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세로그립 생각하기
오늘은 카메라 세로그립에 대해 고찰해 봅시다. 일단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부터 살펴보자고. 전설의 기기들. 캐논 1DX! 니콘 D6!
참고로 난 이들 카메라를 실물로 본 적 조차 없어. 그러니 여러분은 넓은 아량으로 제 의견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 ...어쨌든 세로그립 일체형 기함급 카메라를 감상한 소감은, 기대보다 실망인데! 그럴 게, D6는 세로그립 쪽으로 전면 버튼이 없잖아? 사용성의 니콘이 왜 이런 설계를 내놓았지? 이래서야 새를 어떻게 찍으라는 거야? (짝!) 쓰읍...
그렇다면 최신 카메라에서는 달라졌을까? 먼저 캐논 R3..
무난 무난하니 1DX와 비슷하네. R3는 나도 직접 만져본 적이 있어. 부산 줌인 매장을 찾을 때마다 R3를 못 먹는 떡 마냥 주물주물 거리걸랑. 그래서 캐논 R3, 난 R3의 파지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 카메라를 가로로 잡았을 때와 세로로 잡았을 때 느낌이 달라서 말야.
R3를 가로로 잡았을 때는 새끼손가락 끝이 기분 좋게 걸리는 느낌이 들거든? 나쁘게 말하면 좀 갑갑해. 반면 R3를 세로로 잡았을 때는 걸림 없이 시원해. 난 오히려 R3를 세로로 잡았을 때가 파지감이 좋더라고.
다음, 니콘 Z9.
Z9 또한 D6의 과오를 답습했네? 아니, 니콘! 왜 세로그립 쪽에는 전면 버튼을 넣어주지 않는 걸까? 저 쪽으로 버튼을 낼 여유가 없나? 아시는 분? (...)
이상,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는 여기까지. 다음은 세로그립을 따로 구매하는 카메라를 알아보자고. 후지필름 VG-GFX100II.
GFX100II 전용으로 나온 세로그립이래. 다이얼 제대로 달렸고, 전면 버튼 다 달렸고, 그런데 뒷면이 좀 휑하다. 세로그립 쪽에도 메뉴버튼, 디스플레이 버튼, 뒤로 가기 버튼을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야.
그나저나 VG-GFX100II는 총 3개의 배터리를 수납할 수 있더라고. 세로그립부에 2개, 카메라 본체 내부에 1개.
분명 배터리를 하나 더 수납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만, 정작 난 카메라 본체에까지 배터리를 넣고 쓰진 않을 것 같아. 왜냐하면, 카메라 본체 내부에 넣은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세로그립을 통째로 분리해아 하잖아?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이니.
더욱이 단자 보호 측면에서도 후지 방식이 불리한 것 같아.
후지는 세로그립과 카메라와의 접점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는 반면, 소니는 비록 배터리 1개 분량을 포기해야 하다만 접점 부위가 카메라 내부 깊숙이 위치해. ...흐음, 난 소니 방식에 가산점을 주겠어.
말 나온 김에 이번에는 소니 세로그립. 어느덧 소니는 5세대에 걸쳐 세로그립을 개량해 왔어. 최신 VG-C5는 세로그립에 다이얼도 2개 더 들어가고, 전면 버튼도 생기고, 셔터 버튼 각도도 개선되고,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지. 물론 현재 VG-C5와 호환 가능한 카메라는 a9m3 뿐!
VG-C5는 겉뿐만 아니라 내부 전력 관리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었대.
병렬 전원 공급? ...쉽게 풀자면, 전 세대 VG-C4EM까지는 배터리 사용 방식이 ‘몰빵’이었어. 배터리 2개 중, 하나를 0%까지 다 소모하고 나서야 또 다른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해. 그런데 VG-C5는 2개의 배터리를 골고루 사용한다네? ...글쎄다. 2개의 배터리를 골고루 사용하는 편이 전력 관리에 더 이득인가? 배터리 수명 면에서는 2개의 배터리를 골고루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만, 글쎄다, 난 잘 모르겠어. 나 문과야. (...)
이렇듯 장족의 발전을 거둔 VG-C5다만, 난 좀 아쉬워. 가령 뒷면 버튼.
Fn버튼, 중앙 다이얼 버튼, 디스플레이 버튼, 휴지통 버튼은 여전히 세로그립에 들어오지 않았거든. 이들 버튼을 세로그립에 넣어주기가 그렇게 어렵나? ..엇? 생각해 보니 버튼 바로 아래에 배터리가 들어가는구나. 버튼을 뚫을 만한 공간을 내기 어려우려나... 그래도 천하의 소니라면 이 정도 난관이야 극복해야죠! 인정? (...) VG-C6에서는 카메라 본체 모든 버튼을 포용하길 기대합니다.
아참, 어제 카메라 전원 스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 세로그립에는 전원 스위치가 없을까 고민했잖아? 칼린쇼 애청자 분께서 제보를 주셨어. MEIKE사에서 나온 세로그립에는 전원 스위치가 있다고! 고맙습니다!
있다! ON OFF 스위치가! 내가 원하는 방식이야! 세로그립에서도 카메라 전원을 바로 켤 수 있는 방식! ...는,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세로그립에 전원 스위치가 있으니 더 큰 고민이 다가오네? 자, 본체에 전원 스위치가 있고, 세로그립에도 전원 스위치가 있고, 이럼 뭐가 진짜 전원 스위치지? 카메라를 켜고 끄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두 스위치가 어떻게 연동해야 하지? 헷갈리잖아!
...이제 알겠습니다. 왜 소니 기술진이 세로그립에 전원 스위치를 넣지 않는지. 자칫 조작 오류가 생길 수 있고, 전기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래서 전원 스위치는 오직 카메라 본체에만 두는 걸로 통일한 것 같아.
한편 소니 정품 세로그립과 써드파티 세로그립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 감히 조언하자면. ‘유격’만큼은 소니나 써드파티나 별 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소니 정품 세로그립이라 해봤자 유격이 발생하거든!
최신 VG-C5는 유격을 해결했는지 모르겠다만, VG-C4EM은 유격으로 인한 불만이 꽤나 있더라고. 커뮤니티에서 유격의 원인을 분석하길, VG-C4EM에 달린 나사 길이가 카메라 나사 구멍 대비 너무 길대. 그래서 유격이 생긴대.
그렇다면 굳이 비싼 소니 정품 세로그립을 살 필요 없겠네? ...는, 난 그래도 소니 정품을 추천해. 왜냐하면, 세로그립은 배터리그립이라 불릴 만큼 전원과 관련된 부품이니까. 전원 관련 부품은 정품 쓰라고 배웠어. 그리고 버튼감. 카메라와 동일한 버튼 감촉을 누리려면 정품 세로그립을 사야지. 그리고 골격!
정품은 마그네슘이다! 그야 세로그립을 플라스틱으로 만들든, 마그네슘으로 만들든, 기능은 그게 그거겠다만, 아니! 나 금속성애자는 격하게 마그네슘을 원한다. 기분이가 좋다. 에헴. (...) 마그네슘으로 만드는 탓에 정품 세로그립이 그렇게 비싼가 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싸네!
이상! 세로그립. 사실 더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세로그립과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 LCD 틸트 방식 말야. 그런데 오늘 다 풀기에는 분량초과니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합시다. ...는, 잠깐! 중요한 제품을 깜빡하고 언급하지 않았다! 바로 소니 DSLT a99! a99의 세로그립 VG-C99AM!
세상에, 저 아름다운 굴곡을 봐. 빼곡하게 들어찬 버튼은 어떻고! 소니는 이미 DSLR 시절에 최종병기 세로그립을 만들었단 말인가! ...셔터버튼 배치까지 탁월해. 세로그립 셔터버튼을 손바닥 면과 대폭 떨어뜨린 덕에 오작동 확률을 초대폭 줄였어.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파지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대. ‘올리브페이지’님 사용기에 따르면
캬! 이거다! 가로 방향, 세로 방향, 카메라를 어떤 방향으로 들든 셔터 위치가 일정 높이에 오는 방식! ...아니 근데 소니는 이렇게나 혁신적인 세로그립을 DSLR시절 벌써 만들었으면서, 왜 그 전통을 이어오지 않았지? 왜죠? 난 VG-C99AM같은 세로그립이 다시 세상에 나와 주길 기대한다! 소니여!
아무튼 세로그립. 촬영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짐짝이 되기도 하는 세로그립. 여러분에게 세로그립은 어떤 의미입니까! 최애의 세로그립이 있습니까!
스몰리그 후지필름 GFX100 II L플레이트 세로그립 4203 후지필름 GFX100 II VG-GFX100II (youtube.com)
[올페의 액세서리 리뷰] Sony DSLT-A99 vertical grip VG-C99AM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