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에 올라 피라미드를 그리워하다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오늘은 내 생애 최초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엑스 더 스카이’ 전망대에 올라본 소감을 비판적으로 풀겠어.
난 엘시티가 싫어. 왜냐! 일단 내가 엘시티에 살지 못해서 그래. 난 가난하기에 그 욕망의 건축물에 내 몸뚱이를 누일 수 없구나. (...) 만약 내가 돈이 많아서 엘시티에 거주할 수 있다면? 그래도 난 엘시티가 싫어. 내가 왜 그 천편일률적 갑갑한 건물에 살아. 탁 트인 나만의 공간에 살지. ...해운대 경치? 응, 별로입니다. 오션뷰도 정도껏 하세요! 가공할 수평선을 매일 보는 게 그렇게 부럽습니까? 내 부산토박이로서 장담하노니, 매일 보는 바다야말로 우울이오! (짝!) ...죄송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크흠.
아무튼. 엑스더스카이.
한 번 올라가는데 2만 원가량 들어. 부산시민은 20% 할인되더구먼. 내 진실로 선언하노니, 돈이 아깝다. (짝!) 4딸라! 7천원이면 내 이해하겠어! 올라가서 10분 보면 끝이야! 별 거 없어! 진심이야! 온통 유리로 둘러싸인 곳에서 무슨 전망을 만끽하겠어? 바람도 못 느껴, 사진을 찍자니 유리창이 가로막아, 앙!
99층에 있는 스테이크 집? 응, 돈 넘치는 분들 아니면 못 사먹을 정도로 비싸죠. (짝!) ...또 뭐야,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일 뿐이다! 내 기꺼이 스타벅스에서 쵸코우유와 베이컨 토스트를 사먹어 봤지. 엑스더스카이에서 음료와 식사를 해결하려면 그나마 스타벅스가 제일 싸니까! 참고로 엑스더스카이에는 정수기가 없습니다. 공짜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캬! (짝!)
그래도 세계 최고층 스타벅스의 경관은 다르지 않냐? 아니! 여전히 유리창에 휩싸인 경치일 뿐이다! 거기서 카라멜 달달이를 들이킨다 한들 감성적이지 않아요! (짝!)
..죄송합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제 생각입니다. 이거 다 단독생각인 거 아시죠!
다만, 하나는 반드시 지적해야겠어. 엑스더스카이는 노약자 배려가 부족한 공간이다. 스타벅스를 일례로, 98층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만 갈 수 있어. 계단을 못 쓰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분노가 일더라. 내가 왜 이 문제를 절실히 체감했냐면, 관람객 중에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을 봤기 때문이야. 중국 분이셨던 걸로 추정해.
해외 멀리서 부산까지 관광 오셨는데, 한국 관광명소 100선에 들어가는 곳이라 오셨는데, 2만원 가까이 주고 오셨는데, 이 무슨 배려 상실한 공간설정이냐? 나라망신 이전에 사람망신이다. ...내가 왜 이렇게 스타벅스를 강조하냐면, 엑스 더 스카이에서 시간 보낼만한 곳이 스타벅스 뿐이기 때문이야! 더해 기념품 파는 곳 정도! ...얼마나 허탈 하셨겠어. 실제로 5분은 관람하셨을까? 곧 바로 지상으로 내려가시더라고...
참... 엑스 더 스카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절대 탓하는 거 아냐. 내 비난 때문에, 전망대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할 터인데... 그러니까, 그, 아잇! 제 의도 이해하시죠? 전체적 설계가 아쉽다. 괜히 욕망의 덩어리가 아니다. (짝!)
여기까지 온 거 멍멍이소리 다 내뱉자. 내 이번 탐사를 통해 통유리 건물을 더욱 혐오하게 됐어. 유리창 때문에 희뿌연 경치만 보는 거야 참을 수 있어. 그러나 꽉 막힌 온도란, 절로 온실효과 일으키는 공간이란, 증오하고도 남을 만 하다. 대체 왜 통유리를 고집하는가! 통유리를 쓰면 건축비가 싸진다며? 겉에서 보기엔 그럴 듯 하고? 그럼 뭐해! 정작 살기는 밑바닥이고! 에어컨이 안 돌아가면 살 수가 없는 곳! (짝!)
진짜야. 나는 5월 초순, 구름이 잔뜩 끼어서 햇빛이 엘시티를 작렬히 비추지 않는 때에 전망대에 올랐건만, 그래도 덥더라! 에어컨을 틀더라! 사람들이 어느 한 장소에 몰려있기에 봤더니, 에어컨 공기가 뿜어져 내려오는 곳이었어. ...이 정도면 건축가님들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통유리 건축물을 설계하십니까? 서울 롯데 사우론 타워도 통유리죠? 이 정도면 전문가님들 직무유기 아닙니까! (짝!) ...건축을 모르는 제가 보기엔 그렇다고요. 크흠...
아잇. 평온한 일요일 저녁에 아주 증오의 휘파람을 불어 댔군. 죄송합니다... 나 알잖아. 고층건물을 싫어하는 자. 마천루에 바다경관을 빼앗겨서 증오심에 불타는 자... 건축물의 높이는 권력을 상징한다던가? 근데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내가 권력자잖아? 난 높이보다 면적을 택하겠어. 권력을 얻을수록 높은 곳 가기 싫어. 그 위험한 곳에 왜 올라가. 그 뭐냐, 절대권력자 스탈린은 절대 헬리콥터와 비행기를 타지 않았대잖어. 아무렴요.
내가 권력자였지? 그래서 나만의 건축물을 짓는다지? 그럼 피라미드를 짓겠어. ...피라미드는 엘시티와 달라. 피라미드는 높되, 밑에서 나를 받치는 지지지기반의 면적이 크잖아. 경사를 따라 내가 올라온 과거를 생각할 수 있잖아. 이왕 권력자가 되려거든 엘시티 같은 무쇠독불장군이 아닌, 만백성의 피라미드같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대충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오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이해해 주십시오. (짝!)
그런 의미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올랐을 때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OST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한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감사원 “북항 주거난립 시정 않을 땐 손배 청구” : 국제신문 (kookje.co.kr)
[#알쓸신잡2] 진시황vs파라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이과가 권력을 계산하는 방법(...)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