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코믹월드, 졸업은 아직인가?!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나 부코 다녀왔어! 앞으로 부코에 안 갈 거라고 공언했던 놈이 왜 갔냐? ..그게, 집에서 뒹굴 거릴 바에 벡스코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아무튼. 난 이번 부코에서 최대한 얼굴을 가린 분들을 찍었어. (?) 그러니까, 인형탈 쓰신 분들! 6월 제법 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하셨게요. ...는, 사실 내 마음 편하자고 탈 캐릭터 위주로 찍은 면도 있어. 일단 상대 얼굴이 나오지 않는 만큼 부담이 없잖아. 보정을 할 필요 있나, 루리웹에 올렸을 때 분쟁에 휩싸일 염려가 있길 하나.
다만 탈 캐릭터를 찍을 때면 늘 죄송한 점이 있어. 뭐냐면, 차마 그 거대한 탈을 뚫고 말을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아. 그래서 별명이 무엇인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셨는지, 찍은 사진을 루리웹에 올려도 되는지, 일련의 대화를 나눌 수 없었어. ..그러니 찍은 사진을 그냥 올리겠습니다. 하하하! (짝!)
그리고 어린이 친구들! 이번 부코에는 유독 가족 단위로 행사에 오신 분들이 많았어! 자녀분이 코스프레 하고! 얼마나 귀여웠게요. 아이들은 내 투박한 모습에도 선입관 없이 들뜬 모습을 보여주었어. 이 자리를 빌려 촬영을 기꺼이 허락해 주신 어린이 모델분들,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랜절!
한편, 소니 세미나에서 뵀던 분을 행사장에서 만났어. 뿐이게요? 지난 대한민국 대표 축제 박람회에서 뵀던 사진사님도 또 뵙고, 저번 행사에서 뵀던 분도 또 뵀어. 세상 좁다는 걸 느꼈고, 어리숙한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셔서 감사했고, 그러나 걱정도 들었어. (?) 아시잖습니까. 나는 찐따! 고독한 찐따! 나는 홀로 찍는 자이니! (짝!)
장비가 아니랄까봐 다른 분들 장비도 틈틈이 살펴봤어. 특히 조명 장비, 대단하시더라. 나 무려 행사장에서 C스탠드를 봤어! ..일반인 여러분을 위해 잠깐 C스탠드가 뭔지 설명하자면요.
1분 50초부터, 다리 3개가 굴곡지게 꺾여있는 은빛 삼각대 보이지? 삼각대만 6KG이 넘어. 저 무거운 걸 행사장까지 들고 오셨을 사진가의 노고가 느껴지십니까! 거기에 담긴 배려 또한 묵직하다. 혹시나 바람에 스탠드가 넘어가서, 모델님에게 엎어져 봐. 이 불상사를 막기 위한 C스탠드!
또, 뭔 얘기를 해 줄까... 아! 코스프레 팀 에이크라운 모델 ‘미노’님을 뵀어! 난 에이크라운 모델님들이 현재 모두 서울 홍대 명조 행사에 참석했다고 지레 짐작했던 터라, 미노 님 또한 이번 부코에 참석 안 했을 거라 단정했거든?
..응, 섣부른 착각이었고요! 무려 어제도 참석하셨고요!
집에 돌아와서 당장 미노 님 트위터를 검색했지. X 같은 트위터! 미가입자에게는 최신 글을 절대 안 보여주는 트위터! .,.는, 근데 구글 검색에서는 최신 글이 뜨더라?
앞으로 구글 검색을 통해 행사 정보를 얻을까 봐. 그래서, 미노님이 어제 코스프레 한 캐릭터는 위쳐3 게롤트!
후우... 내 미쳐버리겠다. 난 왜 어제 부코에 안 갔을까? 내 인생 게임 중 하나인 위쳐3! 위쳐3 주인공 게롤트를 현실로 볼 수 있었는데! 에라이! 이게 다 X 때문이다! 이런 X같은 폐쇄적 소셜미디어! 왜 미가입자를 차별 하냐고! (...) ...이럴 거 X 가입할까? ...안 돼. 나는 X 가입하자마자 므흣한 바다를 해맬 거야. 내게 트위터는 야동이다. 그것도 위험한 야동. 야너두? (짝!)
그나저나 미노 님이 오늘은 존윅을 코스프레 하셨고, 이전에도 상남자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셨거든? 그래서일까, 문뜩 메탈기어솔리드 빅보스가 떠올랐어.
여기서 쟤는 빅보스가 아니다, 베놈이다, 구체적으로 따지기 없기. (...) 언젠가 행사장에서 빅보스 코스프레를 보는 날이 올까? 미노님이 메탈기어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 같진 않거든? 그러니 우리 동년배 중에 1인이 나서야 할 터인데, 쓰읍... 여기 자원자 없습니까? (...) 난 안 돼. 내 배둘래햄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아니지. 배 나온 빅보스가 어때서. 코스프레는 자유일지어니! 오히려 빅보스가 비정상인 거야! 저 나이에 저 몸을 유지한다는 게 말이나 될 소리냐? ...잠깐만, 그러고 보니 중년 아저씨가 코스프레 하기 좋은 캐릭터가 널렸구나. 일례로 최신 롤 시네마틱.
여기 등장하는 야스오, 트란다미어가 다 아저씨잖아? 단지 몸이 아저씨가 아니라서 그렇지... ..그렇군. 코스프레 할 아저씨 캐릭터는 넘친다! 나, 너, 우리가 못할 뿐이지! (...) 왜 현실적 아재 캐릭터는 없는가! ..현실적이면 인기가 없어서? ...이제 알겠어. 내가 왜 미노 님을 좋아하는지. 행사장에서 정말 보기 드문 상남자 캐릭터, 내가 못하는 캐릭터를 대신하여 코스프레 해 주시니까.
이상! 졸업할 거라 단정했던 부코, 그러나 여전히 부코에 가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오네요. 난 아직 부코를 졸업할 때가 아닌가... 뭐, 이 고민은 다음 부코 때 답이 나오겠지요! 그 때 다시 난 부코에 갈까 말까 며칠을 궁리하겠지요!
끝으로 메탈기어솔리드5 OST, V has come to 들으며,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