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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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장비쇼] 올림푸스 OM-1을 기리며 (4) 2024/02/09 PM 11:17




올림푸스 OM-1을 기리며

 


오늘의 주제, ‘필름 카메라’ 좋아하세요? (...) 하! 냉혹한 장비가인 나조차 한때 필름 카메라를 기웃거렸어. 옛것에 대한 로망, 미지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지. 실제로 필름 카메라를 써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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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카 ELECTRIC 35 GL. 이 카메라를 이용하여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를 찍었어. 현상과 인화까지 마쳤지. 그 이후 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일이 없어. 환상은 멀리 있을 때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물론 필름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긴 해. 녹진하니, 흐릿하니, 진득하니, 분명 장점이 있어. 그런데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단점이 넘쳐. 일단 필름 한통에 최소 1만원은 넘지, 요즘은 2만원에 육박하더라? 거기다 현상하고 인화하는데 또 돈 들지. 살이 떨려서 사진을 맘 놓고 찍을 수 없다니까.

 

돈 문제야 통장을 탕진하고서라도 해결한다 쳐. 그럼에도 더 큰 문제가 기다렸어.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종속성? 비독립성? 의존성?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니까 자유를 잃어버리더라고. 그럴 게, 나만의 암실공간을 갖추고 스스로 현상을 할 수 있어야 사진에 내 의도를 담을 수 있잖아? 마치 요즘 라이트룸이니 캡쳐원으로 보정하는 것처럼? 그런데 집안에 암실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적어도 난 못 해. 우리집 전세야!

 

...더구나 오래된 카메라다 보니 셔터와 필름감개가 버티질 못하더라고. 카메라 셔터를 당기고 누르고 심심풀이로 몇 번 만지작거렸더니 어느새 고장 났어. 아무리 튼실하게 금속으로 만든 카메라라 한들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봐. ...결국 야시카 일렉트릭 35 GL은 전시용으로 무료 나눔 했지.

 


그렇게 필름 카메라를 향한 열정을 깡그리 사그라뜨렸어. 코로나 시기 잠깐 필름 카메라가 떴을 때도 전혀 관심 두지 않았어. 그런데 최근에 소니가 복고풍으로 내놓아줬으면 하는 필름 카메라를 찾아보던 중, 한 제품이 내 눈에 떡하니 들어와 버렸어. 바로 소니의 전신 미놀타! 하이매틱 C!

 

렌즈를 뽁 뽑아 쓰는 방식이 신기해. 필름감개가 돌아가는 소리는 또 어찌나 감미로운지. ...중고가 20만원이 넘더라. 너무 비싸더라. 차라리 비싸서 다행이야. 내 안에 슬쩍 꿈틀거렸던 욕망을 말끔히 제거해 주었으니까. 아무렴요. 필름 카메라? 사 봤자 관상용으로 쳐다볼 거, 사서 뭐하게!

 


...그런데, 또 다시 내 안의 필름 카메라가 날뛰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문이야! (..?) 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아보던 중, 당시 광주의 모습을 남긴 기자들에 대해서 살펴봤거든? 당연히 나 장비병환자로서 그 분들이 사용한 카메라 기종에 대해서도 조사했지.

 

일단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나오셨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이 사용한 카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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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 비디오 카메라래. 정확한 기종은 찾아봐도 안 나오더라고.

 

그나저나 위르겐 힌츠페터 님 외에도 많은 기자님들이 1980년 광주를 담으셨다는 사실을 나는 이번에야 알았어. 유영길 님, 김창훈 님, 최광태 님, 유영상 님, 이마에다 히로시 님이 영상으로 광주를 기록하셨대. 고맙습니다!

 

한편 사진으로 광주를 남기신 분에는, ‘노먼 소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님이 계셨어. 노먼 소프 님은 본인이 남긴 자료를 우리나라 정부에 기증하셨더라고. 21년에 기증전이 열렸으니, 거기서 기자님이 사용했던 사진기 또한 전시됐어. 바로 이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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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바디! 올림푸스 OM1 블랙, 맞지? (...) 하나는 OM 주이코 35mm F2.8, 다른 하나가 75-150mm F4 인 것 같아. 맞나? (...) 필름카메라 고수님들, 검증 부탁드립니다. 오네가이시마스!

 

여하튼. 노먼 소프 기자님이 사용했던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를 보니, 괜히 로망이 끓어오르더라고! ...나 필름 카메라 안 좋아하는데? 올림푸스 카메라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심지어 블랙바디? 나는 반딱반딱 은색 바디를 선호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올림푸스 OM1 블랙바디가 끌려. 나 왜 이럴까? 아오!

 

에잇! 말 나온 김에 OM1 블랙 중고가나 알아봅시다. ...에라이! 20만원이 넘네! 다행이야! 나는 20만원을 지불할 만큼 노먼 소프 님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짝!) ...장비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광주의 참상과 역동을 기록해 주신 노먼 소프 님 고맙습니다.

 

아무튼. 난 이겨냈다! 내 안의 필름용! 납작 눌렀다! 하하하! ...그러나 당신은 어떻습니까? 필름 카메라에 욕망이 불타오르는 분! 질러라 어서!

 

끝으로 망해버린 올림푸스를 기억하며, 그러나 끝끝내 OM의 정신을 이어가는 카메라를 기념하며, 따끈한 신제품 OM SYSTEM OM-1 마크2 디지털 카메라 영상 감상하겠습니다. 참고로 국내 정발은 꿈도 꾸지 마시라! B&H가 2400달러! '마이크로 포서드' 조박만한 센서 주제에! 안 사요! (짝!)






독일 힌츠페터처럼 5·18을 기록했던, 잊혀진 기자들 < 사회 < 정민경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위르겐 힌츠페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택시운전사’ 속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광주에 묻어달라”… - 경상일보 (ksilbo.co.kr)
노먼 소프 기자가 1980년 당시 사용한 카메라 - 뉴스1 (news1.kr)

[광화문갤러리] 외신기자가 기록한 5·18 최후의 항전 직후 | 아주경제 (ajunews.com)
Olympus OM system - Wikipedia
OM System OM-1 Mark II Review: JUST a Firmware Upgrade? (youtube.com) (Peta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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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killer    친구신청

누가 보따리 장사라도 했으면 아직 올림푸스 쓰고 있을텐데... 결국 한국을 완전히 떠나서 유지 못할거 같아 니콘으로 넘어갔습니다. ㅠㅠ

아직도 m1에 75 300물려서 썼던 기억이 좋게 남아서 아쉽네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한때 TV광고까지 했던 올림푸스 카메라가 한국에서 철수하다니,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올림푸스는 튼튼한 바디에, 상대적으로 망원에 유리한 구조를 갖추었을까요!

Anakin    친구신청

저도 아직 쓰고 있지만 다음 바디는 파나소닉 g9으로 넘어갈듯 합니다.

풍신의길    친구신청

올림푸스 OM-1이 역사 깊은 카메라였다는 걸 저는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필름시절부터 이어진 OM1 명칭이더군요.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쓰려면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파나소닉이 유리하겠군요. 그러고보니 최근 G9 마크2가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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