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룰로스와 나한과
지난 주 일요일, 나는 설탕 대체제에 대해 부정확한 의견을 여러분께 토로했어. ..시중에 팔고 있는 제로 감미료들이 설탕 대비 같은 무게 기준 2배, 3배 더 비싸다. 그러니 나는 계속해서 설탕을 이용할 것이다. 내 건강보다 지갑 사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난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고요! 일반적으로 제로 감미료는 설탕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는 사실 말야. 일례로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고, 설탕 300그램 쓸 때 사카린은 1그램만 써도 된다는 뜻이고, 이럼 설탕 대체제가 설탕보다 압도적으로 가성비 넘칠 수 있잖아?
아무튼. 잘못된 정보를 발설해서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미로 내 직접 설탕 대체제를 구매해 봤어! 홈플러스에서 주문한 알룰로스 더블스윗!
더블 스윗, 이름 그대로 설탕의 반만 넣으면 된대. 알룰로스 더블스윗은 525그램에 9990원. 반면 설탕은 1KG에 2330원. 알룰로스에 2배 가산점을 주더라도 설탕에 비해 비싸구나.
제품은 완전 액체형이었어. 꿀이나 설탕처럼 끈기가 없다보니 이질감이 들 정도로 낭창거리더군. 그나저나 설탕보다 2배 더 달다고 했으니까 엄청 달 줄 알았다? 그런데 기대가 무색하게 별로 안 달던데! 내 큰 숟가락 분량을 들이켰건만, 동급 대비 설탕보다 달다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았어. 왜죠! 내 혀가 미각을 상실했나? (...)
아무튼 알룰로스. 설탕 대체제 중에서 제법 고급이라 들었어. 그럼에도 나는 실망했다! 설탕과 맛이 달라. 복잡 미묘하게 달라. 무생채를 만들 때 알룰로스를 넣어봤는데, 뭔가 아릿한 맛이 나. ..잠깐, 알룰로스 때문이 아니라, 식초를 잘못 써서 아릿한 맛이 났을까? 이번에 일반 식초가 아닌 사과식초를 넣었거든. ...알룰로스는 좀 더 써보고 감상을 남기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나한과 제품도 여러 살펴봤거든? 가루부터 과일까지 내가 본 나한과 제품은 전부 원산지가 중국으로 나오더라고. 건강을 위해 나한과를 먹는 건데, 이왕이면 국산 나한과 없나? ...했는데, 원래부터 나한과가 중국 광서성 계림에서 자라는 박과 식물이래.
나한과가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중국 농부, 노동자님들의 노고가 녹여있구나. 이쯤에서 의문이 밀려와. 과연 나한과는 ‘공정’하게 생산됐을까? 나한과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유통하기까지 공평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졌을까?
적어도 설탕은 필리핀이며 중남미 노동자들의 고혈에 가까운 노력이 서려 있었으니까..
참나, 나도 가식적이지. 언제는 조금이라도 더 싼 단맛을 원했으면서, 다큐멘터리 볼 때만 공정무역에 대해 고민하고! ...양심고백할 게. 여태 살면서 공정 무역 커피니 설탕을 사 본 적이 없어. 노동력 착취? 내 알 바인가! 내 경제적 사정이 더 중요하지! ...라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합니다.
에라이! 이럴 거 단맛에 대한 갈증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친환경, 친공정인가! 설탕 안 먹고, 나한과도 안 먹고, 그에 따라 내 몸은 건강해 지고! ...아닌가, 세상에 모든 것이 필요한 법, 공자님 중용의 정신에 따라 적당히 섭취하면 모두에게 이로운가! 근데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지? 어렵네..
이상!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달달하게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