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보다 쓰린 허기
어제 오전 11시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대략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났습니다. 회복에 집중하고자 단식 중입니다. 지금 배가 고파서 정신이 혼미합니다. 살려줘!
지금 당장 내 위장 속으로 집어넣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봤어. 우선, 돈가스! 경양식 돈가스!
부산역 근처에 경양식 돈가스 집이 2군데 있지. 따끈한 스프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 달콤눅진한 소스에 버무린 보들보들한 돈가스! 먹고 싶다. 2개 먹고 싶다. 3개 먹고 싶다. 농담 아니다.
다음, 얼큰한 라면, 대통령이 먹은 라면!
난 후추를 좋아하지 않아. 라면에 콩나물을 넣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그러나 지금은 좋아! 계란 고명에 후추 콩나물을 들이키고 싶어! 당연 밥도 말아 먹어야지! 하악하악!
그리고 깐풍기.
치킨은 너무 딱딱해. 지금은 부드러운 닭을 먹고 싶어. 뼈를 알뜰살뜰 발라낸 순살 깐풍기! 달콤한 소스로 둘러진 깐풍기! ...1달 전이었나?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6천원 뷔페에 깐풍기가 나왔거든? 나는 뷔페 폐장 즈음 들러서 깐풍기를 솥 밥처럼 받았지. 그리고 다 먹어치웠지. 그때가 그리워...
깐풍기 하니, 부산 차이나타운 중국집. 점심특선 메뉴가 생각나는군.
1인 16,000원에 달하는 식사. 최소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니까 32,000원. 다 먹어 치워주마. 혼자서 2인분이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고. ...는, 그래도 3만 2천원은 부담이네. 배고픈 순간에도 이성을 차리게 할 만큼 말야. 난 6천원 점심뷔페에 가서 양껏 먹기나 해야겠어. 마치 성룡처럼!
이상! 사랑니를 뽑아서 아픈 것보다, 굶어서 눈이 돌아간 이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이틀 정도야 가볍게 굶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우습네. 내 괄괄한 식욕을 얕봤어. ...잠깐만, 난 왜 이틀 금식이라는 자체 규정에 매달리고 있지? 배고프면 조금씩 음식을 먹으면 될 것을! 지금 당장이라도!
아무튼. 사랑니 뽑기 전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뽑으세요!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