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알렉산더 씨를 추모하며
지난 3월 14일, ‘폴 알렉산더’ 씨가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접했어. 폴 알렉산더 씨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로 70년 넘게 평생을 철제 인공호흡 장치 속에서 삶을 이어왔대.
그의 죽음에 세계인이 애도를 보냈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을 짓고, 웃음을 짓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파했던 이가 떠나갔으니까.
그런데 난 폴 알렉산더 씨 부고 기사를 보고 부정적 생각부터 했어. 마치 세상에 불만 가득한 찐따처럼 말야. ..세상이 폴 알렉산더 씨를 이용해 먹은 건 아닐까? 고통스러운 희망을 전시한 거 아닐까? 한편 폴 알렉산더 씨를 보고 위안을 얻을 건 뭐람. 철제 폐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이도 있는데, 사지 멀쩡한 나는 희망 넘치게 살아가야 한다? 내가 왜? ...이따위 발칙한 상상을 떠올렸지.
그러고 보니 폴 알렉산더 씨와 비슷한 경우가 더 있구나. 가령,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경찰관이 된 ‘자이드 가르시아’ 씨.
가르시아 씨 경우도, 글쎄다... 가르시아 씨가 경찰관의 꿈을 이룬 거야 박수를 보낼 일이지. 분명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고, 가르시아 씨 본인에게도 인생의 기회가 되고, 모두가 좋은 일이고, 그런데, 그런데... 나는 가르시아 씨를 바라볼 때 측은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어. 비단 가르시아 씨의 화상 때문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동정’ 때문에...
아잇,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감당 못할 주제를 들고 왔어. 죄송합니다. 오리발 내밀자면, 난 폴 씨나, 가르시아 씨나, 절대 내려치기할 의도가 없어. 단지, 두 사람이 ‘표본’처럼 쓰인 것 같아서, 불운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 마냥 소모된 것 같아서, 그 꽃을 위안삼아 바라보는 내 자신이 안일한 것 같아서,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다는 소리를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었어.
분위기를 바꿔보실까.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
올해 4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셨더군. 아무튼 오토타케 씨는 5명의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유명하지. ...이실직고 할게. 오토타케 씨야말로 내게 가장 강력한 동력을 제공해 주셨어. 그를 향한 질투! 시기! 저 사람도 5명, 부인 합치면 6명과 관계를 맺었는데! 팔 다리 멀쩡한 나는 대체 무엇인가! (짝!)
죄송합니다. 저급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제 심정 이해하시죠! 단순한 욕망이기에 더욱 비참하다. 강렬하다! 나도 섹스하고 싶다! (짝!)
잠깐만, 우리야 말로 아픈 사람들 아닌가? 사랑을 못하는 이들. 물론 육체적 관계야 성매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는 할 수 있나?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고, 존경하고, 그러다 육체적 관계도 나누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보고, 어찌 보면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평범한 삶을 우린 누릴 수 있는가? (...)
그렇구나. 그래서 내 맘이 불편했구나. 다른 누군가의 아픔을 보며 위안을 얻기에는 나 또한 너무나 아픈 상태이기에. 내 진실로 말하노니, 우리에게도 ‘사랑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닌가! 사랑마저 지원을 바라다니! 이런 나약한 자식! 끄아악!
오늘 망했다야. 감당 못할 주제를 건드렸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개떡처럼 말해도 여러분이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실 거죠!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세상에 모든 아픈 이들이여, 행복 합시다! 폴 알렉산더 씨를 추모합니다.
철제 통 안에서 '72년의 기적'…소아마비 폴, 세상 떠났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불보다 무서운 건 사회의 시선이었다…화상 아픔 딛고 경찰관 된 청년"- 헤럴드경제 (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