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스포츠 경기장을 동경하는 나
지난 주 토요일, 내 인생 처음으로 이스포츠 경기장이란 곳에 가 봤어. 진주시 경상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 위치한 경상남도 이스포츠 상설 경기장.
좌석 편하고, 에어컨 잘 나오고, 전광판 달렸고, 무대 조명 괜찮고, 좋았어. 물론 게임 옵저버라든지, 음향 부분에서는 아쉬웠다만, 여하튼 만족했어. 아무렴, 세금 100억이 투여된 경기장인데 좋아야지.
그런데 이스포츠 경기장이 승승장구하려는 지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야. 나도 게이머고, 이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만, 뭐랄까... 이스포츠를 보기 위해 굳이 경기장까지 갈 필요 있나? (짝!) 아니! 게임은 집에서 치킨 뜯으며 세상 편안하게 시청하는 편이 꿀이잖아! (짝!)
죄송합니다. 경기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는 묘미가 있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나를 경기장으로 이끌 수 없다! 나는 경기장에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특수한 혜택을 원한다! 이를테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한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 더불어 선수들과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사인을 받을 수 있다면야 경기장에 갈 테야.
여기서 모순에 빠져. 많은 분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려면 경기장 규모가 커야 할 거야. 그러나 나의 욕심, 선수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오히려 경기장이 작을수록 유리하잖아? 흐음...
나야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작은 쪽을 고르겠어. 난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호흡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500석 규모의 진주시 이스포츠 상설 경기장 보다야, 지하도를 경기장으로 개조한 ‘J아레나’가 더 마음에 들어.
장기간 비어있던 지하상가 일부를 경기장으로 개조했구나. 어쩔 수 없이 규모는 작겠지. 실제로 J아레나는 최대 50인까지 착석 가능하대. 그럼 입석까지 총 합친다 한들 100명도 채 수용하지 못하려나?
하지만 그렇기에 좋다! 생각해 봐. 여러분은 망원경으로 겨우 관찰해야 보이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나고 싶은가! 아니면 손끝 닿을 거리에서의 대상혁을 보고 싶은가! (...) 는 잠깐만, J아레나에 이상혁 선수가 오면 일대 대란이 일어날까? 끄응... 어렵네...
참고로 당장 내일, 6월 22일 토요일, 진주 J아레나에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선수가 오셔!
철권 팬 여러분, 무릎 선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니겠습니까! 아프리카 방송으로만 보던 무릎 선수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어쩌면 무릎 선수에게 철권으로 신나게 쥐어터질 수 있는 영광의 자리!
한편, 내가 J아레나를 기특하게 보이는 이유, 아무래도 규모가 작을수록 대관료가 쌀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야. 경기장 대관료라는 거, 상상 이상으로 비싸더라고. 가령 부산 이스포츠 경기장 대관료를 보면,
주경기장 빌리고, 부대시설 빌리고, 방송장비 빌리고, 이럼 하루 2천만 원이 금방이었어. 이래서야 대기업 후원 받지 않는 이상, 관공서에서 세금 낭비하지 않는 이상, 누가 이 비싼 장소를 함부로 대관하겠어. 그래서일까, 전국에 이스포츠 경기장 연간 사용률이 40%를 채 넘지 않더군.
이럴 바에 J아레나처럼 소규모지만, 앙증맞지만, 그만큼 덜 부담되게 빌릴 수 있는 이스포츠 경기장이 소중한 거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
아무튼. 내일 진주 J아레나를 갈까 말까 고민했어... 나 한때 철권 엄청 좋아했다? 내 아이디가 괜히 ‘풍신의길’이 아니라고. 철권 풍신류와 연관 있다고. ...근데, 잘 모르겠어... 아무래도 부산 우리 집에서 진주 J아레나까지 대중교통으로 왕복 6시간, 차비 2만 원 가량 드니까, 이 비용을 지불하고 차마 가기 두려운 것이 사실이야.
이상. 진주 J아레나. 나 게이머는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