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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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0) 2024/07/04 PM 11:02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여러분은 이 소리를 들어 본 적 있어? 난 여러 번 들었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고, 할머니도 말씀하셨고, 아빠도 가끔 그렇게 말했고,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여기서 질문, 그래서 진짜 늙으면 빨리 죽고 싶은 분이 계신가? (짝!)

 

죄송합니다. 제 딴에 진지하게 질문한 것인데, 표현이 농담처럼 들렸습니다. ...나 또한 늙으면 빨리 죽고 싶어. 정확히는 고통 속에서 병든 노후를 보낼 바에 빨리 죽고 싶어. 그런데 과연 생과 사를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을까? 물론 어느 철학자는 자살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 자유라고 주장하다만.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님이 말씀하길, 막상 죽음이 가까이 오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대. 젊을 때야 마치 남 일처럼 죽음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코앞에 내일로 닥친 일은 다르게 다가온대. ...정말 그럴 것 같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병환으로 끝끝내 숨을 거두실 때까지 살다 가셨으니까.

 

나 또한 진실은 죽음을 끝끝내 거부할 것 같아. 아무리 아프다 한들, 내 병수발 드느라 남에게 피해를 끼친다 한들, 내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는 우격다짐으로 살고 싶어. 이 넓은 우주 가운데 가장 존귀한 나를 포기할 수는 없어. 포기 못 해.

 

아무튼, 오늘 시작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 어머니 성당 지인 분이 장기간 투병 끝에 돌아가셨거든. 남자 분이 80 넘게 사셨으니 숫자로만 따지자면 ‘평균’에 근접하게 사셨지. 그러나 그분의 노후는 고통이었어. 암에, 전이에, 회복이 됐다, 재발 했다,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들고, 가족들은 수발하느라 고생하고.

 

3자인 내가 봐도 고통스러운데, 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 아무리 요즘 우리나라 복지가 높아졌다지만, 그래도 부족해 보여.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돈 때문에 죽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아야 정상 아닐까? 암, 치매, 각종 중증질환에 걸리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해야 하지 않을까?

 

그야 나도 어렵다는 거 알아. 치료비를 누가 낼 것이며, 과잉 진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의사 간호사 간병인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은 어떻게 배분할 것이며, 어찌 보면 꿈같은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만, 글쎄다... 난 그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인간, 죽음마저 돈으로 따지는 인간이 늘어날 것 같아서 말야.. 우리 할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입원하셨을 때, 나는 내 용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했어. 어린 나이의 주책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었지.

 

좀 더 커서, 철은 하나도 안 들었을 때, 할머니가 쓰러지셨어. 그때도 두려움만 가득 했어. 병원비는 얼마나 들까, 나는 얼마나 간병을 해야 할까, 도망치고 싶다,.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어. 그런 와중에도 장례식비를 아끼고 싶어서 골몰했어. ...반성합니다.

 

나 같은 놈이 생겨나서는 안 되잖아? 비극이잖아? 사람의 아픔과 죽음마저 경제논리로 따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해놓고 난 다시 돈 걱정을 해. 아빠 엄마가 돌아가실 때야말로 이제 내 차례야.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해. 그래서 더 돈에 얽매여.

 

난 AI와 로봇기술이 발전하면 인간 노후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 언제나 친절한 간호 로봇, 간병 로봇.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 로봇을 사용하려면 역시 돈이 들지 않겠어? 그러니 로봇 기술력과 함께 그 로봇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정비해야 할 것 같아.

 

이상, 죽음을 접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한 나머지 내 바람을 여러분께 쏟아냈어. 죄송합니다. ..내일은 평소의 멍멍이 소리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면서, 끝으로 자이언티 양화대교 들을까요!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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