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부산 코믹월드
어제 오늘 부산 벡스코에서 코믹월드가 열렸어. 이틀 모두 다녀왔지.
사실 작년 10월 부코를 마지막으로 난 더 이상 부코에 가지 않기로 했어. 내겐 덕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감했거든... 그런데 이번에 또 갔네? 왜 또 갔을까? ...마지막 미련이 남아서야. 지스타에서나 만나 뵐 수 있는 전문 모델님들이 부코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걸랑. 이를테면 기주 님, 미노 님, 튜나 님.
운이 좋았어. 양일 모두 3분을 만나 뵙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제 여한이 없어. 다만 내가 3분께 너무 민폐를 끼친 거 아니가 걱정돼. 찐따 티를 팍팍 냈거든...
아무튼! 이번 부코를 통해 느낀 점이라면... 첫째! 도촬에 대한 욕망이 피어오른다! (짝!) ...물론 절대 도촬하지 않습니다! 다만, 뭐랄까... 캔디드 샷? 피사체가 카메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정과 동작,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안타깝더라. 그 찬란한 모습을 담지 못한다는 아쉬움...
에휴, 나 왜 이러니. 캔디드 샷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던 나였어. 당당하지 못한 사진, 허락받지 않은 사진은 찍지 말자고 다짐했던 나였어. 그런데 어제 오늘은 다짐이 눈꼽만큼 흔들렸네. ...에잇! 반대로 생각합시다! 실력을 기릅시다! 서로가 소통하며 사진을 찍는 와중에 상대가 어느새 카메라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릴 만큼 자연스러운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합시다! 어떻게? ...그건 나도 모르지! 흑흑...
둘째, 전문 코스어님을 촬영할 때도 심적 부담이 된다! ...전문 코스어님들은 촬영도 잘 응해주시고, 포즈도 잘 취해주시고, 찍은 사진을 루리웹에 올려도 흔쾌히 허락하시고, 그렇다만, 그럼에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뭔가 죄송하더라고...
아참, 상현 님, 송주아 님도 부코에 오신 것 같더라?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이 늘어설 정도였어. 허어... 아마 아자 님이 부코에 오셨다 한들, 난 거대한 줄 속에서 아자 님께 말조차 못 붙였을 것 같아. ...당연한가! 갑자기 슬프네.
셋째, 부코에서 사진 연습 하면 안 되겠다. 코스어님들께 죄송해서라도 안 되겠다... 이번에도 역시나 난 24mm로 어떻게 인물을 담을지, 플래시는 어떻게 사용할지, 코스어님을 상대로 연습했어... 모델이 되어주신 ‘키위씨’ 님 정말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죄책감에 몸뚱이 전체가 무거웠어. ...아니! 연습을 다 한 상태에서 코스어를 촬영해 드려야지, 그저 연습상대로 사람을 찍어서야 쓰나! ...죄송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플래시? 광각에서의 구도? 이제부터 오직 동상을 상대로만 연습하겠습니다.
여하튼. 작년 2월부터 오늘 1월 28일까지. 부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 스스로를 더 파악하고, 또... 사진실력도 조금은 늘었으려나? ...고맙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그랜절!
이제 부코를 졸업할 때가 됐어. ...몰라, 특별한 일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부코 그 자체, 그 흥겨움 그 자체를 즐기고자 한다면 또 가겠으나, 알잖아. 내겐 불타오를 덕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아닌가? 덕력에 상관없이 현장을 즐기면 되나? 솔직히 오늘 실내입장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관람안내를 보고 나서 포기했어.
무대를 찍을 수 없다고? 행사장 전경을 찍을 수 없다고? 이러면 찍새인 나로선 부코에 들어갈 매력이 엄청 떨어지는데... 물론 규정이 이렇게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사유가 있겠으나, 갑갑한 게 사실이야.
아무튼! 부코를 졸업하며, 사라바다! (짝!)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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