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친 날
즐거운 토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나는 피곤하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겁다. 이틀 연속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었다만, 뭔가가 뭔가야. 난 뭔가를 잘못했어. 놓쳤어. 흡족하지 않아... 개인사는 여기까지. 오늘은 간단하게 렌즈 배경 흐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여러분은 얕은 조리개에서 나오는 배경 흐림을 좋아해? 나는 좋아해. 있어 보이니까.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유를 들자면, 내 사진 성향이 배경 흐림과 맞아. 난 단순한 놈이라 사진에 주인공 1명 이상을 담아낼 담력이 없어. ..는, 거짓말.
실은 실력 부족이지... 그런 말이 있잖아. 사진 실력이 늘면 팬 포커싱, 그러니까 모든 면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사진으로 넘어간다고. 난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 했어. ...대가들이 찍어낸 사진, 사진 구석에서부터 구석까지 각 주제가 개성을 발현하고, 그러나 합을 이루고, 그러는 가운데 재미가 들어가고, 보는 맛이 늘어나는 사진을 나도 동경해.
엄... 지금 마음이 지쳐서 의식의 흐름대로 떠드는구나. 워워! 정신 차려! 그래서 배경 흐림! 50mm F1.2와 F1.6으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실까.
F1.2랑 F1.6이랑 수치상 별 차이 없는 것 같아도 막상 분위기가 꽤나 나지 않니? ...한편 F1.6으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에서 렌즈 흐림을 최대로 먹여봤는데, 글쎄다. F1.2과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아.
그래서 여러분은 F1.2과 F1.6으로 찍은 사진 중에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어? (...) 난 배경의 분위기만 따지만 F1.2가 마음에 들어. F1.2 쪽이 더 딥 다크한 배경이니까, 칠흑에서 피어난 들꽃에게 난 더 마음에 가니까..
다만 F1.2로 찍으면 주인공마저 흐리게 나오는 게 문제.
이실직고할게. 초점 잘못 맞췄다. F1.2의 경우 초점이 살짝 더 앞에 맞았어야 내 의도와 맞았어. 제대로 확인 안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는 정신 차려! 오늘 나 왜 이러니. 아무 말이나 막 내뱉네. 죄송합니다.
F1.6은 되어야 들꽃 전체가 그나마 초점이 맞아. 쓰읍... 그럼 다시 묻지. 여러분은 F1.2와 F!.6 사진 중에 어느 사진이 마음에 들어? ...난 ...끄으응... 어렵다.. 둘 다 나의 사랑스러운 자식이요. 그래서 2장 다 남기기로 했어!
이상. 50mm F1.2 광고였습니다. ...비교할 거면 F1.2랑 F1.4랑 비교할 것이지, 왜 어중간하게 F1.6이랑 비교했담. 제 말이요. 하하하! ...흑흑.. 죄송합니다.
오늘 본 주제는 여기까지. ...아직 못 다한 하소연을 풀자면, 내일 2가지 양립할 수 없는 촬영기회가 내게 닥쳤어. 하나는 코스프레 촬영. 다른 하는 경마장 촬영.
일단 2개 다 가기로 하고 짐을 꾸렸거든? 오전에는 코스프레 촬영. 오후에는 경마장 촬영. 그런데 시간표를 따져보니 도저히 두 군데 모두 갈 수가 없더라고. 코스프레 촬영은 부산 동쪽 벡스코에서 열리고, 경마장 촬영은 부산 최서쪽에서 열리는 탓에 시간을 맞출 수 없었어. 저 뚜벅이입니다. 대중교통 만세!
그래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어디서 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코스프레 촬영은, 끄응... 전에 고백했잖아. 나는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게 아녔어. 특정 모델님을 좋아하는 거였어...
잠깐, 이번에 ‘에반’ 님이 참석하시거든? 에반님은 올해 1월 부산코믹월드에서 뵌 적 있어.
오른쪽 쿠죠 죠린 캐릭터를 코스프레 하셨는데, 대단하셨지! 죠죠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셨다고. ...어? 나는 에반님을 찍고 싶나? 불꽃이 타오르나? 게다가 캐릭터가 롤 징크스! 미친 자는 매력 있지! 물론 난 케이틀린을 더 좋아하지만. 응? ...죄송합니다. 계속 잡소리 되는대로 내뱉습니다.
경마 촬영은, 글쎄다... 분명 내게 천금 같은 기회인데, 김현수 작가님께 지혜를 배울 장인데, 내가 말을 좋아하냐 말이지. 나 말딸도 그저 그랬거든? (짝!) ...말이라면, 말의 거대한 그곳을 찍고 싶어. (짝!) 농담 아닙니다. 기이하리만큼 거대한 것에 대한 동경. 누구나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난 30분 전만 해도 경마 촬영에 방점을 뒀어. 평소 쓰지도 않던 모노포드까지 챙겨들었다고. ...그런데 그 얼마사이에 열정이 확 사그라졌어. 왜냐하면, 언제든지 ‘렛츠런파크’ 경마장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더라고. 포토존이 따로 구비되어 있대. 이럼, 내가 굳이 촉박하게 경마 촬영에 참여할 필요가 없잖아.
그렇다면 김현수 작가님께 가르침을 받는 부분인데, 시기가 매우 좋지 못 해. 이번에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었거든? 펌업 후에 네트워크 오류며, 특히 단축키 버그가 터지는 바람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냐. 이 문제를 김현수 작가님께 토로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릴 거야. 작가님, 이런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제발 소니 개발자에게 보고해 주세요. 작가님 밖에 말씀드릴 분이 안 계십니다. 쏘니! ...후우...
그래서, 그럴 거면 경마촬영 대신 코스프레 촬영에 매진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더욱이 경마촬영은 거기까지 고생하며 갔는데 선착순 마감 결말을 볼지도 모르거든... 에휴... 주저리 주저리 속에 있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풀어봤습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잔잔한 음악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박효신이 부릅니다.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