45RM의 슈는 테두리가 플라스틱이지. ...반면 현생 플래시, F28RM, F46RM, F60RM2는 동일한 형태의 금속슈가 달렸거든? 락이 조금만 걸려도 플래시가 카메라에서 떨어지지 않아. 워낙 세게 무는 탓에, 스몰리그나 중국산 슈 제품에는 잠금이 걸리지도 않더라고. 소니 카메라, 소니에서 제공하는 ‘닭발’에서나 잠금이 걸렸어.
자, 여러분도 나랑 같은 의심이지? 소니 이것들, 슈를 바꾸기 위해서 신제품을 출시했다! 현세대 플래시에 와서야 제대로 된 결착을 보여준다! 갓리적 추측 아닙니까! (...) 물론 내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어. 허나 난 내 망상을 믿어. 그러니 F45RM, F60RM 중고를 구매하기 두려워. 아무리 싸도 사기 싫어. 어쩌라고. (짝!)
참... 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멀티 터미널 연결 케이블, PC 씽크 케이블까지 고려했어. 그런데 야외에서 카메라와 플래시를 주렁주렁 유선으로 연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 자칫 선 밟았다가 와장창 엔딩 맞이할 수 있잖아?
무려 13년 전 영상이야. 13년 전에 이미 PC 씽크 케이블은 폐기품 취급을 받았는데, 2023년에 와서 써야 하겠니? 게다가 PC씽크 케이블로 연결하면 TTL을 쓸 수 없으니까. 내가 왜 비싼 돈 들이며 소니 플래시를 샀는데! TTL 쓰려고 샀는데!
다행히 TTL을 지원하는 유선 케이블도 팔더라고.
아하, 핫슈 단자를 통째로 옮겼구나. 그래서 TTL 신호까지 주고받을 수 있구나. 5미터에 54.95달러. 배송비 합치면 10만원 할까나! ....아니야, 이건 아니야. 유선은 아니야!
이상, 지금까지의 격랑 끝에 난 F46RM을 지목한 거야. 소니 플래시 시스템 최선의 무선동조기로. ...이쯤에서 소니 개발자들을 원망하지 아니하지 아니 할 수가 없지 아니 할 수가 없어! 경량 플래시를 내놓을 걸랑, LCD창 달렸고! 다이얼 버튼 달렸고! 고개 도리도리 끄떡끄떡 되고! 자동 렌즈 조사각 설정까지 가능한 제품을 내놨어야지! 고독스 TT350처럼!
볼수록 선녀다. 이게 플래시다. 기본을 지켰다. ...물론 고독스도 문제 있지. 연사 시에 제멋대로 발광한다든지, 1/8000 초과 전자셔터 스피드는 지원하지 않다든지, 그러나! LCD가 달려 있잖아. 다이얼이 달려 있잖아. 도리도리 끄떡끄떡 가능하잖아. 자체 동조 기능 갖췄잖아. 폭넓은 조사각에 대응하잖아. 이러고도 소니보다 싸잖아! ...곱씹을수록 화가 나네! 소니 죠스바 쌍쌍바 붕어싸만코! (짝!)
죄송합니다. 평온한 일요일 저녁에 열불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소니 플래시 사용자들은 제 맘에 동감하시죠? ...플래시뿐만 아니라, a9M2 펌웨어는 두고두고 깔 거야. a9M2 꼴을 보아하니, 왜 소니가 a1을 그토록 내팽개치는지 알겠어. 이놈들, 유구한 전통이네! 플래그십에 펌웨어 업데이트는 없다! 오직 바디 펌업만 있을 뿐이다! 억울하면 신상 지르시던가! 에라이!
그렇습니다... 플래시에 대한 주저리는 오늘부로 끝낼게! 약속, 까진 못 하지만! (...)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GN46 무선 라디오 제어 외장 플래시 | HVL-F46RM (sony.co.kr)
Introducing HVL-F28RM | External Flash with Wireless Radio Control | Sony | Accessory - YouTube
호환성 정보 - HVL-F28RM (sony.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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