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SCF에 다녀와서 변명 내뱉기
SCF! 서브 컬쳐 페스티벌! 끝내 다녀왔어! 박수 주세요! (...)
사실 안 가려고 했어. 나는 더 이상 덕후가 아냐. 열정이 식었어. 실제로 어제 토요일은 가지 않았지. 감귤, 박지 작가도 왔는데... 그런데 집에서 뒹굴 거리고 있자니 맘이 심란하더라.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낼 바에 차라리 행사장에 갈 것을, 그 편이 내 인생에 뜻깊을 것을... 그래서 오늘은 벡스코에 다녀온 거야.
내 목표는 오롯이 ‘미노’님 사진 찍기! 니케 ‘엔더슨’을 코스프레 하셨어.
여담으로, 미노님이 날 알아봐 주셨다면 믿겨? 하긴, 내가 작년부터 부산에서 열린 행사라면 꼬박꼬박 참석했으니까, 그때마다 미노님께 사진을 요청 드렸으니까, 이 찰거머리 같은 정성 덕에 나를 기억하셨나봐. 캬하하! (짝!) ...죄송합니다. 스토커는 아닙니다.
그리고 미노님과 함께 계셨던 ‘쥬클레시아’ 님도 내게 사진을 허락하셨어. 니케 사쿠라 흑야암행 코스튬 버전을 코스프레하셨지.
쥬클레시아 님께는 죄송한 마음뿐이야. 올해 1월에 열렸던 부산 코믹월드 때도 쥬클레시아 님이 사진촬영을 허락해 주셨거든? 보아핸콕을 코스프레 하셨지. 얼마나 아름다우셨게요. 그런데 나는 쥬클레시아님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지 못 했어...
문제는, 이번 SCF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거다! 너무 긴장하고, 너무 서두르고, 무작정 셔터를 눌렀어. 나 어떡하면 좋니... 더 경악할 사항 말해줄까? 미노님 사진 역시 열기 두려워. 미노님을 찍을 때도 역시나 긴장하고, 서두르고, 무작정 셔터를 눌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진사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더라. 언변 활발하시고, 모델과 소통 잘 하시고, 포즈 지도며, 나는 하지 못 했던 일들을 척척 해내셨어. ...나야 알잖아. 사진 요청 한 번 하는데 뜸이란 뜸은 다 들이고, 어리숙하게 말을 건네고, 우유부단의 끝판왕! 부끄러움도 적당히 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행사장에서 ‘햇냥’님을 뵌 건 정말 운이 좋았어! 명일방주 수르트 코스프레까지 하고 오셨다?
마치 지스타 열기 속 가운데 마냥 햇냥님을 찍을 수 있었어. 이 편이 내겐 편하지. 햇냥 님께 말을 걸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도 햇냥님께 인사를 드리고,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니겠니. 그런데 나는 햇냥님께 감사인사를 드리지 못 했어. 왜냐고? 말 걸 용기가 없어서! 낄낄길! ...흑흑... 늦게나마 햇냥님께 그랜절을 올립니다.
나는 그렇게 딱 세 분의 사진만 찍고 돌아왔어. 마음속으로는 니케 라피도 찍고 싶고, 붕괴 단항 음월도 찍고 싶고, 데빌 메이 크라이 버질도 찍고 싶r고, 특히 루게이로 보이는 아미맨도 찍고 싶었으나 포기했어. ...자기소개하고, 촬영허락을 구하고, 얼굴을 공개해도 되는지 여쭙고, 루리웹에 올려도 되는지도 여쭙고, 이러한 과정이 무섭다랄까, 귀찮다랄까, 나 왜 이렇게 나약해졌지.
어떻게 보면 오히려 성장한 거야. 1년 전 나는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행사장에 갔어. 나는 오로지 사진 연습! 사진 결과물 남기기!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행사장이 사진만 찍으러 오는 곳이 아니잖아? 오히려 SCF 이름 그대로 문화를 즐기러 오는 곳이잖아? 어쩌면 나는 그곳에 침략자가 아니었을까? ...해서 마음이 무거웠어.
아잇, 오늘 왜 이렇게 입바닥이 길담. 변명은 그만! 이게 다 내 잘못입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 ...아참, 그러고 보니 우리 루리웹의 아버지, 진인환 대왕대비마마께서 ‘불법촬영물’에 대해 글을 남기셨지. 올해 2월 17일자 글이야.
잠깐, 어쩌면 이 글을 읽고 내가 행사장 사진 촬영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나? 일반인 코스프레 모델 촬영에 소극적이게 됐나? 그런 것인가!
글쎄다,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고 사진 촬영을 한 경우에는 불법촬영물이 아니지? ...아닌가? 비록 현장에서 허락을 받고 촬영을 했더라도, 사후에 모델이 싫다고 하면 불법촬영물인가? 인환이형!
찍새인 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야. 내 사진은 내 것이다! 내 사진이어야 애정을 갖지! 그래야 맘껏 보정하지! 여기에 왜 모델이 이러쿵저러쿵 참견을 하는가! (짝!) ...물론 내가 돈을 받고 모델을 찍었다면, 모델님 쩐주님 의도대로 사진을 찍어야지만, 그러나 나는 뭐다? 무적의 취미사진가! 어쩔! (짝!) ...라고 똥고집을 부려봅니다.
그렇구나. 내가 미노 님, 쥬클레시아 님, 햇냥 님을 그나마 맘 편하게 찍은 이유, 이 분들은 코스프레 모델 경력에 통뼈가 굵으시고, 내가 어떻게 사진을 해석하든, 어떻게 찍든, 크게 개의치 않으실 거라 믿기 때문이야. 괴상한 사진조차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실걸? 인정? (...)
그렇다고 해괴한 사진까지 막 올리겠다는 말을 절대 아닙니다! ...미노 님 또한 내게 예쁜 사진을 기대하셨어. 쥬클레시아 님도 아름다운 사진을 원하셨어. ...아무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SCF니, 부산 코믹월드니, 참석할거냐 내게 물으신다면, 끄응... 갈 거야! 미노 님만이라도 내게 촬영을 허락하신다면 가야지. 내가 행사 아니면 언제 미노 님 사진을 담을 수 있겠니. 어쩌면 또 다른 모델님을 만날지도 모르고. 쥬클레시아 님, 에반 님, 튜나 님, 기주 님, 앙!
이상! 평온한 일요일 저녁에 주저리 살가운 썰을 풀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한 주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내일은 평소보다 더 멍멍이 소리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면서, 끝으로 오다 카즈마사의 ‘코토바니 데키나이’ 듣겠습니다. 오늘은 끝까지 적적해 봅시다! ...하타세누 아노 고로노 유메와 모우 키에타~ 끼요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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