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처는 멋지지 않다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오늘은 신실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과연 상상으로 간음하는 것도 죄인가?
내가 이 문제를 마주한 때는 군 시절이었어. 군종 신부님 가라사대, 간음하지 마십시오. 상상으로도 하지 마십시오. 실제 간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했다면 고해성사 하십시오. ...내 평소 신부님 말씀을 경청했다만, ‘상상 간음론’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럴 게, 너무 가혹한 규범이었으니까. 어떻게 상상 속에서도 정조를 지킬 수 있지? 난 예수님이 아냐! ...이실직고 하자면, 당시 난 성당에 자원봉사 하러 오시는 아주머니께도 욕정을 품었었고, 교보에 실려 있는 수녀님 사진에도 욕망을 불태웠어. 상상에서는 말야. 죄송합니다.
문제는 신부님 설교를 듣고 나서 더욱 상상 간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거야. 하지 마라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 아니겠습니까. 마치 코끼리는 상상하지 마, 하면 코끼리만 떠오르는 것처럼 말야.
그렇다고 해서 신부님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냐. 정진하시는 분에 대한 존경만 담을 뿐. ..단지 나약한 중생으로서 변명하고 싶었어. 상상 간음까지 금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윤허해 주십시오! 그래도 제가 실제로 간음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이것만 해도 칭찬받을 일이죠!
선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듯, 욕정 또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욕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상상 간음만 일삼았던 나도 구원받을 수 있는 거지? 내 정신은 비록 놨을지 몰라도 몸만큼은 끝까지 붙들어 맸소!
잠깐만, 성욕의 원천은 어디인가? 몸 아닌가! 성호르몬! 그렇다면 상상 속 욕망마저 깡그리 없애버리기 위해서는 몸으로부터 탈피해야 하지 않나? 성호르몬 기관을 잘라버리면 되지 않느냐 말이야! 간단하네! 이럴 거 망상의 근원까지 제거하자! 머리를 제거한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흐뭇하시더라.
...는, 이건 아닌 것 같아. 멋지지가 않아. 내가 신부님을 존경하고, 스님을 존경하고, 몇몇 목사님을 존경하는 이유, 그 분들은 인간으로서 성욕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절제하시는 거잖아? 그 인내와 노고를 알기에 경탄하는 거잖아? 그런데 성욕의 근원을 수술로 제거하면 그 ‘
치열함‘마저 사라지는 거잖아? ...아닌가. 수술하기로 결심하는 것 자체가 고뇌와 결단이 담긴 행위인가? 끄아악! 대뇌과부하!
...그래서였구나. 나는 AI가 부처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해. AI는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태생부터 무아의 경지에 이른 존재일 수 있다만, 그 속에는 고통이 없으니까. 욕망에 저항하며 찡그리는 고통! 무욕으로 태어난 존재가 무욕으로 사는 것은 당연하다! 멋지지 않다!
여하튼, 상상 성행위까지 막는 건 너무해요! 불만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어쩌다 얘기가 AI 부처에 이르렀담. 그만, 멈춰. 휴일에 이렇게까지 머리를 굴리고 싶진 않았어!
이상,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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