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세로그립에 다시 가담하다
토요일은 카메라 장비 이야기! 오랜만에 카메라에 대해서 떠드는 것 같네! 아무튼 오늘 주제는 세로그립! 왜 나는 세로그립을 구매했는가!
황당하게도 난 가로사진을 찍을 때 손바닥이 아파서 세로그립을 구매했어.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지스타, 지스타에서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손바닥이 욱신거렸어.
난 기존에 스몰리그 L플레이트 밑둥을 카메라에 결착한 상태에서 촬영했거든? 플레이트를 달면 적어도 새끼손가락이 놀아나진 않아. 그런데 손바닥이 문제야. 플레이트 모서리가 하필 손바닥 아랫면 뼈를 직격해.
물론 하루에 200컷 남짓 일상을 담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런데 지스타처럼 하루 종일 찍고, 정신없이 찍고, 특히 70200 제법 무거운 렌즈를 꼽은 채 찍으니, 손바닥에 자국이 날 만큼 하중이 걸렸어. 아프더라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세로그립!
사실 세로그립이야 작년 지스타 때도 살까 말까 고민을 했어. 세로그립을 달면 분명 파지감이 대폭 상승하니까. 허나 그 만큼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니까. 계륵 중의 계륵이지... 실제로 난 과거 소니 1세대, 2세대 세로그립을 사용했거든? 두 번 다 세로그립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생각하고, 세로그립을 처분했어.
내가 당시에 세로그립을 포기한 이유는 부피와 무게 때문만은 아냐. 그 보다 더 큰 난관이 도사렸지. 바로 사용성! 어떻게 플레이트를 달 것인가! 어떻게 스트랩을 연결할 것인가! 이거 진짜 골치 아프다? 세로그립 사 놓고 정작 세로그립에 손조차 안 댈 수 있다니까. 그깟 플레이트와 스트랩 때문에!
일단 플레이트. 세로그립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세로그립은 말 그대로 그립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치잖아? 그런데 거기에 쇠판대기를 덕지덕지 붙여서야 그립감이 올라가겠니? 전혀! 세로그립 카메라에는 그 어떤 플레이트도 달지 말아야 한다! 이게 내 지론이야.
플레이트를 못 다니 자연히 스트랩 또한 결착하기 애매해. 환장하겠어. 일단 김현수 작가님이 추천해주시는 방법을 살펴볼까.
픽디자인 스트랩 기준이고, 작게나마 플레이트를 연결해야 해. ...아마 세로그립 바디에 가장 적합한 스트랩 연결 방식 같아. 그러나 난 이 방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왜냐! 난 픽디자인 스트랩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앵커 2개 풀었다 꼽았다, 너무 귀찮아!
난 ‘블랙래피드’ 파야. 모든 스트랩을 블랙래피드 시스템에 맞추었어. 블랙래피드의 최대 단점, 픽디자인 앵커마냥 카라비너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카메라에 반드시 부착해야 해. 이 고리가 세로그립 파지감을 깡그리 망쳐.
왼쪽에 새까만 D링 보이지? 톡 튀어나온 탓에 세로그립을 잡으면 손바닥이 아파. 손바닥이 아파서 세로그립을 샀는데, 정작 세로사진을 찍을 때 또 손바닥이 아프다? 이 무슨 돈 써가며 병 걸리는 꼴이냐. 후우...
참고로 옆에 픽디자인 알파에디션, 내가 소니 세미나 3년을 들으며 겨우 1번 당첨된 스트랩, 미개봉 소장용으로 보관하던 걸 오늘 뜯었어. 픽디자인 스트랩을 사용하면 그나마 손이 편할까 궁금해서, 실험해 보려고... 분명 픽디자인 쪽이 세로그립 파지감을 그나마 덜 침해해. 근데, 그래도, 나랑 픽디자인은 안 맞더라. 다시 고이 접어서 서랍에 넣어뒀어. 이럴 거 왜 뜯었을까. 흑흑...
이쯤에서 Matt grager 작가님을 모십니다. 세로그립 카메라인 니콘 Z9을 즐겨 사용하고, 또 블랙래피드 스트랩을 애용하는 분이지.
엄... 그냥 플레이트 달아 쓰시는구나. D링 체결해서 쓰시는구나... 어쩔 수 없나? 블랙래피드 스트랩을 쓰는 이상 세로그립 파지감은 포기해야 하는가? ...한숨을 내쉰 채 그나마 파지감을 덜 떨어뜨리면서, 아카스위스가 달린 제품을 살펴봤어. 소개합니다. JJC 퀵 릴리즈 플레이트!
당연 플레이트 달면 파지감이 대폭 떨어져. 울퉁불퉁한 금속성 모서리가 불쾌할 지경이야. 그러나 막상 이 제품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려웠어... 뭐, 파지감만 생각한다면 블랙래피드 FR-T1 나사를 고려해 볼 수도 있는데,
D링보다는 높이가 낮기 때문에, 그나마 손바닥이 덜 아파. 근데 이 나사 하나가 4만원이야. 히히히! ...그렇다고 알리발 저렴이 고리를 쓰기엔, 카메라 안전과 직결된 장치인데, 이거만큼은 정품 써야지...
아무튼, 그래서 JJC 퀵 릴리즈 플레이트를 그대로 달 것이냐? 그렇게는 못 하지! 조금이나마 파지감을 살리기 위해 끌을 들었어.
모서리 부분을 북북 밀었지. 조금이나마 파지감을 살릴 수 있었어. 이왕 파지감을 살리는 거 도브테일 부분까지 밀어버릴까 고민했다? 도브테일까지 밀면 비록 삼각대에 연결할 수 없지만, 파지감은 확실히 올라가니까. ...어쩌지, 도브테일까지 둥굴둥굴 밀어버릴까? 난 어차피 삼각대를 안 쓰는데 말야.
그나저나 세로그립을 다니 확실히 편해. 비록 세로그립 탓에 360그램 넘게 무게가 증가하지만, 그 이상으로 파지감이 상승해. 오른 손바닥이 개운해진 것에 더해 렌즈를 받치는 왼손까지 한결 편해.
세로그립 아래둥치 덕에 왼손을 기존보다 살짝 덜 높이 들어도 돼. 이 조그만 차이가 안정성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더라고. 카메라를 뷰파인더 위치에 올렸을 때, 나 스스로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껴.
문제는 세로로 사진을 찍을 때! 플레이트가 일절 달리지 않은, 순전히 세로그립만 달았을 때야말로 손에 착 감겨. 후우... 진짜 어떡하지. 아싸리 스트랩 달지 말고, 플레이트 따위 달지 말고 쓸까? ...그러나 스트랩 없이 쓰기엔 카메라를 떨어뜨릴 위험이 큰데, 하루 종일 카메라를 생손으로 들고 있으려면 힘이 들 텐데... 아오! 어렵다!
여하튼 그래서 세로그립, 여러분에게 추천하느냐? ...글쎄다. 칼린쇼 애청자들은 장비력이 높으니까, 세로그립에 대해 본인 주관이 뚜렷하실 거야. 필요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시겠지. ..그러나 아직 세로그립을 접하지 않으신 분, 거대함을 갈구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요.
세로그립만큼은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 사셔야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더 무거워지고, 거추장스러워집니다! 언급했듯이 세로그립 파지감을 살리려면 플레이트 하나, 스트랩 하나 붙이기 조심스럽습니다! ...아참, 가방도 세로그립에 맞추어 바꿔야 합니다! 세로그립 때문에 쏟아 부어야 하는 돈과 노력에 비해 만족감이 형편없을 수 있습니다! ...전 비추합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왜 비싼 소니 정품을 고집했는지, 소니 정품과 호환 그립 간의 품질 차이 등등. ...앗, 가장 중요한 가격! 요즘 세로그립 시세가 많이 떨어졌더라고. 코로나 시기에는 세로그립이 50만원 넘고 그랬잖아? 지금은 반 토막 났어. 나는 쿠팡에서 신품을 27만원에 샀으니까. ...아마 소니가 경품으로 세로그립을 많이 뿌린 탓에 시세가 떨어졌나 봐. 더구나 곧 VG-C5 5세대 세로그립이 나오니까. 비록 기존 카메라는 5세대 세로그립과 호환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4세대 세로그립은 가격이 떨어질 때가 됐지.
이상. 세로그립에 대해 주저리 떠들었어. 나는 이번에야말로 세로그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니콘 Z 9 & 후지필름 GFX 50S II 세로 촬영을 위한 스트랩 연결방법 추천 - YouTube (카설남)
Matt Granger - YouTube
카메라에 세로그립이라는 파츠를 장착하면 어떤점이 좋을까? - YouTube (김용만 Dersen)
타사 바디는 저런 느낌이 없었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