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과 출생율을 동시에 높이는 법
유시민 작가가 강연에서 밝히길,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책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더군.
영상 20분부터야. 유시민 작가는 집에서 수많은 종이책을 접할 수 있었고, 매일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를 본받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해.
난 해당 영상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어. 왜냐하면 내 방에는 종이책이 단 1권도 없으니까. 만약 내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럼에도 내 자식에게 펼쳐 줄 책이 없으니까.., 하! 상관없나! 어차피 모쏠로 살다 떠날 인생! 연애도 못해 본 놈이 무슨 2세 교육 걱정을 하고 있담. 후우...
아무튼 책. 한때 나도 방에 책을 가지런히 모셔두고 살았었어. 책읽기를 좋아했다기보다 종이책 자체를 동경했던 것 같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식해 보이고, 뿌듯하고, 때로는 꿉꿉한 책 냄새마저 향기롭고. 참고로 책 냄새는 곰팡이 냄새래. 오우야.
하지만 그 소중하게 다루던 종이책들을 모두 처분했어. 왜냐! ...공간이 없으니까. 책 둘 곳이 없으니까. 이사라도 간다 치면 책들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갑자기 현타가 와. 내가 자식에게 책을 물려주지 못한 이유인 즉, 내 집이 없어서다!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다! 이게 나라냐!
그렇다고 전자책을 소유하기에는 뭔가가 뭔가란 말이지. 분명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간편하고, 공간 절약적이고, 어쩌면 더 환경 친화적일 텐데, 그런데도 종이책을 보고 싶어. 종이를 만질 때 느낄 수 있는 감촉, 냄새, 서재에 겹겹이 쌓여가는 과거의 기록.
그나저나 공간 문제로 처분한 대상이 책뿐만이 아니구나. 게임 실물 패키지? 다 처분했어. 이제 내 게임 목록은 오직 가상의 스팀 페이지에 존재할 뿐이야. 그래도 게임은 책과 달리 디지털 형태로 소유하는데 별반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 ...아닌가? 예전에는 게임도 실물 DVD 패키지를 선호했었나? 그랬었나? 그랬지?
아참, 여러분의 스팀 라이브러리. 여러분이 죽고 난 뒤 자식에게 상속할 수 없대.
김실장님 영상이야. 11분 41초부터. ...이렇게 보면 스팀, 에픽, 각종 스토어에 의존하는 게임은 언젠가 사라질 운명 아닌가? 섬뜩하다야.
잠깐만. 난 지금 스팀 게임 목록을 걱정할 때가 아녔어. 진짜 우려해야 할 것은 나의 ‘구글 포토’! 내 평생 모은 야동을 모조리 구글 포토에 올려두었지. (...) 그런데 이 진귀한 자료가 허공에 흩어질지도 몰라. 구글 포토에 2년 동안 접속하지 않으면 계정이 삭제되거든. ...갑자기 인생무상이 몰려온다! 나의 구글 포토를 이어받을 자 누구인가! 나의 취향을 이어받을 자! (짝!) ...헛소리 죄송합니다.
여하튼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의존적’이야. 통신이 그렇고, 전기도 그렇고, 수도도 그렇고, 가스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지식의 습득처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물론 인류가 함께하는 삶, 서로가 얽혀있는 삶이 나쁘지만은 않지. 편하지. 그런데 뭐랄까... 누구나 독립, 자립하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 홀로서도 살아갈 수 있는 삶.
아잇. 뭔 얘기하다 여기까지 왔담. 더 떠들었다간 감당 못 할 주제까지 다루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정부는 전 국민에게 주택을 제공하라! 책을 보관할 수 있게 해 달라! 그래야만 저출생 문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독서율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