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코믹월드 사전고민
어... 여지없이 찾아 온 갈등 주간입니다. (..?) 내일 모레 양일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5층에서 열리는 코믹월드!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매번 부산에서 코스프레 행사 열릴 때마다 갈팡질팡 이야. 아오, 이 습관성 선택 장애!
며칠 전만 하더라도 부코에 반드시 갈 것이라 마음먹고 있었어. 그게, 부코에서 내 생애 최초로 카메라 플래시 ‘무선동조’란걸 사용해 보자. 연습해 보자! 계획하고 있었거든. (..,) 그, 무선동조라고, 찍새들의 덕스러운 행위 있습니다. 일반인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선동조 장비를 아직까지 갖추지 못 했어. 당장 내일이 부코인데 말야. 결국 무선동조 못 쓰는 거지. ...플래시를 연습하지 못한다면 내가 딱히 부코 갈 필요 있나? ...끄아악!
이런 나약한 자식! 내가 사람 찍어볼 기회가 언제 있다고! 힘을 내자! 가즈아! ...라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워. 내가 한 찐다 하잖아? 코스어 님들에게 말을 못 겁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더욱 말을 못 붙입니다. 캬하하! ..흑흑...
그나마 남자 모델에게는 용기 내어 촬영허락을 구한다만, 이마저도 내겐 고역이라고. 너님들이 대인기피자의 애환을 알까! ...문제는 뭐다? 난 여성을 찍고 싶다! 내가 남정네를 왜 찍어! 그 시간에 여성 모델 그림자라도 한 컷 더 찍지! (짝!)
...라고,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똥고집을 부렸어. 지금은 달라졌어. 코믹월드를 2번 다녀오고, 반강제적으로 남자 코스프레 모델님들을 찍어보고, 그제야 남성 코스어들의 열정을 체감했거든. 성의껏 준비한 의상, 분장! 사진 응대도 잘 해주시고, 포즈 기가 막히게 잡아주시고, 단연 남성 코스어 분들이 여성 코스어 보다 더 뜨거웠다! 심지어 몇몇 분들은 여성보다 더 아름다우셨어! 그렇게 다들 게이가 되는 거야! (짝!)
...방금 어그로가 심했니? 성인지감수성에 위배되는 발언이었니? (...) 죄송합니다. 코스프레에 성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사람마다 이상과 방향이 다른 거죠. 여성 코스어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무튼. 만약 내일 부코에 간다면, 이번에는 “옷”에 집중할까 해. 여태 내가 코스프레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만, 정작 코스프레 의상 자체에는 주목을 한 적이 없어. 죄다 모델님 얼굴에 헤벌레, 눈동자에 헤벌레, 그랬지... 괜히 의상에게 미안하더라고...
그나저나 난 코스프레하면 의상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어. 헌데 아니더군. 보통 코스프레 전문 매장이나 중국 알리 타오바오에서 의상을 구매하시더라고. 한 벌에 10만원, 20만원, 가격이 살벌해.
헌데 코스프레 의상이 공산품이란 걸 알아챈 순간, 뭔가 아쉬움이 몰려왔어. 뭐랄까, 수작업에 대한 로망이랄까, 아잇, 그런 거 있잖아? 대충 느낌 오시죠? (...) ...잠깐, 여기서 주제가 좀 더 선명해졌네. 이번 부코에서 난 의상에 집중한다. 그 중에서도 수작업이 들어간 의상에 더욱 집중한다! 그 밖에 숨이 막힐 만큼 갑갑한 의상, 기발한 의상, 절로 고생이 느껴지는 의상을 담겠어! 전신 화장! 디스크를 불러오는 가발! 땀이 송송 솟는 드레스! ...근데 내 보잘 것 없는 안목으로 과연 그러한 의상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한편, 막상 의상을 주인공으로 잡으려니 구도조차 떠오르지 않아. 옷에 집중한 사진은 어떻게 찍는 거지? 패션몰 상품페이지처럼 찍어야 하나? ...아니면 아싸리 얼굴이 안 나오게 찍을까? 난 얼굴만 나오면 눈동자에 집착해. 이래서는 옷이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을 텐데... 물론 모든 요소를 포괄하면서도, 주제가 살아나는 사진을 찍는 편이 가장 좋겠다만, 내가 그 실력이었으면 프로 작가 뛰고 있지!
에라이, 어떻게든 되겠지. 실패와 행운을 겪다 보면 조금은 깨우치겠지. 이래놓고 여전히 사람에 집중한 사진만 왕창 찍을지도 모르지... 일단 부코 갈게! 도전은 해 볼게!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내게 용기를 줘! (...) ...는, 엇! 내가 코스프레 옷에 집중한다 쳐. 일부 의상은 노출이 높을 수 있잖아? 변태로 오해받거나, 앙?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라!
가령 원신에 모나.
캬, 미호요! 의도가 명확하다. 집념을 갈아 넣었다. 하이레그 스타킹 엉덩이! (짝!) ...선서합니다. 내 아랫도리가 반응하는 의상은 찍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그 의상에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더라도! (...)
사실, 2월 부코였나? 멀뚱멀뚱 의자에 쉬고 있을 때였어. 대뜸 내 옆에 모나를 코스프레 하신 분이 앉으셨거든? 모나 그 자체셨는데, 왜 난 용기를 내서 사진 촬영 허락을 구하지 못 했을까. 여쭤보기라도 했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하고 있지 않을 텐데...
그만큼 아찔하셨어. 나도 모르게 뒤태에 눈이 갔어. (짝!) ...야! 내 나름 건설적인 문화인답게 행동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고! 봐선 안 된다! 제발! 절대! ...그래서 0.4초가량 빛의 속도로 쳐다봤습니다. (짝!)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 드리겠습니다.
...뭔 얘기하다 모나 엉덩이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하고 있지? ...여하튼! 부코 가 볼게! 살아 돌아오길 빌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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