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진을 생각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았지. 총알은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쳤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어. 트럼프는 다음날 아침에 골프를 치러 갔더군. (가짜뉴스!)
전대미문의 비극이 될 번한 이번 사건은 도리어 명사진을 남겼으니, 현재 인터넷 곳곳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그 사진, 에반 부치 기자님이 촬영한 사진, 성조기를 배경으로 불끈 손을 치켜드는 트럼프 사진!
강인한 표정, 강인한 손동작, 강인한 눈빛, 트럼프를 싫어하는 나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는 사진이다.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주신 에반 부치 기자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헌데 이상하지. 난 해당 사진이 썩 반갑지 않아. 왤까? 내가 트럼프를 싫어해서? ..,물론 그것도 있는데, 에반 부치 기자님의 사진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어. 보도 사진이라기에는 격함 감정이 담긴 사진. 어쩌면 현실을 뒤틀어버릴 만큼 매혹적인 사진이라서...
물론 보도 사진이라고 해서 감정이 담기지 말라는 법 없지. 오히려 뭉클한 감정이 담긴 보도 사진이야말로 사람들 뇌리에 기억되고, 퓰리처상도 받고, 그렇지. 나만 해도 심장이 띄는 보도 사진을 좋아하거든. 가령 2024 소니 WPA 경쟁 부문에 오른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기엔 정말 고요하고 아름답지 않니? 하지만 줄리엣 파비 작가가 고발하려고 했던 실상은 끔찍할 정도야.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여성을 상대로 피임을 강제했어. 덴마크 령 그린란드에 이누이트 족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였지.
이 잔혹한 범행을 파비 작가님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했구나. 이누이트 여성을 위로하듯이, 온화하고 아름답게 표현했구나. 그렇기에 저 사진은 내 가슴을 파고드는구나...
워워. 감성에 젖어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보도 사진은 건조해야 하지 않는가? 사실을 전달하되, 생각의 여지는 독자에게 남겨두어야 하지 않는가? ...아닌가? 내가 보도 사진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건가!
내가 왜 이렇게 건조 타령을 하냐면, 호소력이 담긴 보도 사진은 자칫 진실마저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야. 가령 에디 애덤스 기자가 찍은 베트남 ‘사이공 처형’ 사진.
사진만 보면 무자비하고 잔인하지. 마치 무고한 시민이 사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렇기에 당시 많은 미국인들이 저 사진을 보고 반전 운동을 펼쳤대. ..하지만 사진 밖 줄거리는 복잡했잖아? 사진 속 권총을 든 사람은 베트남 장군이었고, 그가 총을 겨눈 이는 34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베트콩이었어.
이번에 트럼프 사진만 해도 장차 미국 대통령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미국 역사가 바뀌고, 세계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부디 그 영향이 긍정적이길 기원합니다.
...모르겠어. 보도 사진 찍어 본 적도 없는 놈이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부끄럽네. ..잠깐만, 현재 내 감정이 불편한 이유는 딴 게 아니라, ‘질투심’ 때문인가? 그럴 게, 트럼프를 가까이서 담을 수 있는 사진가는 정말 극소수이지 않겠어? 대통령 후보를 찍을 수 있는 권리, 내 사진 1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권리. 혹은 권력? 난 그 권력이 부러워서 시기에 빠졌나?
...정신 차리자! 갑자기 권력의 화신이 됐네! 난 취미 사진가. 난 내가 찍기 싫은 사진 안 찍을 수 있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 외면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은가! 트럼프? 안 찍어! 윤석열? 안 찍어! (짝!) ..김건희 여사님은 찍고 싶습니다.
이상. 보도 사진에 대해 주제넘게 내 의견을 내세웠어. 햇강아지 날뛰는 거 마냥 귀엽게 봐 주십시오.
내일은 즐거운 장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에 트럼프를 찍은 기자님들은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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