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500mm F5.6 DG DN OS
CP+ (Camera & Photo Imaging Show)가 당장 내일 개막이지. 이에 맞춰 각 카메라 회사들이 신제품을 연거푸 내고 있어. 오늘 내가 중점적으로 다뤄볼 제품은 바로, 시그마 500mm F5.6 DG DN OS! ...아참, 나는 소니 카메라 유저이기 때문에, 소니 E마운트 기준으로 이 렌즈를 평가할 거야.
결론부터 간단히. 나는 시그마 500mm에 매력을 못 느꼈어. 차라리 오늘 동시에 출시한 시그마 15mm F1.4 DG DN 어안 렌즈에 더 관심이 가더라.
어안렌즈 써 보신 분? (...) 나는 써 본 적 없어. 어안렌즈로 담는 세상이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다야. 어안렌즈만의 독특함이 있던데. 마치 중앙에 블랙홀이 자리 잡은 듯한 느낌 말야.
다시 500mm로 돌아와서. 내가 이 렌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유. 첫째, 단렌즈치고 최대 개방 조리개가 F5.6이라 아쉽다. 적어도 조리개를 F4.5까지 개방시킬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럴게, 시그마 500mm 최대 경쟁자 소니 200-600mm F5.6-6.3 G OSS.
소니 200-600이 500mm에서 최대개방 조리개가 F6.3이거든? 500mm F5.6에 비해 겨우 1/3스탑 어두울 뿐이야. 이래서야 500mm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둘째. 단렌즈 치고 무겁다. 시그마 500mm가 1365그램, 소니 200-600은 2115그램, 약 750그램 더 가볍다만, 글쎄다. 750그램 차이로 소니 200-600을 포기하기엔 아깝지 않아? ...한편 시그마 500mm는 유리알이 렌즈 앞쪽에 몰려 있어. 무게중심을 잡는데 불리해.
반면 소니 망원 단렌즈, 300GM, 400GM은 렌즈알이 뒤쪽으로 몰려 있거든.
내 감히 예상컨대, 소니 300GM이 1470그램으로 시그마 500mm보다 105그램 더 무겁지만, 막상 손으로 들었을 때 느낌은 소니 300GM이 더 가벼울 거야.
셋째, 최소 초점 거리가 320cm이고, 최대 접사 배율이 0.167배다. 가까이 있는 물체를 찍기 버겁다. ...물론 경쟁자 소니 200-600mm 역시 최대접사배율이 0.2배로 썩 좋은 편은 아냐. 허나 소니 200-600G는 2019년에 나온 렌즈이고, 시그마는 2024년 막 나온 렌즈잖아? 최신렌즈 답게 접사능력을 더 높아야 바람직하지 않나?
넷째. 렌즈풋이 짤막하다. 장착이 번거롭다.
아카스위스 규격의 도브테일을 채택한 점은 칭찬해. 문제는 길이가 너무 짧아. 렌즈와 풋 간의 폭도 좁고. ...아무래도 렌즈 전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짜리몽땅한 렌즈풋을 장착한 것 같은데, 시그마여! 그렇게 장사하지 마소! (...) 렌즈풋 길이가 적어도 12cm는 넘어야 손에 착 감기지! 짐벌 헤드에 올렸을 때 무게균형을 잡기 편하지!
더구나 시그마 렌즈풋은 탈착이 불편하더라고. 시그마는 렌즈풋을 나사로 고정시키는 방식이던데? 맞지? (...) 평소 드라이버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러면 렌즈풋을 아예 빼고 다니거나, 아니면 항상 붙이고 다녀야 할 텐데, 불편한데!
넷째, 소니 카메라에서는 텔레컨버터를 사용할 수 없다. ...이건 시그마 잘못이 아니지. 서드파티의 설움이지. ..500mm 단렌즈라서 더더욱 안타까워. 단렌즈라면 텔레컨버터를 장착하더라도 만족할만한 화질을 뿜어낼 텐데, 참.. 1.4배 텔레컨버터를 단다 치면 700mm F8인가? 접사배율 또한 0.237배로 조금이나마 오르는데, 소니 카메라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네요.
다섯째, 시그마 500mm를 소니 카메라에서 사용하면 초당 최대 15연사까지만 지원한다. 포커스 브리딩 보정마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또한 시그마 잘못이 아니지. 서드파티의 설움이지... 다른 화각대의 렌즈라면 초당 15연사가 별 문제 없을 거야. 그런데 500mm라서 걸리네. 500mm로 스포츠 선수, 조류, 야생동물, 연예인 직촬에 주로 사용할 텐데, 15연사조차 아쉬울 때가 있을 거란 말이지. 특히 a9m3는 초당 120연사까지 당길 수 있잖아? 그런데 시그마 렌즈를 달면 15연사로 제약당하니, 이거야 원... 아잇, 이게 다 소니 때문이다! 소니는 서드파티 렌즈 정책을 개선하라! 좀팽이처럼 기능 제약 걸지 마라!
여섯째, 비싸다. 2999달러!
국내 시그마 유통사 ‘세기’. 과연 세기 사장님은 이번에 얼마에 500mm를 내놓을까? 단순 오늘자 환율로 계산하면, 400만원이야. 히히히! 부가세 10% 붙이면 440! 낄낄낄! ...앞에 4자 보이면 난 주저 않고 소니 200-600G를 살 거야. 소니 200600G가 현재 210만원이니까. 시그마의 반값이라고. 200600G는 소니 적통 렌즈이자, 소니 렌즈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제품! 그런데 뭐? 시그마가 400? 440? 안 사요! 세기몰 클리어런스 50% 할인 때나 봅시다. (짝!) ..죄송합니다. 세기몰 파이팅. 맨프로토 마이크로 소프트박스 재고 언제 들어오나요? 에헴... (...)
이상, 내가 왜 시그마 500mm F5.6 DG DN OS에 별 매력을 못 느꼈는지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어. ...사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시그마 500mm로는 허세를 채울 수 없어. 좋게 말하면 최고의 장비로 촬영에 임하고 싶다는 욕심을 채울 수 없어.
단렌즈를 선택했다는 것은 곧 화질에 욕심을 낸다는 뜻 아닐까? 최상의 화질을 만끽하고 싶은 욕망 말야. 그런데 시그마 500mm는 최상이 아닌 대안적 성격이 강하니까, 통장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선택하는 제품이랄까... 그렇다고 시그마 500mm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잇!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겠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이해해 주십시오. (...)
난 소니 300GM을 좋아하지 않다만, F2가 아닌 F2.8로 나왔다는 이유로 실망했다만, 그럼에도 시그마 500mm보다는 좋은 게 사실이니까. ...괜히 시그마 500mm로 찍으면 자격지심이 들지 않을까? ...맘속에서, 같은 장면을 소니 300GM으로 찍으면 어땠을까? 300GM은 2배 텔레컨버터마저 감당할 수 있다는데, 그럼 600mm F5.6이고, 시그마 500mm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미련이 남을 거란 말이지... 우리 장비병 환자들, 동의하시죠? (...) 에휴, 이 장비병! 허세!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을 거라고! 취미 장비가 주제에!
300GM이 이런데, 하물며 400GM, 600GM은 미련이 더욱 심화될 거야. ...나의 꿈 400GM, 그야 400GM은 비싸지. 너무 비싸지. 못 사지. 1399만원! 에라이! 갑자기 시그마 500mm가 선녀처럼 보인다야. ...그런데, 그런데도! 우리 마음은 400GM으로 향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뭔 얘기하다 또 400GM을 찬양하고 있담. 오늘 주인공은 시그마 500mm! 그래서 제 결론은요! 저는 소니 200-600G가 더 끌립니다! 사줘! 200-600G 사줘! ...아니! 400GM 사줘! (짝!)
500mm F5.6 DG DN OS | Sports | Lenses | SIGMA Corporation (sigma-global.com)
SEL300F28GM | FE 300mm F2.8 GM OSS 망원 렌즈 | Sony Korea
[자막]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300mm f2.8 단렌즈! SEL300F28GM [YK리뷰] (youtube.com)
풍신의길
어안렌즈 결과물은 이거 한번 보셔도 될듯합니다. 저도 걍 예능 느낌으로 본 영상이긴 한데, 사진들 느낌이 저런식이라더군요. 뭐 전 어안렌즈는 영원히 안살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