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으로 플래시 연습은 그만
부처님 오신 날, 다들 대자대비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 (...) 난, 마음의 번뇌가 하나 늘었어. 그 번뇌란 바로, 동상으로는 카메라 플래시 연습을 하기 어렵다! 이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각 상황별로 플래시를 사용한 예시야. 미리 경고하지만 그닥 의미가 없는 자료야. 사실 오늘 이야기는 딱히 들을 필요가 없어. 바쁘신 분들은 그냥 퇴장하시라. 흑흑.
자료1. 135mm 렌즈로 5.1미터 거리에서 높이 1.7미터 가량의 동상을 찍었을 때.
태양이 순광으로 작렬하는 공간에서도 플래시 효과가 있을까? 보다시피 없어. 플래시를 사용하면 셔터속도가 1/5000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사진 노출이 떨어지더라고.
자료2. 135mm, 거리 3미터.
자료3. 135mm, 거리 2.1미터.
자료4. 50mm, 거리 2.1미터.
자료5. 50mm, 거리 1.2미터.
자료6. 50mm, 거리 0.9미터.
자료7. 자료6를 확대해서 본 것.
플래시를 1/1 최대발광으로 때리든, 피사체와 0.9미터로 접근하든, 플래시 터뜨린 티 하나 안 나. 역시나 셔터속도만 1스탑 가량 상승하는 바람에 도리어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노출만 떨어졌어...
이 말인 즉, 밝은 환경에서는 구태여 플래시를 터뜨릴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나는 과연 80W 지속광 조명 2개가 내리쬐고 있는 행사장에서 굳이 플래시를 터뜨릴 필요가 있을까요? (...) ...애매해. 찬란한 태양빛과 80W짜리 조명 2개는 광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니까. ...끄아악! 행사장에서 직접 실험해봐야겠어!
아무튼, 다음 실험! 그렇다면 비교적 어두운 곳에서는 경우가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그늘진 곳에 서 있는 소녀상을 찍어봤어. 역시나 그닥 의미가 없는 자료야...
자료1. 50mm 렌즈로 키 160cm 가량의 소녀상을 찍었을 때. 전신.
자료2. 자료1을 확대한 것.
분명 광량을 높임에 따라 주황색 빛이 들어가는구나. 그런데 빛이 들어간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이 빛이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지 도통 감을 못 잡겠어.
자료3. 50mm로 모델의 무릎 위를 찍었을 때.
자료4. 50mm로 얼굴에 접근하여 찍었을 때.
역시나 빛이 들어간다는 것만 인지할 수 있을 뿐, 이 빛이 부드러운지 딱딱한지 구분할 수가 없어. 적어도 난 못 하겠어.
아무튼. 난 이번 실험을 끝으로 더 이상 동상을 대상으로 플래시 연습을 하지 않기로 했어. 광면적에 따른 부드러움 차이라든지, 조명 위치에 따른 분위기 변화라든지, 전신이 쇳덩이인 동상으로는 파악하기 어렵구나... 혹시 몰라. 주변광이 아예 없는 밤에 동상을 촬영하면 조명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
..하긴, 나의 조명 선생님, ‘포토 파블로’ 님은 석고상을 대상으로 조명을 실험하셨어.
어둑한 집안에서 석고상을 놓고 플래시를 친다면 더욱 정밀하게 빛을 파악할 수 있겠어. 문제는 뭐다? 우리 집에 석고상 놔둘 공간이 없다! 석고상을 살 돈도 없다! 따흑... 다만, 집에 지름 38cm 선풍기가 1대 있거든?
이 친구를 상대로 조명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이상입니다. 오늘의 결론, 동상으로는 플래시 연습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끝! (...)
..라고 쇼를 마치기에는 여러분에게 죄송하네요. 뻘소리만 하고 떠날 수는 없으니, 내 정보를 하나 풀고 가겠어. 소니 플래시를 사용하시는 분을 위하여, 바로 플래시 동조 속도 제한을 깨는 법!
영상의 앤드류 작가님도 그렇고, 맷 그랜저 작가님도 그렇고, 카메라의 동조 속도를 깨트리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방법은 간단해. 플래시를 1/1 최대 발광으로 터뜨린다! 플래시를 최대발광에서 터뜨렸을 때 ‘플래시 지속 시간’을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셔터막 그림자가 생기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플래시 지속 시간에 대해서는 권학봉 선생님 영상 참고하시고,
참고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소니 HVL-F60RM2의 발광 지속 시간은 2.8ms이야. 1/357초네.
난 꼼수(?)를 동원하면서까지 동조속도 제한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아. 그 정도로 절박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재미삼아, 경험삼아 한 번 실험해 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못 했어. 왜냐! 소니 카메라와 소니 플래시 간 유대력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앤드류 선생님의 영상을 따라 하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를 동조속도 이상으로 올리고, 플래시를 1/1 최대발광으로 터뜨려야 하잖아? 그런데 소니 카메라에 소니 플래시를 달면 이 공식이 성립을 안 해. 플래시에서 고속동조를 켜지 않으면 카메라에서 셔터속도를 최대 동조 속도 이상으로 올릴 수가 없어. 플래시에서 HSS(하이 스피드 싱크, 고속동조)를 켜야, 그제야 셔터속도를 맘대로 올릴 수가 있어.
여하튼 결론. 소니 카메라에 소니 플래시를 쓰는 이상, 플래시의 발광 지속시간을 이용해서 동조속도 제한을 깨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아잇, 오늘 쇼 망했네. 중국난방에, 괜한 어려운 말에, 죄송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아무튼. 조명, 플래시. 내 딴에 연습하고 있어... 그런데 지금 내 수준에 조명을 연습할 때가 아닌 것 같아. 난 렌즈 화각이며, 촬영 높이에 따른 분위기 차이부터 익혀야 할 것 같아. 이 요소들은 동상으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으니까, 천만다행이네...
그렇습니다. 오늘따라 모델님이 그리운 밤이네요. 부처님, 저도 제 인생의 모델을 만날 수 있을까요? ...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두가 혼자다! (...) 계속 말했다간 더 큰 개소리만 떠들겠다. 반야심경 들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여러분에게 별 도움 안 되는 주저리였지만, 난 자료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노력은 가상하게 여겨주세요. 제발!
왜냐면 빛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조절하더라도 너무나 어렵고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TTL에 너무 연연하지 마십시오. 편한 기능이긴 하지만 좋은 기능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플래시를 카메라 핫슈에 마운트해서 쓰시고 계시기 때문에 이번 공부도 아무런 수확이 없으신 겁니다.
무선동조기 한세트 구매하셔서
왼손으로 플래시 들고 오른손으로 카메라 들고 플래시 위치 이리저리 바꿔가며 수동광량모드로 찍으세요.
이제 막 플래시 사서 냄새맡아보는, 그냥 셔터 누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오르는 카메라오타쿠라면 몰라도
선생님께 이런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좀 더 한단계 위로 날아오르십시오.
수동광량모드와 진짜 제대로 된 각도변화를 하시면서
가능하다면 직광, 바운스, 소프트 비교를 겸하시면 확실히 사진 실력이 훨씬 올라가실 겁니다.
왜 아주 쨍쨍한 대낮에도 사람까지 써가면서 플래시를 쓰는지(어시스턴트 또는 조명감독 대동)는
이런 공부가 되시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하시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