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래시 중간소감문
오늘은 카메라 장비 썰입니다. 소니 플래시를 사용해 본 소감!
칼린쇼 애청자들은 아실 거야. 그간 내가 얼마나 조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지, 왜 소니 F28RM 플래시는 배제했는지, 고독스를 놔두고 하필 소니 플래시를 선택했는지. (...) 모르는구나. 난 조명 때문에 편두통에 걸릴 만큼 고민했어. ...소니 F28RM은 LCD조차 안 달려 있는, 기본이 안 된 플래시야.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거야. F28RM 잘 쓰고 계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그리고 내가 소니 플래시를 선택한 이유는 허영 때문이야...
그럼 소니 플래시는 허세뿐이냐? 그건 아니지. 소니 플래시만의 장점이 분명 있어.
첫째, 플래시와 연사를 함께 쓰려면 단연 소니 플래시야. 타사 플래시는 연사 도중에 절반 가까이 플래시가 작동을 하지 않았어. 그러나 소니는 10장이면 10장 모조리 플래시가 터져.
그리고 초당 최대 20회 플래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a1밖에 없을 거야. 그것도 전자셔터일 때만 가능해. 광량 또한 1/32 이하로 줄여야 하지. 지속시간은 단 1초! ...여러 제약사항에 고작 1초 밖에 못 쓰는 기능이 뭐 대단하다고? 그런데 대단해. 기능적으로 대단한 것보다, 감성적으로 대단해. (..?)
캐논, 니콘, 후지 사용자든, 소니 사용자든, 장비가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게. 시간 날 때 근처 소니 매장에서 a1에 F60RM2를 장착하고 초당 20회 발광을 갈겨 봐. 그 1초 동안은 제우스가 될 수 있어. (...) 진짜야! 플래시에서 퍼퍼퍼파파팍팟~ 우뢰가 번쩍여. 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방전음이 기계식 셔터마냥 요동쳐! 크흑! ...난 F60RM2 초당 20연사를 체험하고 나서 소니 플래시에 대한 모든 원한이 사라졌어. 그만큼 감동이었어.
그래서 플래시 10연사를 언제 쓸래? 초당 20연사는 언제 터뜨릴래?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어... 뭐,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 그 날이 반드시 오지 않을까? (...) ...아참, 초당 20연사는 F60RM2만 지원해. F46RM은 20연사 중 앞서 10장만 플래시가 터지더라고. 이 말인 즉, F46RM은 20연사 지속시간이 0.5초 밖에 안 된다! F46RM은 외장 배터리를 연결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지속시간을 늘릴 방도가 없다.
둘째. TTL이 정확하다! 적어도 “나”보다는 낫다!
TTL을 언급하기 전에, 1/400초 플래시 동기 속도부터 따질게. 소니 광고에서는 마치 자사 플래시만 1/400초를 지원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아니, 다른 브랜드 플래시 역시 a1 1/400초 최대 플래시 동기 속도를 지원하더라고.
주제로 돌아와서. TTL. 자동이지. ...나의 조명 선생님, 권학봉 님, 파블로 님은 TTL을 거의 안 쓰시는 것 같아. 수동으로 정확하게 광량을 맞추는 편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TTL보다는 수동으로 광량을 맞추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소니 플래시를 써 보면 써 볼수록, TTL이 나보다 광량을 더 잘 잡더라고. 비단 플래시를 직광으로 쐈을 때뿐만 아니라, 반사판을 쓰든, 우산을 쓰든, 미니 소프트박스를 쓰든, 천장반사를 치든, TTL이 만능이었어. 내가 일일이 다이얼 돌려가며 광량을 맞출 필요가 없더라니까. (...) 진짜야!
TTL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동으로 즉시 변환할 수 있어. 그때 활약하는 기능.
TTL 광량 기억 기능. 단, 이 기능은 F60RM, F60RM2만 지원해. 한편 플래시를 무선동조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TTL 레벨 메모리 기능이 작동하지 않더라고. 흐음...
셋째, 1/32000초 까지 고속동조를 지원한다!
해당 사진은 SMDV B120으로 실험한 거야. B120은 1/8000초 까지 제대로 플래시가 터지는데, 그 이상은 시꺼멓게 나와. 고독스 플래시 역시 1/8000가 한계지.
반면 소니 플래시는 셔터스피드 1/32000초에서도 빛이 터져. 비록 줄무늬가 생길 수 있지만.
경고한대로 1/8000 초과 셔터스피드, 그러니까 전자셔터 구간에서는 줄무늬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어.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 고속 셔터로 사진을 찍으면 대번에 티가 나더라고. ...그럼에도 타사처럼 시커멓게 나오는 것보다야 줄무늬로나마 빛이 터진 편이 낫지 않니? (...) 그게 그건가. 크흠.
장점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단점을 열거할게. 기가 차도록 가성비 꽝인 점이야 다들 알고 계실 테니 넘어가고! 에라이 소니! ...예상 못 했던 단점.
첫째, F60RM2은 머리가 커서 SMDV 소프트박스를 쓸 수 없다. SMDV 플립 소프트박스가 간편하고, 국산이고, 많이들 사용하실 텐데, 이놈의 F60RM2에는 맞질 않아. 심지어 플립 이전에 나온 ‘스피드박스’조차 안 들어가.
둘째, 플래시 플라스틱 표면에 상처가 너무 잘 난다. 가방에 몇 번 넣고 꺼냈더니 벌써 여러 군데 긁힌 자국이 났어. 맘이 아파. 그냥 과격하게 쓰라는 하늘의 계시일까? (...) 그렇다고 보호용 필름을 붙이자니 더 미끄러워 질 것 같고, 발열 해소에 악영향을 줄 것 같고, 모르겠네,
셋째, AA 배터리를 왕창 마련해야 한다. F60RM2, F46RM 각각 AA 4개씩 들어가지, 예비용으로 4개 더 들고 다녀야지, 무선동조까지 생각하면 플래시를 2개 들어야 하니까 2배로 들고 다녀야지, 어느덧 AA만 12개, 16개 들고 다녀야 한다니까.
플래시 때문에 AA 고속 충전기를 사고, 후지쯔 충전지 다발를 사고, 이것만 해도 벌써 5만원 가까이 써야 돼. ...무게도 제법 나가지. AA 충전지 하나에 대략 26그램 정도 나가니까, 12개 들고 다닌다면 312그램.
여기서 잠깐. 배터리 용량을 높이고, 무게를 가볍게 하고자 ‘리튬이온 AA’ 충전지를 사용할까 고민했거든? 그런데 소니 플래시에는 리튬이온 AA를 쓰면 안 된대.
현재 나와 있는 리튬이온 AA 전지로는 플래시의 순간방전전류를 감당할 수 없대. 리튬이온 AA 전지를 사용하면 연속발광 성능이 떨어지고, 혹 잘못하면 과열 사고마저 터진다니까, 리튬이온은 쓰지 맙시다. 노파심에 알려드립니다. 맘 편히 알카라인 혹은 니켈수소 충전지를 사용합시다.
이상. 소니 플래시를 찍먹해 본 소감이었어. ..이 자리에 소니 플래시를 사용하실 분이 계시기는 할까 만은, 나조차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SMDV를 택하고 싶다 만은, 그래도 소수의 허세파 제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짝!) ...그래, 뭐가 허세냐!
소니 카메라에는 소니 플래시 아니겠습니까! 당신도 소니 플래시에 동참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