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100VI가 내게 필요 없는 이유
CP+ 개최 기념, 카메라 관련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늘의 주제는 바로 후지 X100VI! 들어가기 전에, 나는 후지 X100 시리즈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이런 놈이 평가했다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주시라. 유독 내 이목을 끌었던 점만 언급할게.
일단 센서가 바뀌었더군. 4천만 화소 이면조사 APS-C X트랜스 센서.
무려 ‘적층형’이야. 적층형이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전자셔터를 사용할 수 있고, 무진동 무음으로 촬영할 수 있고, 블랙아웃이 생기지 않고, 영상에서 롤링셔터 증상을 억제할 수 있어.
기존 적층형 센서보다 리드아웃 속도를 높인 것 같아. 그럴 게, 전자셔터를 사용하는 경우 최대 18만분의 1초까지 셔터속도를 올릴 수 있대. 이야... 18만분의 1초? 난 상상이 안 가. 소니의 글로벌센서 카메라 a9m3조차 최대 셔터 속도가 8만분의 1초인인데, 후지의 기술력이 놀랍다야. ...잠깐만, 설마 X100VI에 들어간 센서를 소니에서 만들었으려나? 그럴게, 니콘 Z9, Z8에 들어가는 적층형 센서마저 원작자는 소니였잖아?
다음, X100 시리즈는 ‘리프’ 기계식 셔터를 쓰더라? 나는 오늘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어. ..리프셔터를 쓰기에 얻는 이점이 있지. 리프셔터이기 때문에 플래시 동조 속도가 무진장 빨라. 최소 1/2000초! 조리개 F4.5 이상에서는 1/4000초! ...포컬플레인 셔터를 사용하는 여타 카메라의 동조속도가 1/200초, 1/250초 정도인걸 비교하면 획기적이구나.
다음, 6스탑 손떨방이 들어갔어. 사진은 물론 영상을 찍을 때 도움이 되겠어. ...대신 손떨방 장치가 들어간 만큼 카메라 전체 무게가 전작 대비 43그램 늘었더군.
다음, 프로세서. 기존 프로세서 대비 2배 더 빨라진 X프로세서5가 탑재됐어. 강력해진 프로세서 덕에 AI 자동초점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이미지 처리 속도가 빨라졌대. ...다만, 신형 프로세서가 전기를 빨아먹는 탓에, 1개의 배터리로 찍을 수 있는 촬영매수가 전작보다 10%가량 줄어들었어.
끝으로 렌즈. X100V와 똑같은 35mm 환산, 35mm F2.0 후지논 렌즈가 쓰였어. 유리알 구성까지 똑같아. ...쓰읍, 렌즈만큼은 실망인데. 센서와 프로세서를 혁신했으면서 왜 렌즈는 과거의 것을 답습했을까? ..물론 기존 후지논 렌즈가 워낙 뛰어났기에, 딱히 개선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만, 그래도 찜찜하다야.
아참, X100에는 내장 ND필터가 들어있더라? 4스탑 ND필터가 말야. 이 사실 역시 난 오늘 처음 알았어. ...정말 부러워. 내장 ND필터를 통해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테니 말야. 4스탑이면 대낮 장노출까지 도전할 수 있겠는데?
이상 후지필름 X100VI에 대해 알아봤어. 사실 난 X100VI에 흥미가 없거든? 그런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니 매력 있다야. 적층형 센서에, 광학식 뷰파인더에, 리프셔터에, 무지막지한 플래시 동조 속도에, 더 무지막지한 최대 셔터 속도에, 내장 4스탑 ND에, 굉장하잖아! 더구나 후지 카메라는 ‘필름 시뮬레이션’이 유명하니까.
간편하게 JPEG으로 필름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어.
그래서, 후지 X100VI 살 거냐? 물으신다면, 당연히 안 사지! 못 사지!
1599달러. 한화로 대략 210만 원 대에 나올 거래. 그야 X100VI의 특징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가격은 아닌데, 그래도 그렇지! ‘똑딱이’가 200이 넘다니!
심지어 후지 90주년 한정판은 35만 900엔!
후지가 1934년 개창해서 올해 90주년을 맞이했어. 이를 기념하여 딱 1934개만 만든데. 관심 있는 분은 지르시라, 부디 의미 깊은 숫자에 걸리시라. 1934/1934 걸리면 대박이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작 X100V는 일본 제조걸랑?
헌데 X100VI부터는 중국 제조라는 말이 파다해. 엄... 요즘이야 중국 제조가 당연하고, 오히려 중국 공장 기술자 분들이 일본 쪽 보다 경험을 더 쌓았을 수도 있다만, 글쎄다. 우리 맘속 한편 일본산에 대한 로망은 지울 수 없네. (...) 혹시 90주년 한정판은 일본 공장에서 생산하려나?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일본산으로 해야 할 것 같다만, 정확히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 준비한 내용이 더 있거든? 분량 초과인데... 에잇! 간단이나마 떠들자! 후지 X100V 때 논란을 일으켰던 스트릿 포토! 도촬! 타츠오 스즈키, 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무래도 X100VI가 가장 활약할 공간이 길거리일 테니, 이 문제를 넘어갈 수 없네... 엄... 나도 딴에 길거리 사진을 많이 찍다만, 괘를 살짝 달리해. 난 사람을 안 찍어. 무념무상한 건물과, 마음 넓은 동식물만 찍어. 그럼에도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있어. ..내가 무슨 권리로 그 분들의 공간을 찍는가? 고양이의 단잠을 방해하는가? ...무생물, 동물, 식물도 이럴 지언데, 사람은... 끄응, 어렵네.
에라이! 몰라! 나는 허락 없이 찍는 길거리 인물 사진에 반대한다! 물론 캔디드 샷의 매력이 있다만, 그러나 나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을거면 허락을 받아야지! 소통! 어이! 반박 시, 여러분 생각이 옳을 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이 옳을지도 모르고요. 그래...
잠깐 라떼 이야기 풀자면, 한때 내가 소위 작고 귀여운 카메라에 미쳤었거든. 소니 a7s 1세대에, 자이스 35mm F2.8을 꼽고 다녔어. 바로 이 모습!
a7s가 배터리 포함 489그램이고, 35mm 2.8 자이스가 120그램이니까, 합계 609그램 초경량 풀프레임 구성이야. 난 여기에 노란색 실리콘 껍데기를 씌웠어. 조금이라도 더 유치해 보이려고, 작아 보이려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이가 카메라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토록 말야. ...는 그래도 안 되더라. 거리에서 만나는 할머니는 날 측은하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대하셨어. 발랄한 여중생은 날 부끄러움을 숨기듯 지나쳤어... 워워, 오해 마시라. 난 그때도 사람은 안 찍었어.
어찌됐든 카메라는 폭력성을 갖나 봐. 아무리 치장을 하더라도 근원을 해결할 수 없었어. 더구나 내가 사교성이 빵이잖니. 방구석 찐따! 카메라의 단점이 배가 되지... 아잇, 뭔 얘기하다 얘기가 여기까지 흘러왔니? 이게 다 후지 때문이다! 내가 이래서 후지 X100 시리즈에 관심이 없나 봐. 나는 후지 X100VI로 찍고 싶은 대상이 없으니까! 나 모쏠이야! 소니 RX1이니, 리코 GR3니, 나와 맞지 않는 카메라네...
여하튼. 후지필름 X100VI! 당신은 X100VI로 찍고 싶은 대상이 있습니까? 끼요옷!
FUJIFILM X100VI | Cameras | FUJIFILM X Series & GFX – Korea (fujifilm-x.com)
Fujifilm X100VI Review (kenrockwell.com)
Fujifilm X100V Review (kenrockwell.com)
후지필름 X100VI Limited Edition 한정판 추첨 판매 [9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 팝코뉴스 (popco.net)
스즈키 타츠오, 스트릿 사진, 일본 - YouTube (최마태)
Compare FUJIFILM X100V vs FUJIFILM X100VI vs Ricoh GR III vs Sony DSC-RX1R II (bhphotovide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