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세로그립 파지감 살리기
토요일은 카메라 장비썰. 오늘의 주제, 나의 세로그립 적응기! ...사실 난 세로그립을 선호하지 않아. 카메라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367그램 정도 무거워지고, 그에 따라 카메라 가방 또한 큼직한 걸 선택해야 하고, 난감하지.
허나 내가 결정적으로 세로그립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어. 바로 스트랩과 플레이트. 세로그립을 달면 스트랩을 달기 정말 애매해진다? 세로그립 파지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스트랩을 걸 방법이 딱히 없었어. 그렇기에 난 a7 1세대 2세대, 2번에 걸쳐 세로그립을 사용할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세로그립을 중고로 처분하고 말았어.
그랬던 놈이 왜 갑자기 세로그립을 장착했냐? ...지스타 2023, 70200 무거운 렌즈를 하루 종일 들고 사진을 찍다 보니 손바닥이 너무 아프더라고. 참고로 스몰리그 L플레이트를 카메라에 달아서 그나마 파지 면적을 늘렸건만, 그래도 손바닥이 아팠던 거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세로그립을 달기로 마음먹었어.
과거 세로그립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정말 각오를 단단히 먹고 임했어. 기필코 세로그립 파지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스트랩을 연결할 방법을 강구한다! ...일단 핸드그립 형태의 스트랩은 제외!
예전에 내가 세로그립을 쓰면서 핸드그립을 사용했어. 그래서 실패했지. 핸드그립 때문에 손이 세로그립 쪽으로 가질 않아. 그 잠깐 핸드그립에서 손을 빼기가 귀찮아서. (...) 진짜야. 써 보신 분은 내 의견에 동감할 걸? ...아닌가? 내가 유독 게을러서 그런가? 어쨌든 난 세로그립에 핸드그립을 절대 달지 않겠어!
그러니, 픽디자인 스트랩을 장착한다.
픽디자인 플레이트나 앵커 플레이트는 비교적 크기가 작아서, 손바닥이 닿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더라고. 세로그립 파지감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어. 문제는, 내가 픽디자인 스트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고 넣을 때마다 앵커 2개를 일일이 붙였다 땠다 해야 하는 점이 너무 귀찮아.
대신 난 블랙래피드 스트랩을 애용해. 근데 블랙래피드는 카메라에 고리를 달아야 하거든? 스트랩 카라비너를 연결할 D링이 반드시 필요해.
맷 그랜저 작가입니다.
처음은 블랙래피드 D링만 사용해 봤어.
실패야. 저 톡 튀어나온 고리가 손바닥뼈를 찔러. 그래서 그나마 덜 튀어나오는 고리 나사를 부착해 봤다?
D링보다는 괜찮은데, 고리 나사 역시 손바닥을 찔러. 게다가 고리나사는 언제 고리가 부러질지 모르니까. 쓴다면 튼실한 블랙래피드 FR-T1 나사를 써야 할 터인데, 이 나사 하나가 4만원이 넘어.
D링과 고리나사는 또 다른 약점도 지니고 있는데, 스트랩 카라비너 날카로운 부위가 자칫 세로그립 바닥을 긁어먹는 걸 방지하지 못 하겠더라고. 그래서 D링과 고리나사는 탈락!
다음으로 시도해 본 것이 JJC 플레이트!
고리를 90도로 눕혔다 펼쳤다 할 수 있어. 괜찮지? (...) 다만 플레이트 자체 두께가 두꺼워서 이질감이 들었어. 그러니 어째. 두께를 줄이기 위해 도브테일까지 밀어가며 북북 갈았지. 근데 갈고 가는 와 중에 깨달았어. JJC 플레이트는 두께뿐만 아니라 고리의 위치가 문제란 걸. (..?)
고리를 90도로 세우면 역시나 손바닥을 찔러. 이 말인 즉, 고리를 손바닥이 닿는 범위 밖으로 빼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평안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리를 어떻게 그립부 밖으로 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수작업! L플레이트를 갈았어!
도브테일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파지감을 살리고 싶었어. ...나 이거 깎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다이소표 조박만한 다이아몬드 파일로 손수 깎은 거야...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골병듭니다. CNC 기계 가공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
그래서 좋더냐? 하면, 생고생을 하고 만든 장치임에도 마음에 안 들었어. 외관이 지저분한 것에 더해, 카메라를 가방에 넣을 때 고리 부위가 거슬려.
요렇게 D링이 툭 튀어나오걸랑. ...뭐 D링을 카메라 쪽으로 당기면 되긴 하는데, 그럼 D링이 손바닥 아래에 닿아서 또 불편해. 참...
그나저나 L플레이트를 굳이 갈 필요 없었더라? 그저 고리를 세로그립 모서리로 뺄 생각이었으면 다른 플레이트를 쓰는 편이 훨씬 나았어.
울란지 PT-07. 에휴, 난 일 다 마치고 나서야 이런 제품을 발견했을까... 이미 지난 일이야! 플레이트에 D링을 연결하는 방법은 탈락!
이렇게 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아니! 알리익스프레스를 탐험하고 탐험한 끝에, 내가 바라던 플레이트를 발견했어! VLOGGER에서 나온 VPD-78!
JJC 플레이트와 비슷하게, 고리를 숨겼다 펼쳤다할 수 있어. 대신 고리가 걸리는 각도가 90도가 아냐. 45도, 180도만 걸리더라고. ...한편 JJC와 달리 VPD-78은 가로 길이가 길어서, 비교적 고리를 세로그립 파지부 아래로 뺄 수 있어.
고리 위치는 괜찮으나, 플레이트 두께는 줄여야지. 그냥 잡기에는 파지감이 너무 안 좋았어. 그래서, 또 갈았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살려줘! (...)
내 피와 땀이 들어간 최종본이야... 도브테일을 완전히 밀었어... 이러면 삼각대나 모노포드에 카메라를 체결할 수 없지만, 응, 난 어차피 삼각대 안 쓰니까! 그보다 파지감을 살리는 게 중대 사항이니까! ...거친 부분을 600방 사포로 밀고, 개퍼 테이프로 차가운 금속 부위를 최대한 감싸고, 나름 신경 많이 썼어. ...물론 돌출부위를 더 깎아냈으면 좋겠다만, 도저히 못 하겠어. 하기가 싫어. 대체 소니 세로그립 삼각대 나사선은 왜 이렇게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 거니? 아오! (...) ...대충 만족하는 선에서 작업을 마쳤어.
배터리 교체하는데 문제없고!
줄이 비교적 짧은 블랙래피드 손목 스트랩을 사용할 때도 문제없고!
카메라를 바닥에 둘 때, 플레이트가 완충장치 역할을 해 주고! ...결정적으로 블랙래피드 스트랩과 세로그립을 동시에 쓰면서도 그나마 파지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난 마침내 다다랐다! 박수 주세요! (...)
아참, 1/4인치 나사 머리가 유독 크지? 머리 크기가 약 2.4m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나사야. 알리에서 따로 구매했어. 나사와 손바닥이 닿는 면적을 넓게 하면 파지감이 쥐똥만큼이라도 오를까봐. 나사 모서리 역시 600방 사포로 밀었어.
난 과연 세로그립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 부디 적응해야 할 터인데 말이지... 집에서 가로 세로 왔다 갔다 쓸 때는 편해. 손바닥 편안하고, 이상 없고, 괜찮아. ...이제 야외 실전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실험해 봐야 할 터인데, 여태 그럴 수 없었어.
그게... 내가 플레이트를 수작업 끌로 갈아냈다고 했잖아? ...갈아내는 와중에 내 가운데 손가락 끝단을 밀어버렸어... 흑흑...
쇳가루 날리지 말라고, 갈아내는 도중에 물을 뿌렸거든. 찬물이 손에 닿아서일까? 장갑이 터지고, 손톱이 갈리고, 피부를 벗겨내는 상황에서도 전혀 통각을 느끼지 못 했어. 피가 철철 흐르고 나서야 허걱 했어. (...) ...보다시피 지금은 꽤나 회복했으니까, 건강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고요한 겨울을 드디어 담아내려나. 추위에 길고양이들은 안녕하려나. 나뭇잎들은? ...두근대내. 친구들아 기다려라! 세로그립 달고 내가 간다! 요로시꾸! (...)
이상. 혹시 나랑 똑같은 고민을 갖고 계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혹은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신 분! 가공 필요 없이, 삼각대 도브테일 갈아낼 필요 없이, 세로그립 파지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계신 분, 안 계십니까! 센세! 가르침을 청합니다!
니콘 Z 9 & 후지필름 GFX 50S II 세로 촬영을 위한 스트랩 연결방법 추천 (youtube.com) (카설남)
소니 세로그립 유격 해결 방법 (youtube.com) (카설남)
https://youtu.be/BoSt_nvOpcc?si=iP5a-6bIjaRoxuoC 이거랑 비슷한 방식으로 손목에 감아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