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명 연습. 3월호
어제 마침내 내 스스로 맹세한 약속을 지켰어. 그 약속이란 바로, 1달에 1번 이상은 조명 연습하기! 억지로나마 플래시를 들고 밖으로 나갔어. 그 결과물을 지금 공개합니다.
우선 태양을 등진 역광 상황에서, 소니 F60RM2 플래시로 맞짱 뜰 수 있는가?
플래시와 안내문 간의 거리는 대략 1미터 안이었어. 이 정도 거리에서는 대낮의 역광 상황에서도 플래시만으로 역광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구나! ...아참, 플래시로 찍은 사진은 색온도가 1천도 가량 뛰었더라고. 후보정으로 두 사진의 색온도를 맞추면 이렇게 됐어.
아무래도 조리개가 F16이다보니 배경이 어색하리만큼 원근감을 잃어버리네. 이 상태로 인물 사진은 찍고 싶지 않은데...
그러고 보니 작년 9월 붕괴 스타레일 부산 투어 때 단항을 코스프레 하신 ‘그잉’님이 생각나.
이때도 조리개를 꽉 조아서 찍은 탓에 배경이 마치 도화지 병풍처럼 나왔어. 물론 이런 사진도 나름 매력이 있다만, 그래도 이왕이면 나는 인물만큼은 조리개를 열고 찍고 싶거든.. 그런데 대낮에 어떻게 조리개를 열고 찍겠어. F16으로 겨우 플래시 동조속도를 맞추는 판국에.
어떻게 하면 대낮 역광 상황에서 조리개를 F2.8 아래로 열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답은 4가지야. 첫째, ND필터를 사용한다. ND 수치는 16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헌데 나는 ND필터를 쓰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필터 들고 다니랴, 갈아 끼우랴 귀찮으니까! ND필터 탈락! (...)
둘째, 태양만큼이나 밝은 조명을 사용한다. 600W급! ...은, 그런 고광량 조명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거대하니까, 탈락!
셋째, 고속동조를 개방한다. 최대 셔터속도로 올린다.
조리개 F2.8, 이때 셔터속도 1/32000! ...고속동조로 당기니까 플래시를 터뜨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광량이 미약하구나. ...그래도 이 사진을 후보정으로 살리면,
암부 노출을 올리니까 줄무늬가 생생하게 드러나네. 쓰읍... 플래시 줄무늬 증상은 예전에 실내에서 실험한 적이 있거든?
적층형 센서 카메라의 약점이랄까, 고속동조를 쓰면 사진에 가로줄이 생겨. 이는 기계식 셔터를 쓰든 전자식 셔터를 쓰든 가리지 않고 나타나. 오히려 내 상식과 달리 전자식 셔터 1/4000초에서, 딱 1/4000에서만 줄무늬 증상이 확연하게 개선됐다면 믿어져?
워워. 오늘 주제는 야외에서 1/32000 고속동조로 플래시를 사용했을 때의 상황. 역시나 줄무늬 증상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드러난다. ...혹시 몰라, 1/16000에서는 줄무늬 증상이 덜 하려나? 다음에 실험해 봐야겠어. ...어쨌든, 고속동조 탈락!
ND필터는 귀찮다고 안 써, 고광량 조명은 비싸고 무겁다고 안 써, 고속동조는 사진에 줄무늬 생겨서 안 써, 그럼 남은 방법은 무엇이냐! ...내가 생각한 방법은 바로, 태양이랑 맞짱 뜨지 않는다. 굳이 역광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노출 브라케팅으로 2장의 사진을 합치든가 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조리개를 꽉 조이데, 입체적일 필요가 없는 배경에서 인물을 찍거나. ...또는, ‘그’ 카메라를 사거나. 소니 a9m3! 응! 못 사요! 돈 없어요! 2400만 화소 안 쳐줘요!
다음, 반사판!
분명 역광 상황에서 반사판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긴 하는데, 쓰기가 너무 번거롭더라고. 바닷바람에 반사판은 휘청휘청, 내 팔도 휘청휘청. 한 팔로 반사판 잡으랴, 다른 손으로 카메라 잡으랴, 사람 할 짓이 아니었어. 반사판은 옆에서 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 쓰는 물건 같아. ...내 생각은 그래! 난 혼자 다니니까, 솔직히 반사판에 돈 쓴 거 후회돼! ...아닌가? 나도 노력하면 반사판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제발!
한편 반사판의 색상. 흰색과 은색은 의외로 반사광이 대상에 닿았는지 헷갈렸어. 빛이 닿았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 내 눈이 이상한가? 아니면 동상을 상대로 연습해서 그런가? (...) 반면 황색, Sunlite.
이 반사판은 반사광이 황금황금해서 금방 눈으로 포착할 수 있더라고.
그나저나 내가 사용한 반사판은 맨프로토에서 나온 82cm ‘헤일로 컴팩트‘라는 제품인데,
비추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다는 것 뿐, 그 외는 단점이야. 반사판 펴고 접을 때마다 얼마나 귀찮게요. 깃대 펼쳐야지, 반사천 하나하나 꼽아야지,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야. ...그런데 이런 제품을 왜 샀냐고? 세기몰 반값 세일에 눈이 멀어서 질렀어. 사장님이 미쳤어요? 아니! 내가 미쳤어요!
다음, 소니 플래시 TTL!
내가 전에 말했었나? 소니 플래시는 1/256보다 TTL-3일 때 광량이 적어. 왜 이런지 이유를 모르겠어. TTL은 2번 발광하느라 1/256보다 더 적은 광량으로 발광할 수 있는 걸까? 아시는 분?
그나저나 예시 사진은 비교용으로 적절하지 않지. 1/256일 때 ISO가 1스톱 뛰었으니까. 참... 이 역시 이유를 모르겠어. 물론 내가 촬영을 할 때 ISO를 고정시키지 않고 찍었다만, 측광방식은 전혀 변경하지 않았거든? 카메라가 괜히 ISO를 높일 이유가 없거든? 그런데 왜 카메라가 ISO를 1스톱이나 올렸을까?
의문을 뒤로한 채, 다음, 바운스 시트와 바운스 디퓨저를 사용했을 때 비교.
이번에는 ISO, 셔터속도, 조리개가 동일해. 믿어주세요. (...) 봐! TTL-3이 1/256보다 광량이 적다니까. 필 플래시로 쓰기에는 TTL-3이 1/256보다 괜찮지 않아? 내가 이래서 TTL을 못 버리겠어. ...아닌가? 개인 취향인가? 엄...
그나저나 내가 사용한 바운스 디퓨저는 이것! ‘테무’에서 2천원 주고 샀어.
실제 발광면은 12cm X 12cm 정도야. 면적은 그럼 144인가? 맞지? (...) 턱없이 부족한 광면적이다만, 그래도 플래시 기본 바운스 시트보다는 크잖아. 참고로 바운스시트는 가로 5cm, 세로 4.5cm, 면적 22.5였어. ...바운스 디퓨저랑 바운스 시트랑 면적이 6.4배 나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군. 6.4배 광면적 차이치고 티도 안 나. 심지어 비교적 크기가 작은 아기 동상을 상대로, 24mm로 근접해서 찍었건만, 얄짤없구나. ...그래도 아기를 업고 있는 어머니의 소매폭 아래, 여기가 살짝 차이나지 않아? (...) 그저 바운스 각도가 달라서 생긴 현상일까? 따흑...
물론 플래시에 직결하는 작은 소프트박스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 보들보들한 빛을 얻기 위해서는 더더욱 큰 광면적이 필요함을 알아... 그래도 복작한 행사장에서는 거대한 소프트박스니 조명우산을 쓸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욕심이 나! 현재 바운스 디퓨저보다 더 큰 광면적을 갖춘 제품을 써 보고 싶다! 별만 차이 안 날 테지만, 그래도 희망고문을 안고! 여러분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거짓말이라도 해 주십시오. (...)
가령 가로 25.4cm, 세로 17.8cm 디퓨저를 꼽으면 어떨까? 광면적을 계산하면.. 452야. 플래시 기본 바운스 시트 면적에 20배, 테무발 바운스 디퓨저 면적에 3.13배니까, 이 정도면 디퓨저 쓴 티가 나지 않을까? 1/256에서도 TTL-3과 같은 미약한 광량으로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야?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부디 돈 낭비라고 말하지 말아줘. (...) 흑흑...
이상!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내용이 아직 남았는데, 분량초과네.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 뭐. 아무튼, 플래시를 사용해 볼수록 글로벌 셔터가 정말 부럽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셔터를 탑재한 소니 a9m3 영상 감상하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