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KBS 애청자였었다니
오늘은 살짝 위험한 얘기를 꺼내보실까! 언론 자유를 위한 통탄! ...은 아니고, 그저 내 방송 취향을 풀게.
여러분은 KBS 즐겨 봐? (...) 난 KBS를 전혀 안 보는 줄 알았어. TV 자체를 안 보니까. 그런데 실은 유튜브를 통해서 KBS 콘텐츠를 대량 소비하고 있었더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KBS를 들었으니, 나조차 놀랄 정도였어. 내가 이렇게나 KBS를 사랑했었나?
우선 아침에는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배경음악 삼아 들었고, 틈틈이 박종훈의 경제한방을 들었고, 오후 4시면 홍사훈의 경제쇼를 들었고, 그러다 저녁 시간 즈음에 더라이브를 들었고, 참 많이도 들었어.
난 왜 이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을까? ...일단 정부 정책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점에서 내 취향에 맞아. 기득권을 향한 도전정신! (...) 그리고 은근 재밌었다? 농담과 해학이 드문드문 첨가됐지.
그런데 이제 이들 프로그램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대통령이 바뀌고, 방통위원장이 바뀌고, KBS 사장이 바뀌고, 그러자 무슨 영문에서인지 이들 프로그램이 박살났어.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모조리 물갈이 됐니. 사표를 쓰니, 한직으로 발령 당했니, 자기도 모르게 결방이라니, 대단했지.
이쯤에서 드는 의문, 뭐가 좋은 방송이지? 무엇이 나를 위한 방송이지? 왜 KBS는 내가 즐겨 듣는 프로그램을 폐지시켰을까? 내가 잘못됐나? ...그나저나 대통령 바뀔 때마다, 총선 치를 때마다, 왜 KBS 사장부터 저녁 뉴스 진행자까지 물갈이가 될까? 이게 정상적인 체계인가? 이러고도 정치와 방송이 분리되어 있다 말할 수 있나?
아무튼. 한 가지는 분명해. 지금의 누군가와 나랑은 방송 취향이 다르다.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더 이상 내 취향에 맞는 방송을 KBS에서 들을 수 없다. 헌데 어차피 난 이전에도 이들 프로그램을 KBS 공중파로 듣지 않았어. 모조리 유튜브로 들었지.
그래서일까, 내가 좋아했던 KBS 프로그램들이, KBS에서 버림받았던 진행자들이, 유튜브에서는 멀쩡히 활동하고 있네? 대표적으로 홍사훈의 경제쇼! 늘 같은 오후 4시! 들을 만 합니다. (...) 다만, 홍사훈 기자가 홀로 만든 채널이 아닌, 김어준 씨 겸손은 힘들다 채널 내에 둥지를 틀었어. 흐음...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드네! 난 고독한 언론을 더 사랑해서 말이지.
그 외 최경영 기자도 자체 채널을 개설한대. 어떤 시각으로 시사를 풀어갈지 기대되는 걸. ..그리고 더라이브의 최욱. 최욱 씨야 매불쇼로 매일 뉴스를 탈탈 털고 있으니까. 오히려 최욱 씨는 너무 정치적으로 변한 것 같아 걱정될 정도야. 자고로 웃기는 사람이 정치색을 띄면 제약을 많이 받잖아? 대표적으로 김제동 씨가 그랬고...
그나저나 어떤 진행자를 좋아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 듣고,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내 정치 성향을 깡그리 노출한 기분이야. 하! 그래! 나 진보다! 난 가난하기에 경제는 혁명적 사상을 지지한다고! 이건 이해하지? (...) 기득권에 대한 시선도 비슷한 관점이야. 난 방구석 찐따이기에, 권력이 없기에, 권력 가진 자에 대해 시기와 두려움을 갖고 있어. 그래서 권력자들에게 앙칼진 언론을 좋아해.
아잇, 뭔 얘기하다 내 정치성향까지 까발리고 있지... 여하튼. KBS! 더 이상 내 갈증을 해소시켜주지 못하는 KBS! 안 보면 그만이야! 유튜브의 망망대해에서 내 이상을 찾으면 그만이야! 이 말을 KBS 사장님과, 곧 방통위원장이 되실 분과, 그리고 그 분께 바칩니다. 프리덤! (짝!)
박종훈의 경제한방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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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더라이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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