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카드 사용기
공지! 잠깐 장비 썰 풀고 가겠습니다. 제가 지스타에서 플래시를 써서 사진이 망했네, 두 번 다시는 행사장에서 플래시를 쓰지 않을 거네, 투정을 부렸죠? ..는, 태세전환! 플래시는 진리다! 이 좋은 걸 왜 지금에서야 썼는지 모르겠다! 난 다음부터 행사장에서 플래시 반드시 쓸 거다! (짝!) 플래시 이야기는 언제 날 잡아서 털어놓을게.
2023 지스타. 내 인생 최초로 경험한 일이 여러 가지야. 행사장에서 플래시를 사용한 것도 처음이지, 4DX 스크린 영화관에 가본 것도 처음이지, 그리고 경찰서에 들어가서 유실물 신고 한 것도 처음이지. 그것도 남의 물건 분실신고 때문에 말야. 더 정확히는 남의 토스뱅크 카드!
응당 내 것이라 생각했던 카드가 실은 남의 카드였다. 사기꾼의 변명에나 나올 법한 일이 내게 일어났어. ...때는 11월 19일 지스타 마지막 날.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도중이었지. 벡스코에서 부산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서 버스로 환승하려는데 카드가 먹질 않는 거야. 단말기에 찍어봤자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거야.
결국 버스를 타지 못 했어. 황망한 마음만 가득, 난 카드가 손상돼서 그런가 싶었다? 어디 카드에 상처라도 났나 살펴보는데, 카드 소유자 이름란에, 응? JUNG * *? 어라? 난 정씨 아닌데? 뭐야 이건! ..그때서야 내가 남의 카드를 들고 있다는 걸 알았어. (...)
그때부터 기억을 긴박하게 굴렸지. 왜 난 남의 카드를 들고 있는가? ...아하! 11월 17일 오전 10시! 벡스코 2관 3층 물품보관함! 물품보관함을 이용하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 내 뒤에 있던 분이 말씀하셨어. ‘카드 갖고 가세요!’ 그곳에는 라임색 토스뱅크 카드가 놓여 있었어.
난 순간 정신이 혼미했어. 난 라임색 토스뱅크 카드를 쓰지만, 분명 주머니에서 꺼낸 적이 없는데. 물품보관함 대금은 농협카드로 결제했는데, 근데 왜 토스카드가 물품보관함 결제기 위에 놓여 있지? 설마 내가 꺼내놓고 그새 까먹었다고? 벌써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큰일인데... 내 대뇌 건강을 걱정하며, 뒤에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그렇게 일단락 지어진 사건. 그렇다! 거기서 난 남의 토스카드를 주운 거였어! 내 건 줄 알고!
아무튼. 남의 카드라는 걸 안 이상 신고해야지. 우선 토스에 전화해서 상담을 요청했어. 토스는 24시간 전화 연결이 가능하더라고. 상담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대책을 물었어. 헌데 상담사님 왈, 토스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대. 토스뱅크카드는 카드번호가 카드에 적혀 있지 않아서 조회를 할 수가 없대. 정 찝찝하면 경찰서에 가서 분실신고를 하래.
여기서 살짝 고민했어. 카드 조회며 추적도 안 되는 거, 내 귀찮게 경찰서까지 가야 하나? ...그러나 일말의 양심이 승리했다! 경찰서 갔어! 내 이름이며 주민번호까지 다 기입하며 유실물신고를 했지. 그리고 벡스코에서 집까지 3일간 왕복 차비! 약 7천원까지 적어 넣었어.
이후 터벅터벅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끌고 집까지 걸어갔어. 찬바람에도 땀이 줄줄 흐르더라...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 토스뱅크 카드를 찾아 나섰어. 황당하게도 코드 윗주머니에 버젓이 꼽혀 있더군. 세상에... 이 부분은 내 대뇌 건강을 의심해야 해. 자기 카드를 코트 주머니에 넣어놓고 까맣게 잊어먹다니.
한편 카드 원래 소유주님에게 살짝이나마 원망이 일었어. 카드를 분실하셨으면 즉각 신고하시지! 바로 거래정지 거시지! 그랬으면 나도 괜히 남의 카드 쓸 일 없었을 테고, 지스타 마지막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까지 40분 걸려 걸어 들어가는 일이 없었을 텐데!
하지만 실상 소유자님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알고 봤더니 카드분실 신고를 하더라도 교통카드 기능은 즉시 멈추질 않는대! 2~3일 정도 기간이 소요된대!
이게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이냐? 어처구니가 없네! ...갑자기 토스뱅크 카드를 쓰기 겁나. 난 토스뱅크 카드를 하필 교통카드용으로 쓰고 있거든? 왜냐하면 토스뱅크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하루에 한 번 100원 캐쉬백을 주니까! ...엇? 잠깐만. 만약 내가 남의 토스카드로 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했다면, 즉시 정지카드란 걸 알았을 것이고, 남의 카드란 걸 알아챘을 것이고, 더 행복했겠네? (...)
나도 기가 차. 우주의 기운이 날 남의 카드 사용꾼으로 내몰았다니까. 이 정도면 여러분도 이해하지? 나 잘못 없지? 잘못이 있다면 물품보관소에서 카드를 취득했을 때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 ...아잇! 근데 누가 카드 이름까지 꼬박꼬박 확인하니! 싸인? 없었어! ..는 이참에 내 카드에는 싸인 큼직하게 해놔야겠다. 에헴. (짝!)
이상. 생애 최초로 남의 카드를 내 카드인 줄 알고 썼다가, 뒤늦게 경찰서에 유실물 신고한 썰이었습니다.
토스뱅크 | 토스뱅크 체크카드 (tossbank.com)
카드분실 후 사용된 금액은 카드사에서 보상해준다? - YouTube
그래도 주인장은 바로 알아서(?) 다행이지 별 신경 안쓰면 계속 써서 난감할 수도 있었겠네요 ㄷㄷ
사실 삼페만 오질라게 써서 그런지 플라스틱 카드가 어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