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을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몸
경축! 마침내! 길고 길었던 몸살에서 완전히 탈출했어! (...) 세상에, 나도 지스타 여파가 이렇게까지 길 줄 몰랐어. 지스타 사흘 몸 굴렸다고 일주일을 넘게 골골 대다니, 오늘에서야 100% 회복하다니, 이제 나도 늙었구나... (짝!)
아무튼 입맛이 돌아온 기념으로 ‘코코아’를 시켰어! 더 정확히는 핫초코 미떼! ...아플 때 코코아가 그렇게 마시고 싶었걸랑. 분풀이 차원에서 오늘 하루만 2컵을 들이켰지.
그런데... 내가 상상했던 코코아, 뼛속까지 당분으로 채워질 만큼 달달했던 그 코코아 맛이 안 나. 왜죠? (...) 원래 미떼랑 코코아랑은 맛이 달라? 미떼는 원래 우유에 분말가루 탄 듯 맹숭맹숭한 맛이야? 누구 아시는 분? (...) 끄응...
설마 내 입맛이 변했나? 코코아를 더 이상 달콤하게 마실 수 없는 몸이 돼버린 걸까? ...그럴 것이 나 스스로 입맛이 변했다는 걸 체감하거든. 예전엔 단 거 그렇게 좋아했는데, 지금은 흐부적... 기름진 튀김 얼마나 좋아했는데, 지금은 느끼해...
내 입맛이 점점 고급화 된다는 건 돼지국밥에서 가장 느껴. 토종 부산사람으로서 한때는 내가 한 돼지국밥 했다고. 돼지국밥 중에서도 눅진하고 양념 팍팍 들어간, 부평동 신창동 국밥을 특히 즐겨 먹었어. 자갈치 시장, 깡통 시장 근처 국밥 말야.
그런데 지금은 돼지국밥을 들이키지 못 해. 무난한 해운대 수변국밥조차 퍼먹지 못 해... 위장에서 거부해. 소화가 안 되고, 위벽이 따갑고, 하루 종일 거북하고, 어느덧 그런 나이가 됐어... 참고로 이번 지스타 끝나고 나서, 벡스코 옆에 있는 수변국밥집에 갔거든? 아찔했어. 돼지국밥 한 그릇을 완뚝 못할 뻔 했어. 그 맛있는 돼지국밥을 억지로 목구멍에 집어넣었다면 믿어져? 후우...
글쎄다. 부산 범일동 할매돼지국밥은 어떨까?
다른 곳보다 양념이 심심하니, 간이 삼삼하니, 국물이 청정한 곳이거든? 지금의 내 위장 상태에 그나마 이 집 국밥이 입맛에 맞을까? 흐음... 갑자기 왜 슬프지...
아참, 돼지국밥과 마찬가지로 미각의 즐거움을 상실한 음식이 있어. 바로 치킨. 치킨 중에서도 매콤한 양념 치킨! 그 조금 맵다고 역시나 위장이 거부를 해. 양념통닭 먹은 날은 속이 거북하고, 화장실 변기가 비명을 지르고, 그래...
그렇다고 후라이드는 안심할쏘냐. 요즘 후라이드 치킨은 왜 이렇게 맵고 짠 거니? 가령 ‘썬더치킨’ 먹었다가 대장이 뒤틀렸어.
부산에서는 꽤나 유명한 프랜차이즈야. 썬더치킨! 기안84가 광고까지 했다고... 우리 엄마는 썬더치킨이 맛있대. 썬더치킨만 사오셔. 그런데 난... 어후... 공포야. 저걸 먹었다간 장이 버티질 못한다!
이상. 나약해진 소화기간 탓에 입맛까지 변화하는 자의 하소연이었고요, 여러분도 혹시 나랑 비슷한 길을 걷고 계시진 않은가! 어느새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기피하게 된 나이! 캬하하!
힘냅시다... 갑자기 돼지국밥이 당기네...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