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을 것처럼 상상하기
그렇게들 말하지.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인생을 살아간다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정말? (...)
그래서 상상해 봤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답은 의외로 쉽게 찾았다. 섹스! (짝!) ..헤프게 내뱉는 소리가 아냐. 진실로 원하는 행위다.
물론 이번 생에 사랑은 포기했다고. 결혼도 포기했다고, 출산 역시 포기했다고 여러분에게 떠들어댔다만, 사실 그 누가 사랑을 포기하고 싶겠어. 단지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심장이 쓰라리니까, 침울한 공기가 매일 덮쳐올 테니까, 그러려니 사는 거지. 인정? (...)
하지만 내게 하루 밖에 시간이 없다? 미친 척을 해서라도 사랑하고 싶어.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상대가 허락하면 삽입과 사정까지 하고 싶어. ...그런데 여기서 질문. 내 아무리 시한부 인생이라 한들, 길 가는 여성 모두에게, 사랑합니다, 성관계를 가집시다, 이럴 수 있을까? 이게 올바른 행동일까?
쓰읍.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도리어 마지막 남은 시간을 가장 추잡하게 보내는 것 같아. ...아닌가? 인생이 하루 밖에 남지 않는 자는 그래도 괜찮은가? 이해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나? 일례로 영화 ‘내겐 너무나 가벼운 그녀’의 한 장면.
주인공 아버지가 유언으로 진심을 전하시지. 아들아, 반드시 쭉쭉 빵빵 금발 미녀와 사귀어라. 네 엄마는 최악이었다. ...평소라면 아버지 자격이 없는 소리라 치부할 수 있겠다만, 죽기 전에 하신 말씀이니까, 불편한 진실이 가득 담겼으니까,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어.
.,그렇군. 무모한 고백을 용납받기 위해선 의사 선생님께 가짜 시한부 진단서를 받아내야겠군. (짝!)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랑하기 어려운 요즘 아닌가! 나의 고백이 너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시대! 한 번 잘못 두드려도 낙인찍히는 사회! (짝!)
워워. 죄송합니다. 갑자기 흥분했습니다. 모쏠 아니랄까봐 사랑 얘기만 나오면 급발진을 하네. ..그러고 보니 나는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어. 시한부 인생에게 뜬금없이 고백 받은 사람의 입장 말야. 그때 나는 상대방 고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성교라면 환영이야. 남은 일생 열과 성을 다해서 힘내겠습니다. (짝!) ...그러나 사랑은, 잘 모르겠어. 나는 상대방이 마지막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고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끄응, 어렵다야. 그럴 게, 육체를 섞은 상대가 죽는 것도 가슴 찢어질 일이겠다만, 사랑을 맹세한 사람이 죽는 건 또 다른 가슴 무너질 일이니까...
그렇구나. 만약 내가 하루 밖에 살지 못한다 한들, 그래서 고백 남발권을 허락받았다 한들, 그 고백은 치밀해야겠구나. 상대방에게 최대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고백. 난 단지 죽기 전에 인간의 따뜻한 살결을 느끼고 싶을 뿐이에요, 처럼 말야.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
이상. 하루 밖에 남은 삶에 대해 생각해 봤어. ..아참, 죽음과 관련해서는 그 영화를 빼놓을 수 없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1명은 뇌종양, 다른 1명은 골수암, 병실에서 만난 두 사람이 죽기 전에 바다를 보고 싶어 훌쩍 같이 떠난 이야기.
녹 녹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죽어가던 1000명이 알려준 죽기 전 예외없이 후회하는 일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