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셔터의 등장과 순간광의 몰락?
소니 a9m3. 글로벌 셔터 센서를 도입한 최초의 풀프레임 카메라.
글로벌 셔터 센서이기 때문에 얻는 이점 중 하나, 플래시 동조 속도에 제약이 없어. 셔터 속도가 곧 플래시 동조 속도.
그런데 이상하지. a9m3 사양표를 보면 플래시 동조 속도가 8만분의 1초, 그리고 500분의 1초라고 나오거든?
500분의 1초, 이 수치는 어디서 나온 거람?
뿐만 아냐. 곳곳에 함정카드를 숨겨놨어.
F1.8보다 큰(어두운! F1.8까지는 8만분의 1을 쓸 수 있음. F2 부터는 1만 6천으로 제약) 조리개를 사용한 경우 최대 셔터 속도가 1/16000초로 제한된다거나,
1/10000초 보다 빠른 셔터 속도에서 플래시를 사용했을 시,
노출이 떨어진다거나 색상이 뒤틀릴 수 있대.
이쯤에서 질문. 과연 a9m3는 플래시 사용에 자유를 몰고 왔는가? 아닌 것 같아. 솔직히 실망했어. a9m3가 진퉁 글로벌 셔터인지 의심마저 들 정도였어.
...하지만 나는 깨닫고 말았다! a9m3는 잘못이 없다는 걸! 문제의 원인은 바로 플래시! 글로벌 셔터 속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순간광 조명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 수 있었냐면, 소니가 게시한 ‘글로벌 셔터 동기 사진 촬영 시 플래시 광량 소개’라는 글을 읽고 나서야. 우선 a9m3 사양표 상에 나와 있는 1/500초의 의미부터 풀이하자면,
플래시가 1/1 최대발광에서 번쩍일 때의 시간, 그 시간이 1/500초였어. 소위 ‘지속시간’ (Duration time)이라 불리는 항목이지. 제조사를 막론하고 플래시의 지속시간은 대략 1/500초더라고.
셔터 속도가 1/500초보다 느릴 때는 문제가 없어. 그런데 셔속이 1/500초 이상이면 문제가 생겨. 멀리 갈 것 없이 플래시의 1/1 광량을 온전히 담아낼 수가 없잖아? 플래시가 번쩍이는 도중에 셔터가 벌써 열리고 닫혀 버리니까.
셔터 속도가 더욱 빨라질수록 문제가 늘어났어. 가령 셔속이 1/4000초일 때,
1/1 광량을 담기는 턱도 없고, 간신히 1/8 광량을 담을 수 있는데, 이마저 플래시 발광 시기를 조정하여 광량을 맞추는 거였어. 셔터가 개방 됐을 때, 그 순간에 플래시 최대 발광 시기를 맞추는 거지.
그런데 셔속이 1/8000초까지 갔다? 이럼 셔터 개방에 맞춰 플래시 최대 발광 시기를 맞추더라도 1/8 광량을 담아낼 수 없어.
각 셔속에 따른 최대 광량 표야.
물론 ‘고속 동조’보다는 풍부한 광량을 얻을 수 있겠다만, 그럼에도 셔속에 따라 광량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한편 왜 셔속 1/10000초 이상에서 광량이 떨어지거나 색이 뒤틀리는지 알겠어. 셔속 1/10000초 이상에서는 플래시가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1/10000초 안에 사용자가 지정한 광량만큼 번쩍일 재간이 없구나.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지속시간이 글로벌 셔터 속도보다 더 짧은 플래시를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셔속 내에서만 반짝! a9m3 최대 셔속이 1/80000초니까, 지속시간이 1/80000초 보다 짧은 플래시를 사용하면 된다. 그럼 셔속 1/80000까지 1/1 최대광량으로 플래시를 터뜨릴 수 있다! 간단하네!
...는, 전혀 간단하지 않았고요. 앞서 언급했듯이 현존 플래시들의 1/1 광량에서 지속시간은 1/500초 정도야.
1/500초를 1/80000초로, 130배나 단축 시켜야 해. 그야말로 순간광! 일순번쩍을 구사할 수 있는 플래시가 나와야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구나. ...그런데 그런 플래시가 있던가?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왜 못 나올 것 같지!
그럴 게, 카메라 3사 외에도 고독스니 NEEWER니 여러 회사에서 플래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만, 정작 플래시 본연의 성능과 관련된 기술은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한 지속시간, 비슷비슷한 발광량.
니콘은 SB-5000을 2016년에 내놓은 이래 플래시 쪽은 아예 접은 것 같고, 그나마 캐논이 EL-1이라는 기함급 플래시를 2021년에 출시했는데,
1/8192까지 광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할 뿐, 발광 지속시간을 얼마나 단축했는지 언급조차 없어. 아참, EL-1은 사양을 따지기 전에 더 결정적 문제가 있으니, 캐논이 EL-1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것 같아. 언제나 품절, 전 세계적으로 품절.
이쯤에서 순간광에 집착하는 나 자신을 돌이켜 봐. 글로벌 셔터 센서가 등장한 순간부터 어쩌면 순간광은 그 입지를 잃어버린 거 아닐까? 만약 내가 a9m3를 쓴다면 플래시를 쓸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지속광 틀어놓고 무지막지한 셔속으로 순간을 포착하면 되니까.
셔속 1/16000초로 당기면 순간광 도움 없이도 찰나를 멈출 수 있어. 1/80000까지도 가능해.
그러나, 그러나, 아직이다! 순간광은 필요하다! 발전해야 한다! 지속광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순간광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발광하는 전구의 열기, 그걸 식히기 위해 돌아가는 팬, 그에 따라 덩치는 커지고, 무게는 늘어나고! 일례로 휴대용 지속광 조명의 대표주자 지윤 몰루스 X100. 57.72WH 노트북급 배터리를 쓰고도 최대 밝기에서 30분을 버티지 못 해.
그러니 순간광 계속 살아남겠지? 그치? (...) ...나도 알아. 지금의 순간광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발전해야 한다! 발광 지속시간을 1/80000초 내로 줄이고, 내 까짓것 1/32000초까지만 줄여도 칭찬해 줄게! ..광량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발열을 낮추고, 무게를 줄이고, 이렇다면야 글로벌 셔터 시대에도 순간광이 당당히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이 과제를 우리 대한민국 기업 SMDV, 부산 기업 SMDV에서 달성해 주면 좋겠어.
SMDV 사장님, 개발진, 모든 근로자 님. 진짜 ‘섬광’을 만들어 봅시다. 순간광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서 봅시다. 프로포토 및 중국 조명 기업들을 박살내 봅시다. 발광 지속시간을 1/32000초, 아니, 1/16000초까지만 이라도 단축시킬 수 없을까요?
더해서 발열 잡고, 배터리 잡고, 가격 잡고, 품질 잡고, 초당 40연사까지 정확하게 조명이 터질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하고, 네이티브 뛰어넘는 TTL 개발하고, 이렇게 해 봅시다! (...) 난 대안을 내놨다. 남은 건 기술진들이 개발하는 것만 남았다. 어떻게든 개발해 주시겠지. 더 이상 자세한 사항은 나한테 묻지 마. 나 문과야. (짝!)
농담처럼 말했다만, 내 진심으로 SMDV가 순간광의 영광을 지켜주길 바래. 시대가 지속광을 요구한들, 아니! 섬광은 계속 빛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미는 스파6 고우키의 일순천격 영상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일순천격? 일순 8만격!
플래시 청문회 진실공방, 스팩에 쓰여 있는 정보는 정말 일까? (youtube.com) (권학봉 님)
Flash duration explained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 Visual Education
The Best Speedlight/On-Camera Flash For Sony, Nikon, Canon (youtube.com)
ILCE-9M3 : 플래시/조명 호환성 정보 (sony.co.jp)
The Power of One Frame a9 III │ 디지털 언패킹 (youtube.com)
Sony Corporation - Photo Gallery | α9 III full-frame with pro workflow capability
근데 본문대로라면 글로벌 셔터 점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순간광은 더욱더 계속 자리를 잃어가지 않을까요?
지속광은 말 그대로 지속시간의 발전만 가능하다면
글로벌 셔터의 사용조건에서는 순간광보다 훨씬 유리해 보이는데,
순관광이 넘어야 할 산은 훨씬 어려워보이고 많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