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374미터에서 맞는 라그나로크
오늘은 개인 하소연입니다. 관심 있는 분만 듣기! 여러분에게 로또신의 가호가 가득할지어다. 로또 2등 될 지어다. (...)
오늘 해운대 엘시티 ‘엑스 더 스카이’ 전망대에 다녀왔어. 전망대에서 라그나로크 코스프레 촬영회가 있었거든.
촬영회가 모두 끝나고 나서 난 배고팠어. 위장의 배고픔도 있다만, 그보다 가슴 사이가 비어서 심장이 아리도록 아련했어. ...난 사진을 더 찍고 싶어. 이걸로 끝내기는 부족해. 4시 마지막 촬영 즈음에서야 갈증이 조금 가시려는 찰나, 행사가 끝나버렸어...
난 왜 이번 행사에 유독 아련함을 느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첫째, 절대적 촬영 매수가 부족했어. 나 오늘 배터리 1.5개 분 밖에 쓰지 않았어. 좋게 말하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셔터를 충분히 누르지 않은 거지. 후우...
둘째, 나는 코스프레 모델님을 135mm로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낭비했어. 오늘 행사장이 한산해서 충분히 135mm로 모델님을 찍을 만 했거든? 그런데 난 지레 겁을 먹고 135mm를 20분 정도만 사용했어. 통탄이다. 내가 언제 135mm로 코스프레 모델님을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 그런 기회가 내 생애 찾아오기는 할까? 그게 오늘이었는데! 왜 나는 천재일우의 순간을 낭비했는가! 미치겠다! 울음이 나온다...
난 135mm를 사랑해. 135mm가 뿜어내는 분위기를 사랑해. 내 최애 렌즈야. 135mm에는 고독미가 있어. 고집이 있어. 그 고집이 워낙 불통마냥 강하기에 감히 복잡한 행사장에서 135mm를 사용할 엄두조차 못 냈어. 그러나 난 135mm를 행사장에서도 사용하고 싶거든...
135mm로 코스프레 모델 ‘아자’님을 담는 게 내 장비인생 목표 중 하나야. 그 꿈을 오늘 이룰 수 있었는데, 그런데 왜 난 주저했는가! 이 미련한 것아! ..아둔한 내게 미안하고, 기회를 놓친 내게 미안하고, 유리알을 부라리고 있을 135mm에게 너무 너무나 미안하다.
렌즈 화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나는 24mm를 사용하지 않았어. 왜냐! 24mm로 인물을 담아낼 실력도 없고,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다! ...24mm는, 끄응... 난 24mm로 인물을 담는 방법 이전에, 24mm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24mm 근본 자체를 몰라. 딴에 24mm를 연습한다지만 아직 감도 익히지 못 했어. 여전히!
..셋째. 카메라의 폭력성을 계속해서 체감해. 오늘도 그래. 나란 놈이 코스프레 모델님 앞에서 흉악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일반인 여러분은 포토존에 접근조차 안 하시더라고...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카메라 쓰지 말지 그래. ...는, 그건 또 내 욕심이 허락을 안 해. 참...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까? 좋은 방법 없을까? ...내가 일반 관람객 분에게만 민폐를 끼쳤을까요. 다른 촬영자님들께도 민폐를 많이 끼쳤을 거야... 죄송합니다. ...행사장 촬영이란 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나... 아잇! 나 오늘 왜 이러지!
아무튼... 속이 허한 날이구나.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을 맞은 기분이구나... 그러나 신들은 자신들의 파멸적 미래에 분연히 저항하지 않았던가! ...나도 지금의 울적한 기분을 극복해야지...
그렇습니다... 가슴에 응어리진 울분을 여러분에게 털어놓으니 심장이 다시 맥동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 이 허기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엑스 더 스카이에 다시 한 번 더 올라야 하나! 쓰라림이 해소될 때까지 사진을 찍어야 하나!
허나 소신발언. 엑스더스카이, 2만원 가까이 주고 올라갈 가치가 있는 곳이 아냐. (짝!) 진짜야! 관람 10분 컷! 전망대로서도 매력이 적어! 온통 유리로 감싸인 전망대가 무슨 의미인가! (짝!) ..내 진실로 말하노니, 전망대라 함은 장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눈앞에 뿌연 유리막 따위 없어야 한다! 인정? 인정해! (짝!)
...어라? 앙칼진 멍멍이 소리를 했더니 울적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네요? 이것이 독을 똥으로 제거하는 법? (...) 죄송합니다. 헛소리 그만하겠습니다. 끝으로 아머드코어6 OST. Rusted Pride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아이 플라이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