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 행사는 코코아 커피처럼
어느덧 내일이면 6월, 6월 1일과 2일 부산 벡스코 2전시장에서 부산 코믹월드가 개최돼. 그래서 부코,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일단 난 안 가기로 했어. 왜냐하면, 난 이제 더 이상 덕후가 아니니까. 아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졸업할 때가 됐지...
그래도 지난 1월에 열렸던 부코에는 갔었거든?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프로 코스프레 모델님이 오셔서 갔어. 난 프로 모델님을 찍을 때가 맘이 편해. 아무래도 프로 분들은 통성명이니, 찍은 사진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 또 결과물을 루리웹에 올려도 되는지, 등등 일련의 과정을 너그럽게 받아주시는 편이니까. 대충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하시죠? (...)
잠깐 코스프레 행사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경험담을 풀자면, 나 처음에는 지스타 같은 곳에서 코스어를 마구잡이로 찍어댔어. 그럴 게, 코스프레까지 하고 온 분이면 당연히 사진 찍히러 오신 분이라 단정했거든. 촬영 허락? 성함 여쭈기? 전혀 없이 난 찍고 본다는 자세. (...) 지금 돌이키면 아찔하다. 상식을 저버린 인간이었네.
다행히 지금은 그러지 않아. 작년 된통 부코에서 구르며 코스프레 쪽 관행이랄까, 촬영 예의에 대해 알아갔거든. 마침내 인간 됐지... 그런데 이제는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서 코스프레 촬영을 포기하게 된 점도 있어. ...알잖아. 내가 여기서나 방구석 여포마냥 떠들어대지, 실제로는 마음 여린 집구석 찐따란 걸.
생전 처음 보는 코스어님에게 인사 하고, 자기소개 하고, 촬영 허락을 구하고, 그 중 70%는 퇴짜 맞고, 상처 받고, 촬영을 허락해 주신 모델님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고, 서두르고, 그렇게 조바심이 가득 찬 결과물이 나오고, 속 터지고, 모델님께 면목이 없고, 그렇지...
몇몇 운이 좋아서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그래도 난관이 기다려. 모델님 메일주소를 잘못 받아 적어서 연락이 안 닿는 경우가 제일 허탈하지. 모델님께 연락이 닿았더라도 방심할 수 없어.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라 한들 코스어님은 불만스러울 때가 꽤나 많았어. 그럼 또 나는 내 고집에 심술 나고, 내 사진은 내 것이다! 어쩔! 속으로 부르짖고, 그랬지. (짝!) ..크흠, 갑자기 등골이 서늘하다. 나 지금 위험한 발언했니? 방금 내뱉었던 말 주워 담겠습니다. 에헴.
내가 코스프레 행사에 대해 여러분께 너무 겁을 줬을까? ..아니! 괜찮습니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 부딪히며 배워 가는 거죠. 코스프레 구경도 하고, 행사장 탐방도 하고, 사진도 찍고, 어울려 노는 거지 뭐.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초 아싸인 나도 했는데요! 물론 난 주로 행사장 변두리만 빙빙 둘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캬하하! (...) 후우..
그러고 보니 중년게이머 김실장님이 중국 광장에 가셔서 찍어온 영상이 생각나네.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구나. 정말 부럽구나. 중국이 부러우면 지는 거죠. 우리나라도 세대와 사상을 초월하여 즐겁게 살아갑시다! ..뭔 얘기하다 대통합론을 부르짖고 있담.
아무튼. 나는 부코에 안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혹시 몰라. 내가 좋아하는 프로 코스어님이 부코에 참석하신다면 얘기가 다른데, 어디보자... 아잇! 트위터 안 하는 사람은 어디 정보를 얻을 수 있나! 일단 에이크라운 모델님들은 서울 행사가 있고, 슈마 님은 현생이 바쁘시고, 잉 님이랑 심연 님은, 정보가 안 떠! 아악! 더러운 트위터! X같은 머스크! (...) ..에잇, 부코 안 가!
그런데 내일 벡스코에는 갈지도 몰라. 6월 1일까지 벡스코 1관에서 ‘부산 커피쇼’가 열리기 때문이야. 커피? 사실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머리 지끈 아플 때나 카페인 섭취 겸 아침에 뜨끈하게 한 잔 마시는 정도? 이런 녀석이 왜 커피쇼에 가고 싶냐면,
내가 애청하는 유튜브 채널 ‘일당백’. 일생동안 당신이 읽어야 할 백권의 책! 일당백의 선생님, ‘정박’ (정승민) 님이 커피쇼에 오시기 때문이야.
내 정신을 충만하게 해 주신 선생님인데, 응당 직접 뵐 수 있는 기회에 고마움을 한껏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는, 글쎄다. 그런데 막상 찾아뵈면 인사 5초 드리고 끝날 것 같은데. 쓰읍. 어떡하지.
이상! 내일 벡스코에 가냐 마냐는 내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해야죠!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요! ...코스프레는 커피처럼,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어울리는 장소가 되길 바라면서! ..잠깐, 나는 커피 안 좋아하잖아? 어? 이게 아닌데! ...아잇!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같이 이해해 주십시오! 간혹 나 같은 놈도 있는 거죠!
아~ 코코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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