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WPA 사진전 발칙하게 바라보기
오늘은 카메라 장비가 아닌 사진에 대해 떠들어보실까. ...며칠 전이었지. 2024년 소니 월드 포토그라피 어워드 수상작이 발표됐어. 우승자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부끄럽더라. ...격차가 너무 나... 수상 사진에는 힘이 실려 있어. 강렬한 무언가가 하나씩은 다 있어. 그런데 내 사진은 부족하네... 그렇다고 내 사진이 싫다는 건 아냐! 나는 내 사진을 사랑해!
아무튼. 감히 내가 2024년 소니 WPA를 평하자면,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 내가 심사 위원이었으면 다른 사진을 뽑았을 거다! 이 한 몸 당돌하게 외칩니다! (...) 아잇, 주제도 모르게 떠들어서 낯짝이 뜨거워. 그래도 내 솔직한 심정이야. 어쩔!
뭐랄까, WPA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가 따로 있나 봐. 전체적으로 ‘팝아트’스럽다 랄까?
당부하지만 오늘 얘기는 순전히 내 옹졸한 생각이니까, 깊이 받아들이지 마시라. ...분명 수상작들이 매력 넘치는데, 그게, 나랑은 안 맞아. 나 팝아트 안 좋아해. 그렇습니다. 계속 혓바닥이 길어지네. 칵!
한편 인물 분야 우승작들을 감상하는데 괜히 심술이 났어. 왜냐하면!
마크 해리슨 작가는 ‘데이비드 애튼버러’를 찍었는데, 애튼버러 경하면 영국 BBC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해설로 나오셨던 분이잖아? 짤로 돌아다니는, 그 뭐냐, 전기톱 대학생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분 맞나? 맞지? (...)
존 에녹 작가는 현재 F1의 황태자라 불리는 ‘막스 베르스타펜’을 찍었고.
프레드릭 애란다 작가는 ‘이안 맥켈런’을 담았어. 간달프! 성지향이 게이셨던가? 그치? (...)
...좀 치사하지 않니? 아무리 인물사진은 모델 빨이라지만, 유명인들을 섭외하고 촬영하기까지 작가의 분투가 있었겠다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치트키 작렬하는 거잖아! 에라이! 2025년 WPA 수상을 위해 나도 유명인을 찍겠어! 윤석열 대통령을! (...) 제목, 대통령의 뒷모습. 윤석열 대통령 등 뒤로 어여쁜 김건희 여사님을 찍는 거지. 캬하하! (짝!) ...죄송합니다... 아무튼 난 이번 WPA의 인물 분야 선정 방식이 아쉬워... 그렇습니다.
자, 부정적 소리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2024 WPA 수상작 중 내 맘에 쏙 들어온 작품을 소개할게. 나만의 WPA 시작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티엔 응웅옌 응옥 작가의 고래 사진!
향유고래인가? 혹등고래인가? 새끼 밑에는 빨판상어도 보이고, 경이롭다. 거기다 햇살의 방향이 신비로움을 배가 하는 것 같아.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는, 내가 동일한 환경에서 찍는다면 흑백이 아닌 칼라로 찍었을 거야. 난 흑백보다 칼라를 좋아하거든.
그리고 고래를 더 멀리서 찍거나, 혹은 더 광각으로 담고 싶네. 거대한 바다 속에 고래 모자를 좀 더 고독하게 그리고 싶어. ...엇? 내가 방금 광각을 선호한다니, 넓게 담고 싶다니, 평소와 정반대 소리를 했다고? 난 평소 망원을 선호하는데? 24mm조차 넓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망원파인 나도 바다에서만큼은 광각을 갈구하는구나.
다음, 줄리엣 파비 작가가 찍은 이누이트 여성 사진!
무려 ‘다큐멘터리’ 부분 사진이야. 다큐멘터리 사진은 후보정을 극도로 제한한다고 알고 있어. 작가의 의도보다 사실성을 강조한다고 알고 있어. 맞지? (...) 헌데 알록달록 보정한 사진보다 이 사진이 내 눈망울을 더 사로잡아. 슬픈 듯, 고요한 듯, 빛과 어둠이 섞인 여성... 크흑!
사진이 내포한 역사를 살펴보니 더욱 전율이 오더라고.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 여성과 소녀를 상대로 강제 피임과 불임 수술을 저질렀대. 그린란드에서 이누이트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작이었다는군. ...추악한 진실을 내게 알려준 줄리엣 파비 작가님 고맙습니다. 피해 여성분들 승리하십시오! 내 오늘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안 먹을 거야! (...)
다음, 하비에르 아르세니야스 작가의 환경 분야 사진. 중동에 몰아닥친 극심한 가뭄을 다뤘어.
기후위기로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리비아 쪽은 물이 없대. 에휴... 잠깐만, 시리아는 정치 경제적으로도 혼란한 곳 아냐? 전쟁 때문에 12년째 난민이 떠도는 곳... 참, 신이 원망스러울 만큼 악재가 겹쳤구나. 신은 어디 있는가...
그런데, 그런데,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여인의 뒤태만 상상했어. 물에 젖어 달라붙은 엉덩이의 굴곡, 까만 차도르 사이로 보이는 황금색 얼굴... 아름답다...
좀 전에 줄리엣 파비 작가님 사진도 그렇고, 하비에르 아르세니야스 작가님 사진도 그렇고, 다큐멘터리의 사실적 풍모가 가득한 사진인데, 그런데 나는 이 두 사진을 모델 사진 보듯이 받아들였어. 비하가 아니라, 내가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라, 그만큼 그냥 사진이 아름다워...
사실, 나는 여태 WPA 프로들의 사진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거든? 그럴 게, 내 수준으로는 그 분들 사진을 해석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가령 2015년 프로패셔널 건축분야에서 1등을 하신 ‘Cosmin Bumbut’ 작가님 사진.
난 이 사진이 왜 좋은 사진인지 여전히 깨닫지 못 했어. ..조형적으로 완벽한가? 보정이 완벽한가? 내포한 의미가 깊나? 정말 모르겠어. 난 제로의 영역에 진입하지 못 했네.하아...
Cosmin Bumbut 작가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프로 작가님 사진이 내 맘에 썩 들지 않았어. ...그런데! 올해 2024년에는 이변이네! 내가 프로 작가님이 찍은 사진 중에서 2장을 고르다니! 심지어 보도와 환경 부분 사진을! ...설마 내 취향이 다큐멘터리 쪽인 걸까?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는 다큐 사진, 앙! ...순전히 여성 사진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따흑..
이상. 2024년 WPA를 내 취향대로 감상해 봤어. 여러분의 취향은 어떤가? 본인 심장에 턱 꼽히는 사진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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