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도시에서 카메라 들기
지난 주 북극한파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난 살면서 처음으로 ‘촬영용 장갑’의 필요성을 느꼈어. 너무 추운 나머지 손이 얼어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다행히 알리에서 주문한 장갑이 막 도착해서 착용해 볼 수 있었거든? 근데, 불편하더라! 평소 맨손으로 느꼈던 카메라 감각이 아니다보니 불안하리만큼 이상했어. 손가락이 두꺼워져서 카메라 조작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하필 내가 작디작은 소니 카메라를 쓰다 보니 손가락이 카메라와 렌즈 사이에 꼈어. 이대로는 도저히 못 쓰겠다싶어서 장갑을 개조했어. 이렇게!
에휴, 이럴 거 처음부터 손가락 뚫린 장갑을 살 걸. ...근데 손가락 부위를 개방했음에도 여전히 답답하더군. 손가라 사이사이 끼는 부위가 너무 불쾌했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손가락 마디 부위 자체가 없는 장갑을 사야겠더라고.
권오철 작가님입니다. 박수! (...) 괜히 권 작가님이 손가락 4마디가 뻥 뚫린 손모아장갑을 쓰시는 게 아니다. 여러 경험 끝에 최적의 장비를 찾아내신 거다. ...권오철 작가님 장갑 브랜드가 코오롱이더라고. 마침 코오롱몰을 검색했더니 유사한 제품을 팔고 있더군. 헌데 가격이 무려 7만원이 넘어. 이럼 나가린데...
할 수 없이 알리에서 구매한 장갑, 내가 가위로 싹둑싹둑 오래낸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갔어. 나 살면서 처음으로 장갑 낀 상태에서 카메라 들고 밖에 나가본 거야. ...어쨌든, 장갑 끼고 카메라 들어본 소감은요! ...내 장갑 안 끼고 만다! 덥다! 손에 땀 찬다! 당장 벗어! (...)
알잖아. 난 남쪽도시 부산에 살아. 지난주야 부산도 영하를 뚫었지, 이번 주는 벌써 영상 기온을 회복했어. 더욱이 내가 열이 많거든. 11월 지스타에서도 셔츠 하나 달랑 입었음에도 땀을 흘렸던 놈이니까. 축적된 내장지방, 크흑! (...)
아무튼. 내가 처한 환경, 겨울철에도 물이 얼지 않는 도시에 살고 있는 환경, 게다가 몸에 열이 많고 갑갑한 걸 못 견뎌 하는 내겐 장갑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렇다고 겨울철 칼바람에 손을 내놓고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기는 거시기하고, 혹 또 다시 북극한파가 부산을 찾아올지도 모르고, 똥 덜 싼 항문이었어. (...)
하지만! 난 대안을 찾고 말았다! 장갑에 비해 통풍성이 뛰어나고, 카메라 조작에도 덜 영향을 주는 물건! 바로 테니스 방한 토시!
겨울철 테니스를 칠 때 끼는 토시래. 난 이 토시의 가운데를 죽 잘라서 써 볼 요량이야. 겨울바람은 막아주면서, 다섯 손가락이 모두 뚫려 있는 덕에 통쾌하면서, 즉각적으로 카메라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방안! 괜찮지? (...)
하긴, 손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장갑만 있는 건 아니잖아? 토시도 있고, 손에 목도리를 감으면 그게 장갑이고, 또는 사랑하는 이의 뜨거운 손바닥도 있고... 사실 처음에는 목 토시를 살까 했어.
조절 끈을 손목에 맞게 꽉 조이면 이게 손목 토시지. 별 거 있나! 가격 또한 테니스 토시보다 10배 더 저렴했어. 단돈 500원! ...근데 난 목 토시를 포기했어. 조임끈 때문에! ..머리로 사전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오른손에 목 토시를 끼고, 조임끈을 잡아당기려니 불편한 거야. 입으로 끈을 물고, 조임 장치를 왼손으로 잡아당겨야 했던 거야. 이렇게 귀찮아서야 분명 몇 번 쓰다 옷장에 처박아두기만 할 거야.
그래서 최종 합의, 테니스 방한 토시! 고무줄 쫙쫙 들어간 놈으로 하나 주문했어. 내일 택배가 도착할 것 같아. 과연 내가 궁리한 방안이 탁월했는지, 겨울철 도심 속 장비가의 손을 품어줄 수 있는지, 제가 한 번 써 보겠습니다!
겨울 테니스 장갑 토시 쇼핑 후기 리뷰
🎵 혹한기 천체 촬영 비법│천체 사진가 권오철│알파 랜선 세미나 (youtube.com)
겨울철 출사엔 방한장비가 필수라는것을..손가락이 후들후들 떨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