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1, 기자를 위한 카메라
어제 캐논에서 EOS R1을 발표했어. 대략적인 사양 확인하시고.
인터넷 여론을 살펴보니 살짝 아쉽다는 평이 많더군. 캐논의 왕급 바디 치고 화소가 아쉽고, 초당 최대 매수가 아쉽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야.
하지만 R1의 본분을 생각하니 평가가 180도 달라지더라? 보도 사진용으로 R1만한 카메라가 없는 것 같아. 2400만 화소, 현장을 담아내기 충분한 해상력에 더해, 파일 관리 또한 손쉽게 할 수 있는 화소 아닐까?
일례로 이번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기자님들이 사용한 카메라를 살펴보니, 소니 a9m3, a9m2, 캐논 r3로 전부 2천만 화소대 카메라였어.
다음, 초당 최대 40연사.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그야 소니 a9m3는 초당 120연사까지 당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 120연사를 함부로 갈겼다간 버퍼 비우느라 도리어 결정적 순간을 놓쳐버릴 거야.
김현수 작가님이 찍은 a9m3 120연사 영상입니다. RAW와 JPEG 동시에 120연사로 당길 수 있다니, 대단하긴 대단하다. 하지만 버퍼가 순식간에 바닥이 나니까,
참고로 기자님들은 JPEG으로 사진을 찍겠지? JPEG 엑스트라파인으로 120연사를 당긴 경우, (프로그레이드 코볼트 CFE A 메모리카드 사용)
버퍼가 차기까지 206장을 찍을 수 있고, 버퍼를 회복하는데 9.6초가 걸린대. 이 말인 즉, 2초 남짓한 찰나를 120연사로 담는 대신, 10초 동안 쉬어줘야 한다는 뜻이잖아? 내가 기자라면 120연사를 웬만해선 안 쓸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R1 40연사는 실용 가능한 타협점 아닐까! 특히 캐논은 소니와 달리 CFE B 메모리카드를 쓰니까, CFE B가 A보다 속도가 더 빠르니까, 더더욱 버퍼에서 자유롭겠어.
그리고 AF. 재럴드 폴린이 평가하길 R1의 AF는 소니 a9m3를 뛰어넘는데. 실제로 복잡한 환경에서도 찰거머리처럼 주 대상을 쫓더라. 동작 우선 AF며, 등록 인물 우선 AF며, 뿐인가? 캐논에는 ‘시선 제어 AF’가 있으니까. 소니 사용자인 나로선 가장 궁금한 기능이야.
R3 대비 눈동자 검출 빈도를 2배 올렸대. 물론 리뷰어들이 시선 제어 AF에 대해 그다지 감탄을 내뱉지 않은 걸로 보아, 아직까지 미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난 캐논을 응원한다! 시선으로 AF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니, 멋지다!
한편 캐논이 자랑하길, R1은 타협하지 않는 내구성,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최고의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카메라라고 하더군. 빈말이 아니었어. 뼈대를 마그네슘 합금으로 두른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마데 인 재팬! 일본 자국에서 만들었다 이거지.
거기에 더해 모든 다이얼을 비접촉식으로 만들었대.
비접촉식 감지 메커니즘? 이게 무슨 소리지? 키보드로 치자면 ‘광축’같은 개념인가? 물리적 접점을 통해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아닌, 빛 신호로 통제한다는 뜻? 아시는 분? (...) 어쨌든 R1은 다이얼까지 신경 썼다! 나 장비가는 이런 사소하지만 중대한 개선을 환영합니다.
아참, 사소하지만 중대한 개선 하나 더, 이번에 캐논이 핫슈 뚜껑을 내놓았더군.
제품명 ER-SC3. R1, R3, R5에 쓸 수 있대. 잠금장치가 있어서 뚜껑이 임의로 핫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네? 다른 회사들도 캐논을 배워야 한다! ...단, 뚜껑 가격이 18달러. 2만 5천 원! 플라스틱 뚜껑 주제에!
그렇다면 R1 본체 가격은,
6299달러. 오늘자 환율로 871만원이야. 개인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림의 떡이구나... 그러나 R1은 캐논의 기함급 카메라, 6299달러면 감지덕지인가? ...부디 캐논 코리아가 합리적인 환율로 정발해 주길 빌어. 아싸리 629만원 어떻습니까! (...) 꿈은 크게 가져야죠.
어쩌다 보니 R1에 대해 좋은 말만 했는데, 맘에 안 드는 점 하나는 짚어야겠다. 바로 LCD 접이 방식!
왜 스위블인가! 급박한 현장에서 잘도 LCD를 옆으로 빼고 있겠다! LCD 옆에 빼 놨다가 부딪히고, 틀어지고, 고장 나고, 총체적 난국 아니니! ...난 주창한다! R1도, 소니 a1m2도, a7r6도, a9m4도, 사진에 집중한 카메라는 모두가 후지 GFX 틸트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아무도 날 말릴 수 없다! 반박 시, 이건 내 말이 맞아! (짝!)
이상, R1에 대해 내 생각을 떠들어 봤어. 난 고화소성애자이기 때문에 R1에 관심이 없다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카메라구나. 만약 내가 사진기자였다면 단연 캐논 R1을 쓰고 싶어. 렌즈는 RF 24-105 F2.8! 다른 한쪽에는 RF 100-300 F2.8! 투 바디로! 무서울 것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언론사 사장님, 캐논과 계약합시다!
내일은 캐논 R5m2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계속.
EOS R1 - 캐논코리아 주식회사 (kr.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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