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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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산복도로 버스 기사 (0) 2024/06/24 PM 11:43

산복도로 버스 기사

 


최근 묘한 경험을 했어. 밤 9시 30분 경 버스를 탔고, 승객은 나포함 4명밖에 없었고, 그 중 1분이 도중에 내렸고, 또 다른 1분이 내렸고, 결국 버스에는 기사님과 나 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 왠지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어. 게임 ‘8번 승강장’ 생각도 나고 해서 말야.

 

미지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상상을 펼쳤지. 바로 내가 버스기사가 되는 상상! 글쎄다, 매일 같은 길을 기계처럼 운전해야 하는 버스 기사라? 간혹 진상 손님을 상대해야 하고, 회사 눈치까지 봐야 하고, 이런 버스기사 자리를 내가 감히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하지만 상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니까 용기가 샘솟더라고. 바로 부산 190번 버스 운전기사라면 하고 싶다! 그럴 게 190번 버스는 내가 사랑하는 부산 구도심을 삥 둘러 다니는 버스걸랑.

 

남부민동, 구덕운동장, 보수동, 영주동, 초량에 이르는 산복도로 길을 지나. 누구는 이 길을 남루하다고 평하겠지만, 나에겐 평온한 곳이야. 우리네 서민들이 소박하게 사는 곳. 경관은 또 어떻고.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부산 경치란 운치 있거든. ..물론 구불구불 산복도로답게 운전이 까다롭긴 하지만 말야.

 

 

한편 190번은 초량을 지나, 복작한 부산역을 거쳐, 영도다리를 건너, 바다 섬 넘어 해양대학교까지 운행해. 캬하! 얼마나 좋니. 산복도로에서 산의 정기를 받고, 바다에서 파도의 역동을 받고, 앙! ...는, 정작 190번 버스 기사님들은 내 말에 손사래 치시려나? 운전하기 어렵다고?

 

 

몇몇 TV 프로그램에선 부산 산복도로의 ‘명성’을 다뤘어. 하필 운행 버스도 86번이네. 이니셜 D 86을 떠올리게 말야.

 

난 워낙 산복도로 길을 걸어 다녔고, 버스로 다녔고, 차로 다녔고 해서 무덤덤해. 하지만 이 길을 대형버스로 가야 한다? 내가 직접 운전해야 한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중압감이 엄청나겠다야. 이 자리를 빌려 산복도로 운행하시는 모든 기사님들, 아니 부산에 모든 버스 기사님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나는 190번 버스 기사를 할 수 있나? ...는 지금은 못 해. 왜냐! 대형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이지. 내 비록 1종 보통면허를 취득했다만 장롱에 처박아두고 안 쓰기 때문이지. 캬하하! (...) ...이럴 줄 알았으면 대형면허 따 놓을 걸.

 

이상, 야밤에 승객 아무도 없는 버스 탔다가 상상해 본 일대기였어. 끝으로 이니셜D 노래 들을까요. 가스 가스 가스!






운전대에서 손 뗀 버스기사?…심야·적자 노선에 '해결사' 달린다 / JTBC 뉴스룸 (youtube.com)
[8번 승강장] 원조 8번출구 개발사의 후속작! (24-05-31) | 김도 풀영상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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