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코믹월드를 정리하며
2주 전에 있었던 부산 코믹 월드. 딴에 열심히 사진을 찍고 왔어. 사진 보정이야 지난주에 마무리 지었고, 이제는 마음 정리만 남았어. ...내가 이번 부코에 가서 느낀 점을 풀어보실까!
첫째, 코스어의 메일 주소를 2번 확인하자! (..?) 그게 몇몇 코스어님은 내게 메일을 가르쳐 주셨거든?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 달라 그러셨어. 그 중에 한 분, 메일 주소가 잘못됐더라고. 엉뚱한 분에게 사진이 전달됐더라고.
혹시나 해서 수소문 합니다. 10월 29일 저녁 5시 30분경에 사진 찍으신 분! 원신 클레 복장을 하셨습니다. 메일 주소 where***@naver.com 으로 기재했으나, 주소가 잘못됐습니다. ...만에 하나 제 쇼를 보신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둘째, 사진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구나!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렸더니, 그 중 2분은 본인이 직접 보정을 다시 해서 내게 사진을 되돌려주셨어.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하, 이런 스타일을 바라셨구나, 이렇게 표정을 짓고 싶으셨구나, 모델님은 이런 느낌을 원했구나, 감탄하며 사진을 살펴봤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델님 성향에 맞추어 사진을 찍진 않을 거야! 아직 똥꼬집 살아있습니다. (...)
셋째, AI 보정이 대세다. ...방금 했던 말에 이어서, 코스어님이 보정을 해서 내게 보내 주신 사진을 살펴보는데, 메타정보에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 뜨더라고. ‘meitu 9803’. 메이투? 이게 뭐지?
메이투의 정체는 스마트폰 사진 보정 앱이었어. AI를 통해 간편하게 인물 보정을 할 수 있는 앱이더군. 결과물을 보고 놀랐어. 너무나 잘 해서. 인간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니까... 그래도 난 여전히 내가 직접 보정하는 게 좋아! 고역이지만, 시간 많이 들지만, 어설프지만, 그래도 그게 나니까. 내 사진이니까.
참고. 메이투가 중국 기업이더라고. AI 사진 보정, 특히 인물 사진 보정에서는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것 같아. 최근 뜨거웠던 ‘Evoto’ 역시 중국계 기업이고, 설마 이러다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가 어도비마저 뛰어 넘으려나?
한편 왜 사람들이 카메라보다 폰으로 찍은 사진을 선호하는지, 이제 알겠어. 폰으로 찍고 보정한 사진이 더 예쁜걸. 결과물도 빨리 나오는 걸. 친구들에게 공유하기도 편한 걸. ...그래서일까? 상당수 코스어 분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걸 거부하시더라고. 폰으로 찍는 건 괜찮은데... 아참, 이 기조가 결혼사진에도 이어지는구나. 아이폰으로 결혼사진 찍기! 인생에 한두 번 있을 결혼식 사진을 아이폰으로 찍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어. 그러나 이젠 이해해.
넷째, ‘코스어’랑 ‘모델’은 다르다! (...?) 그러니까, 부코에 오신 분 중 대다수는 코스프레가 좋아서, 색다른 의상이 좋아서, 친구들과 그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서 오셨을 텐데, 정작 난 그 분들을 모델 취급했어. 카메라를 들이밀면 응당 포즈를 취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어. 그래서 내가 마음이 불편했던 거였어!
이건 마치... 그래! 중세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드론을 띄운 꼴이랄까!
죄송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그러니 난 코스어를 찾을 게 아니라, 사진 찍히는 데에 진심인 분을 찾아야 하는구나. 그런데 그런 분을 어떻게 찾지? 끄응... 앗! 아하! 그래서 내가 지스타를 고대하는구나. 전문 모델을 갈구하는구나. 이제야 알았어.
이걸로 나의 2023 10월 부코는 대단원! ...쇼를 마치기 전에 잠깐 속내를 터놓자면, 요즘 칼린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 이게 카메라쇼인지, 장비쇼인지, 풍자쇼인지 헷갈릴 만큼 장비에 치중했잖아? 이참에 칼린장비쇼라고 이름을 바꿀까? (...) 변명하자면, 이상하게 윤석열 대통령께서 당선되시고 나서부터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뚝 떨어지더라고. (짝!) 선거철 다가오면 또 다시 좌우 정치 어그로 쏟아낼지 모르죠! 캬하하!
이상!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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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